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과학은 정치나 종교보다 더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2019년 말 인류 역사상 최초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되고 인류는 대혼란에 빠졌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많은 기대를 하지만 코로나19의 변이에 꼼짝도 못하고 당하고 인류의 삶 자체가 수동적으로 바뀌었다. 만물의 영장이니 하면서 자만하던 지구상의 한 종은 단세포성 바이러스 하나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인간이 기대할 곳은 과학밖에 없다. 그리고 세계적인 과학저널들이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과학계의 최고 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각각 미국과 영국의 저널이다. <네이처>는 1869년 창간했고, <사이언스>는 1880년 창간됐다. 영국의 <네이처>는 1985년에 미국 뉴욕에 사무실을 냈다. 미국의 <사이언스>는 1993년 영국 학문의 본거지인 케임브리지에 사무실을 냈다. 유료로 판매되는 부수가 1만 부도 안 된다. 인터넷 매체로 되면서 주간지 개념이 사라진 것은 오래다. 과학학술계에는 전문 학술지들이 많다. 화학분야의 <젝스>, 물리학 분야의 <피지컬 리뷰>, 생물학 분야의 <셀>, 의학 분야의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생화학분야의 <저널 오브 케미컬 피직스>, 고전 물리학 분야의 <피지컬 리뷰 레터스>, 신경과학의 <뉴론>이 그것이다. 여기에 실린 논문들이 <사이언스>나 <네이처보>다 더 많은 노벨상을 배출했다. 그러나 전문성은 높을지 모르나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는 따라갈 수 없다. 두 저널은 학술지를 넘어 전 세계의 여론에도 영향을 준다.
1869년 과학저널 <네이처>가 첫 호를 발행하였다. 창간 당시에는 ‘교양 있는 독자에게 최신 과학 지식에 관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점차 학술지로 바뀌었다. 1953년에는 게재될 논문에 대해 편집자가 과학자들에게 직접 질의하는 전통을 만들어 ‘피어리뷰’의 기초가 되었다. 창간호에는 ‘불가지론’이란 말을 만든 생물학자 토마스 헉슬리(T. H. Huxley, 1825~1896)가 ‘자연 : 괴테의 격언(Nature: Aphorisms by Goethe)’이라는 제목의 권두언을 실었다. 그리고 “자연! 우리는 자연에 둘러싸여 있고 포섭돼 있다.: 인간을 자연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은 자연을 넘어설 수도 없다.”라고 선언했다. <네이처>는 찰스 다윈의 논문을 게재하였다. 1925년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고인류의 화석을 아프리카에서 발견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라는 학명을 붙였다는 연구가 <네이처>에 실렸다. 이 논문 이후 고인류학계는 화석인류 연구와 발견에 뛰어들어 인류의 진화상을 밝혀내고 있다.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발표한 ‘DNA의 분자구조(Molecular Structure of Nucleic Acids: A Structure for Deoxyribose Nucleic Acid)’란 제목의 1쪽짜리 논문은 현대 생물학의 시작이자 20세기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1995년 태양계 바깥 외계행성을 최초로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되었다. 이 논문을 발표한 미셸 마요르, 디디에 쿠엘로 스위스 제네바대 명예교수는 2019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이언스>는 창간 이후 십여 년간은 폐간과 재 창간을 반복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사이언스>는 1880년 미국에서 창간됐다. <네이처>가 1869년에 영국에서 창간돼 기반을 닦은 뒤 11년이 지나서였다. <사이언스>는 1882년 3월을 끝으로 파산하였다. 1883년 다시 발행을 시작했지만 1년을 넘기지 못한다. <사이언스>는 창간 당시 <네이처>와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높은 과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게재하려고 했다. 하지만 실용적인 것을 선호하는 미국 사회에서 구독자를 모으기 어려웠다. 편집 방향은 오락가락해졌고 특허와 발명 같은 주제에도 지면을 할애했다. 미국의 문화가 <사이언스>의 성공을 가로 막은 것이다. <사이언스>가 정상화된 것은 1900년 미국과학진흥협회가 인수하여 협회의 공식 저널이 되면서부터이다. <사이언스>는 매주 발행되며 매년 1천여 편이 실린다. 매년 1만여 편이 <사이언스>의 문을 두드린다. 편집자들에 의한 1차 심사와 외부 전문가들의 2차 심사를 거치는데, 심의 과정에 1~2달이 걸린다.
<네이처>는 2018~2019년 기준 학술지 영향력지수(IF)가 43.070로 사이언스의 41.063을 넘으며 과학저널 영향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최고 권위의 과학 저널이다. 여기에 논문을 수록하면 뉴스에 날 정도로 경사이다. 대부분의 과학자가 자신의 논문이 한번만이라도 게재되길 평생소원으로 바라는 과학저널이다. <사이언스>는 종합과학 분야 저널 중 <네이처>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1위인 <네이처>와의 차이는 크지 않아 두 잡지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두 과학저널에는 매주 수십 편의 과학논문이 놀라온다. 그러나 속보경쟁 등으로 터무니없는 논문이 실리는 경우도 많았다. 엄격한 심사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스캔들이 일어났다. 2002년 벨 연구소 헨드릭 쇤(Jan Hendrik Schon)과 2004년과 2005년 황우석이 게재한 논문이 주인공이다. 두 과학저널의 경쟁은 영웅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스타 과학자를 궁지로 내몰기도 한다. 2003년 황우석 교수를 세계적 과학자로 만든 것은 <사이언스>이다. 2005년 <네이처>는 그를 무대에서 끌어내렸다. <네이처>와 경쟁하는 <사이언스>가 논문 특종을 노리다가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