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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나이 측정은 미신을 벗어나는 과정




길고 긴 지구의 나이는 인간이 생명의 기원과 진화의 동인을 이해한다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시간의 오래됨은 생명이 지구상에 나타나기까지의 시간과 특별한 조건을 깨닫는다면 훨씬 크게 느껴질 것이다. 특별히 인간이 그 진화과정의 마지막 귀결이자 최고의 존재이고 알 수 없는 궁극적 한계이기에 더욱 그렇다.

The great age of the earth will appear greater to man when he understands the origin of living organisms and the reasons for the gradual development and improvement of their organization. This antiquity will appear even greater when he realizes the length of time and the particular conditions which were necessary to bring all the living species into existence. This is particularly true since man is the latest result and present climax of this development, the ultimate limit of which, if it is ever reached, cannot be known.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



지구의 나이가 45억 년 이상 된 것을 알기까지 수세기에 걸쳐 연구과 혼란이 있어 왔다. 


유럽에서는 17세기까지만 해도 지구의 나이는 6000살을 넘지 못했다. 유럽 밖에서는 지구의 나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아일랜드의 제임스 어셔(James Ussher, 1581~1656) 주교는『성경』을 근거로 지구는 기원전 4004년 10월 23일 오전 9시에 탄생했다고 발표했다. 그는『성경』에 나오는 여러 대의 가계를 세어 몇몇 족장들의 터무니없이 긴 수명을 계산하고, 천문학 주기와 중동과 이집트 역사 속에 알려진 사실들을 서로 비교 검토해본 끝에, 이 ‘시작’이 예수 탄생으로부터 약 4004년 전의 10월 23일 아침녘이었음을 추정해냈다. 이런 지구의 나이는 종교 권력을 업고 상당 기간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유럽의 성서학자들도 지구의 나이가 6000년 미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천지 창조 6000년 후에 최후의 심판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종교개혁 당시 마르틴 루터는 지구의 탄생 연도는 기원전 3961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위대한 과학자들도『성경』에 따라 비슷한 생각을 하였다. 17세기 요하네스 케플러도 창조의 연대를 기원전 3992년으로 계산했다. 17~18세기의 뉴턴도 어셔 주교의 연대기를 방어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17세기 또는 심지어 18세기에 교육받은 사람들에서, 인류의 과거를 6000년 훨씬 뒤로 확장시키려는 어떠한 제안도 헛된 것이고, 바보 같은 추정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기독교계는 과학의 주장을 반대하였지만 단 한 번도 과학적 주장에 이겨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지금도 삽질은 계속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며 과학이 발달하자 반론들이 나왔다. 특히 화석과 지질을 연구하는 지질학과 진화론의 발전이 강력한 반론을 제기했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뷔퐁(Comte de Buffon, 1707~1788)은 쇠공이 식는 속도에 근거해 지구의 나이가 7만 5000년이라고 주장했다. 19세기쯤 몇몇 과학자들은 지구가 6천만년 이상 된 것으로 보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는 기껏해야 몇 백만 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지질학자 졸리(John Joly, 1857~1933)는 매년 바다에 유입하는 소금의 양과 지금의 소금 농도를 기초로 지구 나이를 9천만년 정도로 제안했고, 영국의 켈빈은 2천만~4억년으로 추정했다. 윌리엄 켈빈(William Kelvin, 1824~1907)은 지구가 식는 속도를 계산해 지구의 나이를 2000만 년에서 4억 년 사이로 추정했다. 


결국 20세기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측정방법이 등장하면서 정확한 숫자가 나왔다. 20세기에 들어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법이 등장하면서 지구의 나이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방사성 원소가 자연 상태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 양이 원래 원자의 개수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반감기라 한다. 각 원소의 반감기는 며칠에서 수십억 년에 걸쳐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고유한 반감기를 이용해 연대를 계산하는 것을 방사성 연대 측정법이라 한다. 과학은 측정방법의 발견의 역사이다. 1956년 납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측정법으로 약 45억 년 전에 지구가 탄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니 지구는 우주에서 젊은 행성이다.


지구의 나이는 과학자들이 거의 1백 년 동안 연구하여 알아냈다. 방사성 원소는 압력이나 온도에 관계없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규칙적으로 붕괴한다. 방사성 원소가 붕괴되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부른다. 탄소는 6000년, 우라늄 235는 7억 400만 년, 우라늄 238은 44억 7천만 년이다. 방사성 원소의 반감기를 측정해서 지구의 나이가 약 45억 년임을 알아냈다.


