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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an 11. 2022

장내 미생물이 아니라 미생물계내의 인간이다


나는 화학물질 냄새에 심각한 과민반응을 보인다. 머리가 아프고 숨도 막힌다. 울산이나 여천 화학단지에서는 살 수가 없다. 인간은 외부 위협에 대응해 살아남기 위한 투쟁 속에서 진화해왔다. 맹수뿐만 아니라 미생물은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됐다. 수만 년 동안 수천 종의 감염 균이 인류를 괴롭혔다. 그런데 나같이 화학물질 냄새에 심각한 고통을 느끼고 주사물질에 심각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어떤 진화적인 맥락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 중 절반 이상이 감염질병으로 죽었다고 하니 코로나19의 치사율은 아무 것도 아니다. 또한 미생물과 인간은 오랜 세월 공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미생물 중 일부는 인간 몸속에서 살아남아 자리 잡았다. 이들 장내 미생물은 이젠 병원균의 침입을 막고, 산성 물질을 분해해 소화 작용도 돕고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 몸에는 인간 세포보다 미생물이 훨씬 많으니 인간이 미생물 세계에 세 들어 사는 셈이다. 지구상에도 미생물이 반을 차지하니 인간은 미생물계에서 공생하는 생명이다. 인간의 소화계에는 박테리아들 외에도, 진균, 기생충, 바이러스, 고세균이 산다. 즉, 효모, 곰팡이, 버섯과 같은 생물들이 인간의 장 안에도 살고 있다. 인간이 음식을 먹으면 인간 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들도 나누어 먹는다. 인간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에 따라 당연히 장내 미생물 종류도 달라진다. 


박테리아와 곰팡이(진균류)는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미생물이다. 박테리아는 단세포 원핵생물이고 곰팡이는 다세포가 많으며 진핵생물에 속한다. 곰팡이가 박테리아보다 2~4배 정도 더 크다. 장내 곰팡이는 박테리아보다 숫자가 훨씬 적다. 두 미생물 모두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나 건강과 질병에 중요하다. 박테리아는 항생제나 화학물질 생산, 곰팡이는 맥주나 빵을 만들거나 항생제 생산에 활용된다. 인간의 장내에는 수천 가지 종류의 100조 내지 400조 개의 세균이 산다. 이 중에는 유익한 균도 있지만 유해한 균도 있다. 


코끼리는 하루에 수십 kg의 대변을 본다. 암컷 코끼리가 대변을 보면 새끼 코끼리가 먹어 장내 미생물을 이어받는다. 인간의 아기는 태어나면서 엄마의 산도에 있는 균을 접촉하고, 모유를 통해 균을 흡수하여 장내 미생물을 형성한다. 


아기는 성장하면서 스트레스와 식 습관으로 장내 세균이 달라진다. 음식 중에는 장이 소화할 수 있는 것과 세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흰쌀밥은 소화되지만 현미밥 껍데기의 식이섬유는 미생물이 좋아한다. 이러한 통 곡류나 해조류는 미생물이 좋아하여 장을 건강하게 한다. 이러한 음식을 먹지 않으면 미생물이 대장 점막을 먹이로 삼아 점막이 약해져 염증이 생긴다. 방구와 트림, 설사에 시달리는 사람은 이상 발효를 일으키는 균(Firmicutes), 변비와 설사를 번갈아 하는 사람은 병원성 균, 대장균, 이질균 등이 활발하다. 밤늦게 음식을 먹거나 술을 먹으면 장내 균들 사이의 균형을 무너질 수 있다. 장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틱스 같은 유익한 균을 며칠만 섭취해도 호전될 수 있다. 그리고 인스턴트와 육식보다 통 곡물과 해조류, 유산균이 풍부한 식단을 꾸려야 한다.


장내미생물은 인간 정신과도 관련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장내 세균인 절편 섬유상 세균은 자폐 증상과 관련이 있다. 자폐증인 사람의 생활방식이 장내세균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상관관계가 있다. 우울증과 관련 있는 세로토닌의 대부분은 장내 세균이 만든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장을 제 2의 뇌로까지 생각하고 있어 심지어는 인간의 뇌에 영향을 준다고 하여 호모 박테리아누스라고 까지 말하기도 한다. 


장내곰팡이도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곰팡이가 건강한 장에서 잘 번성하고 있으나, 때로는 장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의 면역체계는 곰팡이들이 해를 입힐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한다. 따라서 면역체계의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곰팡이는 질병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의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722-w


인간이 건강하게 살려면 인간이 세 들어 사는 미생물계에 잘 보여야 한다. 유익한 미생물과 곰팡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함부로 항생제를 남용하거나 가공식품이나 초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건강은 보장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인간의 정신 상태마저 바꾸어 놓는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인류의 정신 상태는 지금 엉망이 되었다. 그들에게 잘못 보이면 인간 종 자체가 멸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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