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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20. 2021

양성에 의한 생식과 단성 생식의 간극


양성 생식과 단성 생식의 장벽 사이에는 유전자 각인(genetic imprinting)이라는 현상이 있다. 어떤 유전형질이 암수 중 누구에게서 유래되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후성적인 현상이다. 일부 파충류, 양서류, 물고기는 생존을 위해 암수 양성으로 존재하면서도 단성생식 번식활동을 한다. 하등 척추동물(lower vertebrates)에게서 이루어지고 있는 단성 생식은 포유류에게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서부에 서식하는 캘리포니아콘도르(California condor)는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멸종 위기 종으로 지정했다.     미국 샌디에이고동물원 야생동물연합은 캘리포니아콘도르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30년 동안 911마리의 유전 정보를 수집했다. 유전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두 마리의 캘리포니아콘도르가 암컷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었다. 조류의 단성생식 사례는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번에 발견된 단성생식 개체를 부화시킨 암컷 콘도르 두 마리는 수컷과 함께 서식하였기 때문에 놀랍다. 심지어 이 중 한 마리는 단성생식 후에 다시 두 마리를 더 유성생식으로 번식시켰다. 단성생식 개체 발견은 캘리포니아콘도르에서는 처음이며, 수컷과 통상의 유성생식을 하는 조류에서도 최초의 발견이다. 캘리포니아콘도르는 최대 60년을 사는 개체도 있지만, 단성생식으로 태어난 개체 두 마리는 한 마리가 두 살 때인 2003년에, 다른 한 마리는 여덟 살인 2017년에 죽었다. 이는 정상적으로 태어난 개체보다 몸이 허약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발견은 우리가 지금까지 확인하지 못했을 뿐 실제로는 다른 종에서도 단성생식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조류의 단성생식은 드물지만, 충류와 어류에서는 많은 종이 단성생식으로 번식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https://academic.oup.com/jhered/advance-article/doi/10.1093/jhered/esab052/6412509


2017년에는 수컷과 떨어져 사는 암컷 상어가 유성생식에서 단성생식으로 번식 전략을 변경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유전자가위, 줄기세포 기술을 가지고도 포유류 사이에서도 단성 생식이 가능하다. 줄기세포‧유전자편집 기술을 활용해 두 마리의 엄마 쥐, 두 마리의 아빠 쥐 사이에서 단성생식으로 새끼 쥐를 얻는데 성공한 것이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DNA로부터 양성 생식의 출발점이 되는 ‘각인 유전자’를 제거하였고, 두 마리의 암컷 쥐로부터 채취한 줄기세포를 합성해 인공배아를 만들었다. 암컷 두 마리의 어미 사이에서 쥐는 성공적으로 성장하여 생식 능력도 가졌고 3대째로 이어갔다. 그러나 두 마리의 수컷 쥐 사이에서 탄생한 쥐들은 모두 죽었다. 수컷은 후손을 낳고 먹여 살리는 역할만 하는 존재인가보다. 이 연구결과는 포유류에게 나타나는 양성 생식의 장벽이 과학으로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양성생식은 진화과정에서 유전자에 각인된 것임을 말해준다.  인간도 가능하겠지만 생명윤리 제한으로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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