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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Dec 15. 2021

매년 50억 병아리 죽일까? 유전자편집을 할 것인가?


인간의 염색체는 총 23쌍(46개)이다. 마지막 23번째 쌍은 여성과 남성, 즉 성별을 구분하는 성염색체이다. 여성은 X 염색체 2개가 한 쌍을 이룬 XX를, 남성은 X와 Y 염색체가 1개씩 쌍을 이룬 XY를 갖고 있다. ‘여성은 XX, 남성은 XY’라는 성별 결정 규칙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에 적용된다. 아기가 가진 성 염색체에 의하여 남자아기가 태어날지 여자아이가 태어날지가 결정된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1960년대 들쥐(creeping vole)의 염색체를 분석한 결과 Y 염색체가 사라진 사례가 발표되었다. 한 종류는 Y 염색체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종류는 X도, Y도 없어 성별이 없었다. 이 수컷의 정자에는 남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가 없었다. 이들이 어떻게 성 정체성을 획득하는지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2021년 드디어 밝혀졌다. Y 염색체가 없는 들쥐의 성별은 2종의 X 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 Xm과 Xp이다. 이들 X 염색체에는 Y 염색체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 X 염색체이지만 X와 Y가 혼합된 염색체이다. Y 염색체는 Xm을 통해서 나온다. 반면 Xp 염색체에는 Y 염색체에서 유래한 유전자들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 발현되지 않는다. 성 염색체는 아마도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의 수많은 종들을 다 들여다본다면 아마도 복잡한 성 결정과정의 진화가 확인될지도 모른다.


사람도 Y 염색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 들쥐의 사례를 기초로 Y 염색체가 서서히 퇴화해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다는 Y 염색체 퇴화설이 제기되었다. 1천만 년 뒤에는 사람의 Y 염색체가 소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Y 염색체의 유전자가 100만 년에 3~6개 없어지므로 500만~1000만 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Y 염색체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 연구가 이어서 나왔다. Y 염색체는 퇴화를 멈추었고 2500만~1000만 년 전 Y 염색체에서 사라진 유전자는 1개뿐이라는 주장이다. 아무튼 인간의 유전자는 처음부터 변함없던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 즉 진화하고 있다.


남자냐 여자냐, 수컷이냐 암컷이냐는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유전자에 의하여 성별이 확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아기는 백지상태로 태어나며 성 정체성뿐만 아니라 성적 취향도 사회 인습에 의해 상당 부분 후천적으로 결정된다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었다. 사회 환경이 결정적이라는 견해이다. 1980년대까지 사람들은 아이가 백지상태에서 태어난 이후 사회적 영향에 의해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방향으로 유도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오류로 판명되었다.


인간의 성 정체성이 자궁 안에서 확정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성 정체성은 인간이 가진 성 염색체와는 다른 것이다. 자신의 뇌 즉 자신이 자기 자신을 여자로 인식하는지 남자로 인식하는지가 성 염색체이다. 자기 자신을 남자로 인식하는 사람에게 다른 남자는 사랑의 대상이 아니다. 만일 그 사람이 여성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나 몸은 여자이지만 자신을 남자로 인식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저항’에 부딪힌다. 그것이 동성애자 이슈이다.


아이의 성별은 수정 순간에 확정된다. Y염색체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생산을 야기하고, 테스토스테론의 생산 여부에 따라 태아의 생식기는 임신 6~12주에 여성 생식기 또는 남성 생식기로 발달한다. 임신 후반기에는 뇌는 남성적인 방향 아니면 여성적인 방향으로 분화되는데, 여아들과는 달리 남아들은 그 시기에 높은 농도의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한다. 이 단계에서 우리의 성 정체성, 즉 남자 또는 여자라는 감정은 뇌 구조 속에서 고착되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성 염색체는 인간의 성기를 결정짓는다. XX 염색체를 가진 아이는 여성 성기를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남성 성기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자궁 안에서 아이가 접촉하는 테스토스테론 같은 호르몬에 따라 뇌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 즉 남자인가 여자인가라는 관념이 생긴다. 대부분의 경우 XX 염색체를 가진 아이는 자신이 여자로 인식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그렇다. 그러나 XX 염색체를 가졌음에도 여자가 아니라 남자로서 뇌에 인식되는 아이도 태어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테스토스테론이 실제로 생식기와 뇌를 남성적인 방향으로 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안드로겐 불감 증후군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지만 신체가 여기에 반응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외부 생식기뿐만 아니라 뇌도 여성적인 특징을 갖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유전자는 남자(XY)인데도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된다. 이와 반대로 부신질환(선천성 부신 과 형성. 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 CAH) 때문에 자궁 안에서 많은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된 여자 아이는 음핵이 강하게 발달해서 가족 관계 기록부에 남자로 신고 되는 일도 생긴다. 이런 여자 아이는 모두 실제로 여자에 속하다. 그러나 이중 2%는 나중에 자궁 안에서 남성적인 성 정체성이 형성된다. 이러한 생물학적 모순 또는 오류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꽤 많다. 그것은 자연적인 오류이다. 자연적인 오류는 너무도 흔한 일이다. 그러한 오류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불행하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계는 평균적인 모습 또는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유전자 기준으로 성별을 바꾸려면 뇌를 조작해야 가능하다. 이것이 윤리적인가?


게다가 이젠 생물의 성별을 태어날 때 바꿀 수도 있다.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날 생쥐의 성별을 결정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알을 낳지 못하는 수컷 병아리가 매년 50억 마리 정도가 태어나자마자 도살된다. 포유류의 성은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 암컷은 한 쌍의 X 염색체를, 수컷은 X 염색체와 Y 염색체 하나씩을 갖고 있다. 유전자편집기술로 원하지 않는 쌍의 염색체가 수정되는 것을 막았다. 이 기술로  100% 성별을 결정하는 데 성공했으며 태어난 새끼도 건강했다. 이 기술은 다른 포유류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친다. 유전자 오류로 잘못 태어나 아기 때부터 심각한 고통으로 살다가 죽는 것보다, 매년 수십억 마리의 병아리를 분쇄하여 죽이는 것보다는 더 나쁜 것은 없을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1-27227-2#cit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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