지구의 나이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시작한 사람은 헤리슨 브라운(Harrison Scott Brown, 1917~1986) 교수이다. 1947년 납의 양을 측정해 지구의 나이를 알아내고자 연구를 시작하였다. 운석은 태양계 형성 뒤에 남은 행성의 찌꺼기인 만큼 운석의 나이를 측정하면 지구의 나이를 밝힐 수 있다고 보고, 1953년 운석을 질량분석기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운석에 함유된 납과 우라늄의 양을 측정해 지구의 나이는 45억년으로 계산하였다. 운석이 생성된 시기와 지구의 탄생 시기가 일치한다고 본 것이다. 1956년에는 45억5000만년이라고 수정하여 최근의 측정결과와 가장 가까운 결과를 도출해냈다. 가장 정확한 측정법은 방사성 연대측정법이다. 1946년 윌러드 리비가 개발하여 196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방사능 원소의 붕괴는 시간의 영향만 받아 정확한 측정법이다. 원자번호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것을 동위원소라고 한다. 이 중 원자 상태가 불안정해서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붕괴돼 다른 원소로 변하는 것들을 방사성 동위원소라고 하고, 이 방사성 원소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한다. 탄소(14C)의 반감기는 약 5730년, 우라늄 235와 238은 각각 7억400만년, 44억6000만년이다. 보통 500~5만년 연대를 추정할 때는 방사성 탄소(14C) 연대측정법을 사용한다. 몸 속에 0.2g의 방사성 탄소를 가진 동물이 죽은 뒤 발견된 뼈에 0.1g의 방사성 탄소가 남아있었다면 그 동물은 5730년 전에 살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에 들어 있는 방사성 원소의 반감기를 측정해서 얻은 값이 약 46억년이다. 또한 지구에 떨어진 가장 오래된 운석에 대한 반감기를 분석한 결과 46억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밝혀진 지구의 나이 46억년은 훗날 더 정확하게 지구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면 지구의 나이도 달라질 수 있다.


1956년 미국의 클레어 패터슨(Clair C. Patterson, 1922~1995)은 운석은 태양계 형성 뒤에 남은 찌꺼기이며, 운석의 나이를 측정함으로써 지구의 나이를 밝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클레어 패터슨은 운석 파편의 납 연대 측정으로 태양계의 운석과 지구가 약 46억 년 전에 함께 만들어진 것임을 밝혀냈다. 그가 측정한 지구의 나이는 45.4(±0.7)억 년이었고, 이는 2014년 오차의 범위가 약 2000만년 작아져 45.4(±0.5)억 년이 되었지만, 이 숫자는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지구 나이는 45억 6500만 년이다. 인류가 우리 행성인 지구의 정확한 나이를 안 것은 반세기 남짓 밖에 안 되었다. 태양계 나이 역시 지구 나이와 비슷하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지구도 같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약 45억 년 이전에 태양계가 형성됐으며 그 과정에서 지구(Earth) 등의 행성이 탄생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46억 년 전부터 40억 년 전 사이를 지구 생성 시기로 말하는 명왕누대(Hadean eon, 지구가 탄생한 46억 년 전부터 40억 년 전까지 지구생성 초기를 지칭하는 시기)이다. 그동안 명왕누대 시기 동안 지구가 지금의 모습을 형성했다고 추정해왔다. 그런데 2019년 지구 생성 초기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관측을 통해 밝혀진 소행성, 혜성 등과 관련된 기록을 분석하여 태양계 형성 과정을 역으로 추적한 결과 ‘거대한 행성 이주(giant planet migration)’라 불리는 태양계 형성 과정이 44억 8000만 년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런 추정은 기존 추정 연대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44억 8000만 년 전에 태양계가 생성되기 시작해 40억 년 전까지 4억 8000만 년 동안 충돌과 생성 과정이 이어졌다.


과학이 제시하는 지구의 나이는 수십억 년이지만 여전히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2017년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당시 청문회에서 그는 “창조과학자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지구의 나이를 6000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부분에 동의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신앙적으로 믿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하였다. 기독교의 과학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태도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코페르니쿠스가 처음 지동설을 주장하기 위해 논문을 발표했을 때 마르틴 루터도『성경』의「여호수아」 10장 12절을 인용하여 반박했다. 장관후보자의 이러한 답변은 잘못된 신앙에서 비롯된 오류이다. 창조과학을 부정하자니 신앙을 져 버리는 것 같고, 부정을 안 하자니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어처구니없는 답변이다. 그것은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개신교 전체의 문제이다.


오늘날 가장 오래된 지각은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와 그린란드에서 발견되는데 약 38억 년 정도 된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의 편마암은 39억 6200만 년 전의 것으로 측정되었다. 태양계의 잔해로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운석들의 방사능연대측정을 보면 45.6억 년이 되었다. 가장 오래된 달의 구성요소들도 같은 나이를 보인다. 따라서 태양계는 45.6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구는 태양의 형성시기인 45.6억 년에 탄생하였다. 알프스 산맥에서 어류화석이 발견되었을 때 지질학자들은 『성경』기록에 입각하여 지구상에 엄청난 재앙 때문에 바다였던 알프스지대가 산으로 변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지구의 나이가 6천 년 정도로 보았단 당시의 과학자들은 지구상에는 수많은 대재앙이 발생했다고 설명했고 이는 최소한 일부학자들에겐 『성경』의 연대기를 방어하는데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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