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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an 12. 2022

연어로 읽는 진화와 지구온난화

어류는 수억 년 전 바다에서 나타났다. 어류 중에서 연어는 인간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생선 중의 하나이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내려가는 태평양 연어는 일생에 오직 한 번 알을 낳고는 모두 죽는다. 이 한 번의 알을 강의 상류에 낳기 위해 세찬 물살과 소용돌이를 거슬러 올라가고 폭포도 뛰어넘는다. 게다가 강에 올라오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몸에 저장된 지방을 사용한다. 강 상류로 올라가다가 곰에게 잡혀 껍질만 먹히기도 하고 인간에게 잡혀 먹힌다. 연어는 알을 낳고 나면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족보존이라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여행을 한다. 인간도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다보면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죽음이 닥쳐서야 실감하니 인간이나 연어나 같은 운명이다. 태평양 연어의 마지막은 비극적이다. 대부분 동물은 번식 능력을 잃으면 활동량이 줄고 금방 죽는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유인원조차 폐경기에 접어들면 활동이 대폭 줄고 여생의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다가 죽음을 맞는다. 유인원의 평균 수명은 고작 35~40년가량이다.


연어에게 네비게이션이 있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올리는 없다. 연어는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여 태어난 곳을 다시 찾아온다고 알려졌다. 감각세포 안 마그네타이트 결정은 자성을 가진 산화철의 일종으로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한다. 연어의 후각 세포 안에는 마그네타이트 결정이 있다. 이러한 유전자는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 길고도 긴 수십억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어류가 수억 년 전에 바다에 나타났지만 이미 그러한 자기감지 유전자를 이전 종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이러한 감각이 수십억 년 전 고대 세균에서 기원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약 20억 년 전 박테리아를 통해 자성 메커니즘이 개발돼 다른 동물에게 전달된 것이다. 미토콘드리아가 박테리아에서 시작돼 다른 생물에게 전달된 것과 비슷하다. 연어뿐만 아니라 자기장을 이용하는 동물에게도 전달되어 진화했을 것으로 본다. 지구상의 생명계는 지금 모두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듯이 길고긴 시간을 공유한다. 우리가 지금을 사는 것은 결코 수십 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https://www.pnas.org/content/119/3/e2108655119


수십 억 년을 이어온 연어의 역사가 지금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 연어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태평양 북서부의 연어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온난화로 인한 빙하 손실이 주요 원인이다. 빙하는 연어가 산란하는 여름 차가운 물의 원천이다. 연어 개체 수의 감소는 생명에 치명적이다. 연어를 주식으로 하는 바닷새, 범고래, 회색 곰, 번식 후 죽은 연어에서 대부분의 영양소를 얻는 강 주변 나무들 역시 위기이다. 지구는 지금 대멸종 중이다. 인간만이 예외일 리가 없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사회가 시들 듯이, 진화에서 배우지 못하는 종은 살아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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