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수 Jan 08. 2022

우울증과 자폐증의 원인으로 보는 인과관계의 오류

우울증은 마음의 병인가, 뇌의 병인가, 몸의 병인가. 사람들은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증상이 있는 사람을 보면 ‘마음’의 병으로 생각하며 조언을 한다. 그러나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을 밝혀졌다. 그러나 이를 기초로 항 우울제를 개발했지만 상당수 환자들은 여전히 우울증에 시달린다. 우울증은 몸의 염증 때문이라는 증거도 있다. 에드워드 불모어(Edward Bullmore)의 저서『염증에 걸린 마음』은 재미있게 제목을 지었다. 이렇게 원인을 잘못 짚은 것도 있지만 원인과 결과가 도치된 경우도 있다. 


자폐증과 장내 미생물과도 관계가 그렇다. 지금까지 ‘자폐증인 사람의 장내 세균을 쥐에게 주면 자폐증과 같은 행동을 보인다.’ ‘장내 세균을 이용한 요법이 자폐증 증상을 완화한다.’ ‘자폐증인 사람은 장내 세균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피부 등에는 병균이 아닌 세균 총(bacterial flora)을 형성하고 있다. 자폐아는 반 정도가 변비, 설사 같은 위장장애를 겪는다. 위장장애가 있는 자폐아는 위장장애를 치료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와 장에서 뇌에 보내지는 신호 사이에 매우 강력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자폐증 치료에 이러한 방식을 시도한 것은 신경기능 장애가 뇌보다는 장에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위장장애는 과민성을 유발하고 주의력과 학습기능을 저하시켜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증거도 있다. 장내 세균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자폐증 아동의 성향이 장내 세균의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2021년 연구를 보면 자폐증과 장내 세균 사이에 연관성이 없으며, 600종 이상의 장내 세균 가운데 자폐증과 연관을 보인 것은 1종에 불과했다. 과거 연구에서 자폐증과의 연관성이 지적된 세균도 자폐증과 어떤 연관성도 없었다. 자폐증 아동은 과거에 이미 밝혀졌듯이 식성이 까다롭다. 이들의 성격과 생활을 보면 식성이 까다롭기 마련이다. 식성이 까다로운 아이는 장내 세균 다양성이 부족해 설사 등 장 문제가 잦을 가능성이 있다. 자폐증 환자는 다양하지 않은 식생활을 하며, 이는 다양성이 부족한 장내 세균과 장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자폐증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내 세균 이식 등의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편식하기 쉬운 자폐증 아동의 식생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1)01231-9?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092867421012319%3Fshowall%3Dtrue


폭력적인 게임을 청소년이 많이 하면 커서 사회의 폭력이 늘어난다. 흔한 신문기사이자 상식이다. 과연 그럴까.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가 펴낸『데이터 과학자의 사고법』에 보면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가령 폭력영화를 많이 보면 폭력사건이 늘어날까? 심증은 있지만 쉽게 말할 수 없다. 2011년 분석을 보면 폭력 영화와 폭력 범죄는 반비례했다. 세상의 인과관계는 정밀한 과학의 분석이 요구된다. 물리현상이나 생물학적 현상도 인과관계가 도치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사회현상에 함부로 재단하려는 시도는 가장 위험한 발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소성이라는 인간실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