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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an 01. 2022

가소성이라는 인간실존

특별한 업적을 쌓은 인물은 조현병 환자를 가족이나 친척으로 둔 경우가 많다. 아인슈타인과 제임스 왓슨의 자녀는 조현병 환자였다. 본인이 조현병 환자였던 천재도 꽤 많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이자 수학자 존 내시가 대표적이다.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조현병을 앓은 천재는 더 있다. 아인슈타인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의 막내아들 에두아르트 아인슈타인의 비극적 삶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여생을 스위스의 요양소에서 보내다가, 55살이 되던 1965년 10월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이런 사실을 보면 천재성이나 지능은 선천적인 것 같다. 


물론 인간이 가진 기억과 학습능력은 대부분 배워서 획득한다. 뇌에는 선천적 인지기능도 있다. 갓 태어난 아이들도 사물과 사람을 구분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의 시각신경망을 흉내 낸 인공신경망에서 가상실험(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사물을 인식하는 것은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신경망의 초기 구조가 갖추어지면 배우지 않고도 인지기능이 발생한다. 그것은 오랜 진화과정에서 우리 뇌에 ‘장착된’ 기능이다. 인공지능은 학습이 필요하지만 생물학적 뇌신경망의 기능발생은 학습 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언젠가는 인공지능도 생체지능을 따라잡을 수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1-27606-9#citeas


뇌가 올바른 행동을 하고 유용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학습이다. 뇌가 학습을 통해서 유전자의 자기복제에 이로운 행동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는 동안 뇌의 기능과 구조가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는 환경변화에 따라 변이가 일어나 바뀌는데 오랜 세월이 걸린다. 반면 뇌는 유전자에 비하여 빠르게 수정함으로 개체가 환경변화에 적응하여 생존이 가능하게 한다. 뇌의 이러한 유연성을 ‘가소성’이라 부른다. 즉 가소성이란 뇌의 신경계가 환경과 경험에 적응하며 유연하게 변해가는 성질이다. 신경 세포의 모양과 숫자, 신경 세포들 간의 연결 등이 평생 동안 변해간다. 환경 변화의 결과 무언가에 능숙해지는 것이 뇌 과학에서 말하는 학습이다. 가소성의 결과로 인한 변화는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유리한 방향으로 일어난다. 


결국 뇌의 가소성은 개체와 종의 생존과 복제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개체가 후손을 잇고 생존기한이 끝나고 죽으면 뇌도 소멸한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도 결국 체세포이므로, 인간의 뇌에 저장되어 있는 고유한 기억과 지식 또한 그 개체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소멸되고 만다. 개인과 뇌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뇌를 포함하는 체세포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전히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이러한 생물학적인 지식이 우울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가소성이란 그 자체로 삶의 기초이다. 이것이 없다면 이성도, 자유의지도, 사랑도, 학문도 상상할 수 없다. 새해가 오면 독서를 하고 배우고 깨우치는 것이 희망이다.


2021년 1월 1일 첫글.

제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의미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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