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날지 않는 새와 우유 먹는 개의 수렴진화


수렴 진화란 서로 계통이 다른 생물이 비슷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비슷하게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어류인 상어와 포유류인 돌고래는 둘 다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의 몸통을 가졌다. 돌고래는 어류 같이 살지만 포유류이다. 


타조, 펭귄, 키위 등은 날지 못하는 새이다. 이 새들에게는 유전적으로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날개와 유사한 앞다리가 다른 각도로 축소되었으며 가슴뼈에서 비행 근육을 고정시키는 용골이 사라졌다. 이는 모든 종에 걸쳐 유사한 신체 변화를 초래한 수렴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추정된다.


개는 인간과 함께 살면서 함께 적응해 갔다. 개의 유전체에는 아밀라아제와 말타아제를 분비하는 유전자가 선택된 흔적이 있다. 전분과 당류를 분해하는 효소로 개가 쌀과 밀 등 전분 함량이 높은 먹이를 먹는 환경에 살면서 생긴 것이다. 인간이 수렵채집에서 농경문화로 바뀌면서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필요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개들도 새로운 먹이에 길들여졌다. 유전체 분석에 의하면 유라시아 대륙에 있는 개는 유럽의 개와 동남아시아의 개로 나뉜다. 유럽의 개와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의 개로 네 그룹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사는 환경이 달라 서로 다른 적응을 했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우유를 많이 먹어 유럽의 개도 우유나 유제품을 소화하는 데에 필요한 락타아제가 나타난다. 서로 다른 종인 인간과 개가 같은 환경, 특히 음식 문화에 적응한 수렴 진화의 증거를 보여준다.

https://academic.oup.com/mbe/article/38/11/4884/6325030


포유류인 고래가 수렴 진화로 바다에서 살고, 포유류인 박쥐가 하늘을 날아다닌다. 코로나19 그리고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비하여 인간은 수렴 진화를 할 수 없을까. 바이러스가 오지 않는 하늘을 날고 바다 속을 헤엄치며 사는 것은 참 멋질 것 같다. 오랜만에 공상 한 번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원전 1만 년경 1만 개 언어와 한국어의 기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