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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21. 2021

세상의 비극과 고통에 하지 말아야 할 말


보배드림이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best&No=475784).


안녕하세요.

횡문근육종으로 항암 치료 중인 8살 딸아이 아빠입니다.

처음 2020년 5월 방광 쪽에서 처음 발견 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 하고 항암치료 중, 2021년 5월에 간과 횡경 막 사이에 재발하여 6월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입니다.

희귀 암이고 소아이다 보니 항암제도 한정적이고 임상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어른도 힘들다는 독한 항암치료를 쉬지 않고 항암치료 한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항암 부작용으로 고열로 밤낮 가릴 것 없이 응급실 간적도 수 없이 많고요.

주변에 많은 분들 도움으로 잘해 왔는데…정말 열심히 해 왔는데…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고, 아이도 힘내서 투정한번 없이 잘해 주고 견뎌 주고, 교수님들 모두 아이가 대단하다고 해주실 정도로 잘해 왔습니다.

근데 이놈의 암은 지치지도 않는지…23차례가 넘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23회…9번의 항암제 변경에도 계속 버티고 자라나고 전이까지 됐습니다.

이젠 치료의 목적보단 완화의 목적으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새로운 조합 시작 했는데, 복수가 차요.

복수 때문에 힘들어 누워 잠들지 못하고 앉아서 잠든 딸아이 보면 억장이 무너지곤 합니다.

버티고 버티다 힘들어서 결국 복수천자하고 편해졌다 싶었는데 일주일 만에 또 다시 복수가 차고요.

교수님 말로는 약이 잘 맞으면 복수도 자연 흡수가 될 거라고 하셨는데, 다시 차오르니, 너무 속상하고…아이가 너무 힘들어 합니다.

딸아이가 항암 그만 하고 싶다고 이젠 너무 무섭고 힘들다고 말합니다.

항상 엄마아빠 먼저 생각하고 이쁨을 받고 싶어 열심히 할 거라고 힘내던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계속 얘길 할까요.

어느 날은 저녁에 퇴근 후 집에 갔을 때 딸아이가 애착 인형 들고 말하는 소릴 들었습니다.

딸기야 니가 약 좀 찾아줘. 하늘에 가서 약 좀 찾아줘. 이러더군요. 그 소릴 듣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완화의료팀에서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가고 싶은 곳 가고, 하고 싶은 것들 다하게 해주라고 합니다.

2020년 5월 그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금만,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바로 큰 병원에 갔더라면…이렇게 힘들어 하는 딸아이를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바보 같습니다.

지금까지 혼자 잘 싸워주고 있는 저희 딸아이에게 용기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제발, 제발, 저희 딸아이에게 맞는 약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제 겨우 8살인데, 아직 피지도 못한 꽃송이 인데, 정말 너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응원 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딸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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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께서 추천해 주시고 응원해주시고 힘내라는 댓글들 하나하나 소중하게 간직하고 기억하겠습니다.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꼭 힘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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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 글 남겨주신 거 하나하나 보면서 회사 화장실에서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답 글 한 분 한 분 남겨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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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적인 부분도 전이된 곳이 복강 내 복막하고 가까운 위치라 완전 절재가 불가능 하고 아이 체력이 받쳐주질 못해 후유증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합니다.

아이 이름은 김채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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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연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희귀 소아암 환자들도 많습니다. 이번 계기로 임상이라든지 신약 다른 치료 방법들이 많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지길 바래 봅니다.

모든 희귀소아암 환자분들 부모님들도 힘내시길.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희 딸을 위해서 응원과 격려 조언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어제 퇴근 후 딸아이에게 댓글 보여 주면서 많은 분들이 채원이 응원하고 있다고 했더니 딸아이가 할 수 있다고, 난 할 수 있어, 잘 할 거야 하면서 울더군요.

밤새 생각이 많았습니다. 어떤 게 정말 울 아이게 맞는 것인지.

오늘 병원에 복수 천자 하러 갑니다. 이번 항암제가 효과가 있는지.

19일 날 MRI가 잡혀 있거든요. 복수가 찬 상태에서는 확실한 확인이 어렵다고.

조언해 주신 부분들 다른 치료방법들 저도 잘 알아보고 최선을 다해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정말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이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필자는 2014년 뉴스가 생각이 났다. 2014년 1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필리핀 방문 마지막 날 마닐라의 한 대학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12세 소녀가 교황에게 물었다. “많은 어린이들이 마약과 매춘에 내몰리고 있어요. 신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두는 거죠? 왜 우리를 도와주는 어른들은 거의 없는 건가요.” 질문을 받은 교황은 소녀를 안아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교황은 미리 준비한 영어 연설을 하는 것도 포기했다. 교황은 시간이 지난 뒤 대중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소녀는 아무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 유일한 사람이다.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거리에 버려진 아이들, 마약을 먹는 아이들, 집이 없는 아이들, 방치되고 착취당한 아이들, 사회가 노예로 쓰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 우리가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 말이다.” 이 소녀는 몇 해 전 집을 잃고 거리에서 살다가 최근 교회가 운영하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소녀로부터 예상 밖 질문을 받은 교황을 현장에서 지켜본 AP통신은 “교황이 거의 울 뻔했다.”고 전했다(경향신문, 2015.1.19.). 


이 두 가지 뉴스는 기독교 신학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고 역사도 길다. 바로 ‘변신론’ 또는 ‘신정론’이다. 신은 본성상 선하고 자비롭고 완전한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신이 창조한 이 세상에는 수많은 악과 결함, 불의가 존재하는가, 어떻게 이러한 괴리를 설명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만약 신이 세상일에 관여한다면 세상의 악은 신의 책임이고,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면 신은 악의적이거나 무능력한 존재라는 모순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소름 돋는 세상의 악과  비극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비극임을 우리는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식의 논의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거기에는 신의 뜻이 있을 거라는, 기도를 하면 들어줄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슬픔을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우리는 눈물을 흘리지만 대신할 수는 없다.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과학을 통해서 그러한 유전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고쳐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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