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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매머드 대멸종과 21세기 대멸종의 자충수

기원전 12만3000년부터 유럽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초식 곰(학명 Ursus spelaeus)은 마지막 빙하기에 사라졌다. 그런데 이들 곰의 이빨 화석에서 거친 음식을 먹어 마모된 흔적이 발견되었다. 곰이 초식을 시작한 것은 50만 년 전으로 초식으로 살아온 기간이 50만 년 동안 계속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십만 년간 이어진 마지막 대빙하기(11만~1만2천 년 전)가 끝나면서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을 덮고 있던 빙하가 서서히 녹고 툰드라나 초원 지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울리 매머드, 스텝 들소, 검치 호랑이와 같은 대형 포유류가 등장했다. 아시아계 수렵 민족인 초기 인디언(Paleo Indians) 클로비스 족(Clovis people)이 북아메리카로 들어와 이들 대형 포유류를 사냥하며 살았다. 매머드는 1만 년 전까지도 시베리아와 북미 일대에 살았다. 시베리아 북동부 브란겔 섬에 고립돼 왜소화된 매머드는 3700년 전에 멸종했다. 매머드는 대부분 빙하시대(플라이스토세) 시베리아나 북아메리카처럼 추운 곳에 살았기 때문에 영구동토에 보존돼있는 사체가 발견된다. 뼈뿐 아니라 살도 남아 있는 것도 발견된다.


고대의 코끼리, 매머드, 마스토돈 등은 마지막 빙하기 말기에 인간의 무차별적 사냥으로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빙하기로 인한 추위로 멸종했다는 주장도 있다. 만빙 기(晩氷期, late glacial time)는 마지막 빙하기의 말기로 약 1만 5천 년 전부터 기원전 1만 년 전까지의 5000년간을 말한다. 지구는 약 1만2천800년 전경 만빙기의 마지막 시기인 신 드리아스기(Younger Dryas, 12900~11700)에 혹독한 추위가 다시 찾아왔다. 30여종이 넘는 대형 동물이 멸종하고 인류도 급격히 쇠락하며 생존 위기를 겪었다. 그 결과 매머드와 클로비스 족도 사라졌다. 매머드의 멸종이 세계 전역에서 각각 다른 시기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수백만 년 걸쳐 기후 변화가 가져온 점진적 쇠퇴를 겪어왔으며 마지막 빙하기 말기의 매머드와 마스토돈 멸종은 이런 과정의 종지부였다는 것이다. 약 150만 년 전 인간에 의한 대형 초식동물 사냥이 멸종원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비목 동물의 멸종위험이 이미 절정에 달한 뒤 현생 인류가 관련 지역에 정착했지만, 인류처럼 영리하고 적응력이 뛰어나고 사회성을 가진 포식자는 최후의 일격을 가했을 수 있다.


5만 년 전부터 기원전 4000년 사이에 거대한 동물들이 대거 멸종했다. 대형 초식동물이 사라지자 초원에 마른 풀이 쌓이고 나무가 들어섰고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했다. 이로 인하여 화재는 호수 바닥 퇴적층에 검은 재를 남겼다. 퇴적층의 재 함량을 비교하면 수백~수천 년 단위로 화재가 얼마나 자주 어떤 규모로 났는지 알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대형 초식동물이 가장 많이 멸종한 곳은 남미로 83%에 이르렀고 이어 북미가 68%로 많았다. 오스트레일리아 44%, 아프리카 22%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형 초식동물이 가장 많이 멸종한 남미에서 화재가 가장 크게 늘었고 이어 북미가 뒤따랐다. 호주와 아프리카에서는 초원 화재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대형 초식동물이 멸종하면서 마른 풀과 덤불, 작은 나무들이 많아졌지만 수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j1580


지구상에는 과거와는 달리 대형 초식동물은 대부분 멸종하여 일부 코끼리 같은 동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게다가 산업화와 산림벌채와 개발로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하고 있다. 1970년부터 2016년까지 5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및 파충류의 수가 70% 가까이 줄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은 94%가 줄었다. 전 지구적인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이상기후로 전 세계가 대규모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빙하기와 인간에 의한 사냥으로 대형 초식동물이 사라지며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다시 동물이 멸종하였다. 지금은 반대로 인간에 의한 무차별 자연파괴와 지구온난화로 대멸종이 발생하고 대형 산불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사람들은 6차 대멸종이 학자들만 주장하는 허황된 소리로 지나가는 말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멸종은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70% 이상의 생물종이 완전히 없어진 사건을 말한다. 짧은 시간이라지만 그 기간은 10만~200만년이다. 단 50년 만에 대형동물이 70% 줄어든 것은 초대형멸종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지금 지구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감하지 못한다. 바로 우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멸종은 새로운 종 탄생을 의미한다.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파충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포유류의 세상이 왔다. 이 두 집단 모두 대멸종 전에는 기를 펴지 못하고 숨죽이며 겨우 살아가던 생물 집단이었다. 21세기 이후에 진행되는 대멸종은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누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70여 억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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