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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03. 2021

우리의 자녀가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면


지구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시기가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었다. 초기 지구에는 산소가 없었고 너무도 뜨거워서 생명이 탄생하기도 어려웠다. 때로는 거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대멸종이 발생한 적도 여러 번 있다. 게다가 초대형 화산폭발과 대지진으로 대멸종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또한 지구의 공전주기 등으로 빙하기가 찾아와서 지구상 일부 지역에서만 살 수 밖에 없던 시기도 있다. 지금처럼 온화한 기후는 너무도 희귀하고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고 지구상의 인류의 삶이 모두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 전쟁과 대학살, 가난한 나라의 대기근과 굶주림, 유전성 불치병 정신별 뇌 이상 등 유전성 질환의 엄청난 고통, 종교와 이념에 의한 광분, 먹고 먹히는 생태계, 가축화라는 이름으로 수도 없는 생명을 학대하고 도살하는 인간, 명품 가방과 모피 옷을 만들기 위해 동물 가죽을 산채로 벗기는 잔인성 등 지구는 그리 아름다운 곳도 평화를 누리는 곳도 아니다.


소행성 충돌 등이 인류가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재앙은 아니다. 카리나 대성운(Carina Nebula) 주변처럼 거대한 미립자 먼지 구름 속에 갇혀버리는 것이 가장 끔찍하다. 이러한 먼지 구름은 수소가스, 작은 유기입자, 광물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름 속에 태양계가 들어가면 빠져나오는데 10만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이 닥치면 먼지가 대기권에 축적되면서 태양에서 오는 모든 빛을 차단하게 된다. 그 결과 바다가 얼어붙고 식물이 멸종하는 등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최소한 4000만년 동안은 지구가 이 먼지 구름을 만날 가능성은 없다. 걱정해야할 것은 수중 화산이다. 거대한 바다 속 화산이 폭발하면 대량의 황화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뿜어낸다. 이는 우주의 미립자 먼지 구름 속에 갇히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억 5천만 년 전 대멸종의 원인이 수중 화산 폭발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 스스로 초래하는 비극이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의 기후학자들은 지금의 기후변화가 단순한 재해와 경제적 손실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문명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과거에도 기후변화가 문명을 붕괴시켰던 사례는 많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2021년 8월 발표한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기후과학자 233명(응답자 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중 대부분(60%)이 21세기 말 지구 평균온도가 3도 이상 오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2015년 기후변화 마지노선으로 정한 1.5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는 4%에 불과하다. 96%의 기후과학자가 1.5도 이상 지구온도가 상승하면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82%가 현재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은 죽기 전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저개발국가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지만 선진국도 그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일부 과학자들은 뼈를 깎는 수준의 전 인류적인 탄소배출 억제와 지구온난화 억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간을 포함하여 여섯 번째 대멸종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기후과학자들이 예측한 기후변화는 ‘척척’ 맞았고 그들이 제시한 시나리오 중 최악과 늘 가까웠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990-w


2021년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가장 중요한 기후회의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각국의 노력을 점검하고 2050년 탄소배출제로를 목표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만든다. 우리가 그나마 누렸던 평화가 후세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이나 든다면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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