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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Oct 22. 2021

‘소식’ 하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일반화의 오류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학 의대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하루 섭취 열량과 먹이 투여 횟수를 조절하는 실험을 하였다. 열량이 작은 음식을 하루 한 번 먹어 공복 시간이 21시간으로 긴 쥐는 같은 먹이를 온종일 먹어 공복 시간이 적은 쥐보다 반 년 정도 오래 살았다. 인간으로 보면 15년을 더 산 것이다. 반면 저 열량의 먹이를 온종일 먹은 쥐는 보통 쥐보다 좀 더 일찍 죽었다. 두 경우 모두 섭취 열량을 30% 정도 줄였는데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났다. 소식보다는 먹는 횟수를 줄여 공복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건강에 더 좋고 장수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2255-021-00466-9


초파리를 대상으로 열량을 줄인 실험을 한 결과 50% 정도만 수명과 건강수명이 함께 연장되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식사를 제한할 경우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연구이다. 13%는 먹이를 제한했을 때 신체적 활동이 더 활발해져 건강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수명은 오히려 짧아졌다. 5%는 수명은 더 길어졌지만 신체 활동성은 떨어져 건강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2%는 먹이를 제한한 것이 수명이나 건강수명에 어떤 이로움이나 해로움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먹이를 똑같이 제한해도 각 개체의 반응은 유전적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라 수명 연장이나 건강 등에 대한 미치는 영향도 다를 수 있다. 유전적 배경에 따라 식사 제한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경우 음식 섭취를 하루 중 4~8시간 이내로 제한해 공복 시간을 늘리면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으면 적게 먹으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다르다. 오랜 진화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과학의 연구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할 때 인간을 단 하나의 존재로 전제하는 오류(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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