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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23. 2021

조현 병 같은 정신질병은 누구의 책임일까


 2016년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2018년 흉기에 의한 병원교수 살인사건, 2019년 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범죄자는 모두 조현 병 환자이다. 과거에는 정신분열병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2011년 조현 병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조현 병 환자는 약 50만 명으로 인구의 1%에 이른다고 추정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조현 병을 앓고 있다. 그럼 조현 병은 누구의 책임일까. 또는 조현 병으로 인한 범죄는 누구의 책임일까. 자연과학적 입장과 사회적 입장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조현 병 환자는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난 것은 분명 아니다.


조현 병에 대해서도 오랜 무지의 시기가 있었다. 유전과 진화를 몰랐던 시대의 일이었다. 당시 정신질환은 가정환경 때문이라는 이론이라고 널리 생각되었다. 그래서 부모가 특히 엄마나 많은 비난을 받는 일이 많았다. 그 때는 무지의 시대였으니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다. 주요 정신질환의 원인 중 가장 확실히 드러난 것이 유전적 요인이다. 물론 조현 병은 항상 유전적인 것만은 아니고, 아이들이 가정에서 정신병을 가진 친지의 행동을 보고 배워 조현 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 이미 그 원인이 상당히 밝혀진 오늘날 사람들은 과연 제대로 알고 있을까.


유전 병 연구는 쌍둥이와 입양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밝혀졌다. 사실 쌍둥이 연구는 비인간적인 실험이 자행된 흑 역사가 있다. 2001년 독일 막스 플랑크 협회는 1933년~1945년에 진행된 쌍둥이 실험을 사과했다. 쌍둥이 가운데 한 명에게 병원균이나 독성이 있는 물질을 주사한 뒤 나머지 한 명과 비교 관찰하는 생체실험이었다.


1928년 첫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란성 쌍둥이의 7.6%가 둘 다 정신질병환자였고, 이란성 쌍둥이에는 한 쌍도 없었다. 정신병이 유전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다. 쌍둥이 숫자를 확대한 1934년 연구는 일란성 쌍둥이는 68.3%, 이란성 쌍둥이는 14.9%가 모두 조현 병을 앓았다. 조울증도 69.6%대 16.4%였다. 1945년 뉴욕 수용소 제도에 속한 7만 3000명의 환자 중 691명의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 추적 가능한 쌍둥이 형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1946년에는 일란성 쌍둥이의 일치비율은 85.8%인데 반해, 이란성 쌍둥이는 14.7%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한 1968년 연구에 의하면 조현 병 환자의 직계 혈연 가족에서는 10%가 정신분열증을 가지고 있지만 병이 없는 가족에게는 거의 정신분열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정신분열증이 유전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준다. 1992년 연구에 의하면 조현 병을 앓는 입양아의 경우 그 가족에게는 정상 가족의 10배나 많은 조현 병이 나타났다. 반면 형제자매나 친족이 아닌 입양아 두 명이 한 가정에서 자라더라도 가정환경으로 인하여 조현 병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조현 병이라는 병명의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조율하면 좋은 소리가 나듯이 환자가 치료를 잘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약물 등 치료를 받으면 공격성을 제어할 수 있고, 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 이 풀러 토리(E. Fuller Torrey)의 저서『조현 병의 모든 것』은 조현 병을 상세하게 쓴 책이다. 저자는 하루에 일정 시간 입원해 치료를 받은 뒤 당일 퇴원하는 ‘낮’ 병원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운영해 조현 병 환자를 관리하면서 사회 복귀를 도와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조현 병 환자를 돌보는 책임을 대부분 가족에게 미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현 병 환자를 국가가 관리하는 국가책임제를 논의해야 한다. 남의 일이라고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조현 병은 분명 유전자나 뇌에 어떤 문제가 있을 것이다. 아무런 죄도 없이 조현 병으로 태어난 사람은 정말 억울하다. 대체 누구의 책임인지 모르겠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유전자나 호르몬 치료를 허용해야 한다. 그것에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비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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