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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25. 2021

지구온난화는 이혼율과 빈부격차를 높인다



바닷새인 앨버트로스(albatross)는 날개가 가장 큰 새이고 일부일처제로 산다. 앨버트로스 커플 중 주로 번식에 실패한 경우에만 주로 이혼한다. 인간사회도 아이를 못 낳으면 이혼하는 일은 과거에 흔했다. 새나 인간이나 별로 다르지 않았다. 또한 앨버트로스는 1~3%만이 먹을 것이 많은 목초지로 이동하기 위해 ‘이혼’한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조강지처를 버리는 일부 인간과 비슷하다. 그러나 지구온난화현상이 심화되고 수온이 오르면서 앨버트로스의 ‘이혼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가장 수온이 높았던 해에는 이혼율은 평년보다 8% 더 높았다. 바닷물의 수온이 높아지면 먹이를 찾기 어렵다. 새도 먹고살기 힘들면 이혼이 늘고 출생률이 떨어진다. 지구온난화는 앨버트로스 숫자를 감소시키고 우리가 사는 지구상의 생태계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못 느끼고 있을 뿐이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b.2021.2112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는 인간사회에도 유사한 영향을 미친다.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간의 경제 격차, 국가 간의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 1961~2010년 기간 중 지구 온난화는 세계 최빈국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을 17~31% 떨어뜨린 반면, 선진국의 국내총생산은 10% 이상 늘려줬다. 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1인당 배출량이 300톤을 초과하는 19개 부국 중에서 14개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이 평균 13%가 더 늘어났다. 온실가스의 80%는 주요 20개국(G20)에서 나오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나머지 국가에 집중돼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지역은 적도 부근의 열대지역 국가이다. 10억 명 정도가 살고 있는 열대지역의 국가들은 온실 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지리적 입지는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증폭시킨다. 뜨거운 기후인 인도는 온난화가 없었을 경우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31%, 나이지리아는 29%, 코스타리카는 21%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열대에 속하지 않은 국가에선 기온 상승으로 이익을 본다. 노르웨이는 지구 온난화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1인당 국내총생산을 34%, 아이슬란드는 50%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중위도의 온대지방의 국가는 영향은 작다. 미국은 마이너스 0.2%, 중국은 마이너스 1.4%, 일본은 마이너스 1.1%의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미국 남부 지역의 경제적인 피해가 심해지면서 북부와 지역 간 경제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상 새로운 대멸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지구상 대멸종은 다섯 차례 있었다. 대멸종(mass extinction)은 여러 종류의 생물이 광범위하고 빠르게 사라지는 현상이다. 대멸종은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70% 이상의 생물종이 완전히 없어진 사건이다. 짧은 시간이라지만 그 기간은 10만~200만년이고, 최대 대멸종은 95%의 생물종이 사라진 페름기 말이었다. 1984년 해양생물 화석들을 분석한 결과 다섯 번의 대멸종이 발생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약 4억 5천만 년 전 고생대, 약 3억6천만 년 전 데본기, 약 2억5천만 년 전 페름기, 약 2억 년 전 중생대, 약 7천만 년 전 백악기 대멸종이다. 약 1억 년마다 대멸종이 발생한 셈이다. 마지막 대멸종이 약 7천만 년 전이었으니 통계적으로 새로운 대멸종이 시작될 시기가 되었다. 대멸종은 시체가 나뒹구는 모습이 아니라 생물의 종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19세기 이후 생명계의 멸종정도는 이미 대멸종의 모습과 같다. 물론 대멸종은 새로운 종 탄생의 기회가 된다.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파충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포유류의 세상이 왔다. 이 두 집단 모두 대멸종 전에는 기를 펴지 못하고 숨죽이며 겨우 살아가던 생물 집단이었다. 21세기 이후 대멸종이 계속되면 인간은 사라지고 새로운 변종이 지구를 호령할 가능성이 크다. 10만 년 또는 200만 년 이후의 일이니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로 현재를 사는 우리 인간의 삶에서 분명하게 실감이 나는 것이 있다. 기후변화로 중진국이나 후진국의 경제가 악화된다면 이혼율도 놓아질 것이다. 경제는 이혼사유 중 대표적인 것이다. 우리가 자유의지로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것 같지만 기후변화는 우리의 결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우리는 그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도 일어난다. 후진국의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후진국 사람들의 아이들은 삶이 팍팍해지고 선진국보다는 적은 사람들이 후세를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불평등은 가속화되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살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결코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인문학적 또는 인간적인 이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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