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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도 못사는 인간이 대멸종의 시간에 관심이 있을 리가


화석은 진화의 증거이면서 동시에 멸종의 증거이다. 멸종도 진화의 한 부분이다. 멸종된 매머드나 마스토돈 같은 동물 화석들이 18세기에 발견되면서 과거 멸종(extinction)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1984년 해양생물 화석들을 분석한 결과 다섯 번의 대멸종이 발생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약 4억 5천만 년 전 고생대, 약 3억6천만 년 전 데본기, 약 2억5천만 년 전 페름기, 약 2억 년 전 중생대, 약 7천만 년 전 백악기 대멸종이다. 약 1억 년마다 대멸종이 발생한 셈이다. 대멸종의 주된 원인으로는 운석 충돌, 기후변화, 초 대륙의 형성, 대규모 화산활동 등이 거론돼왔으나 백악기 말 운석 충돌을 제외하고는 그 원인이 한두 개로 압축되지 않는다. 5대 대멸종은 지구 내외부의 복합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 자연스러운 생태계 격변 현상이었다.


대멸종은 시체가 나뒹구는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생물의 종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대멸종(mass extinction)은 여러 종류의 생물이 광범위하고 빠르게 사라지는 현상이다. 대멸종은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70% 이상의 생물종이 완전히 없어진 사건이다. 짧은 시간이라지만 그 기간은 10만~200만년이고, 최대 대멸종은 95%의 생물종이 사라진 페름기 말이었다. 대멸종은 새로운 종 탄생의 기회가 된다.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파충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포유류의 세상이 왔다. 이 두 집단 모두 대멸종 전에는 기를 펴지 못하고 숨죽이며 겨우 살아가던 생물 집단이었다. 멸종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생명의 진화의 역사이다.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통해 바다 속에 추가하는 탄소량이 310기가 톤(gigaton=10억 톤)을 넘어서면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넘어가는 ‘재앙의 문턱’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에 의하면 이 시점은 2100년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2100년까지 바다에 추가될 탄소량은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면 300기가 톤, 인류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500기가 톤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상태로 인류가 살면 2100년 이전에 대량멸종의 문턱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재앙이 바로 그 날부터 발생하지는 않지만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생물 다양성이 갑자기 회복될 수 없는 재앙 수준으로 무너질 수 있으며 이미 붕괴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2100년까지 대부분의 생태 구역에서 73%의 생물 종이 생존에 적합한 기온 범위 밖에 놓이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4도가량 오르면 최소 15% 이상 생태 구역에서 생물 종 5종 중 한 종 이상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온실가스를 억제해 기온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줄이면 피해 구역을 2%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전례 없는 기온 상승은 2030년 이전에 열대 바다에서 먼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호주 대보초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백화현상이 그런 변화를 시사한다. 열대림과 고위도 지역에서는 2050년경에 이런 위험에 당면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생물은 기온이 일정 한계점을 넘기 전까지 한동안은 생존할 수 있지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환경 조건이 갑자기 닥치면 갑자기 붕괴될 수 있다.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남획, 기후변화 등으로 멸종위기종이 늘어나면서 지구 역사상 6번째 대멸종이라고까지 말한다. 21세기 민물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감소 속도가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우리는 단지 수십 년만 살기 때문에 아주 긴 시간동안 일어나는 멸종속도가 느리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6천여만 년 전 백악기 말기 공룡대멸종 때보다 빠르며, 앞으로 수십~수백 년간 일어날 피해를 복구하는 데 수백만 년이 걸릴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이는 유럽지역 민물 복족류(腹足類)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이다. 복족류는 달팽이, 소라 등으로 7만5천여 종에 달한다. 과거 2억 년간 유럽지역의 민물 복족류 화석과 살아있는 복족류 3천387종 자료를 구축해 종의 분화와 멸종 속도, 회복 기간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5차 대멸종 때 민물 생물군의 멸종률이 이전에 연구됐던 것보다 상당히 높았으며 6차 대멸종의 미래 멸종률은 5차 대멸종 때의 1천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100년 뒤인 2120년께 민물생물종의 3분의 1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5차 대멸종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소행성이 떨어지면서 갑작스럽게 시작됐지만 이후 약 540만 년에 걸쳐 멸종이 진행되고, 종을 회복하는 데 690만 년이 걸려 대멸종이 시작되고 다시 종의 탄생과 멸종이 균형을 이루는 데 약 1천200만 년이 소요된 점은 6차 대멸종 전망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21년 말 10년 안에 동식물 약 100만 종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예측이다. 2035년 여름에는 북극의 얼음이 완전히 녹아 북극곰이 멸종할 수 있다. 2022년을 의미하는 한국호랑이는 멸종위기 1급에 속하며, 야생에 남아있는 개체 수는 약 4000마리이다.

https://www.wwf.de/themen-projekte/biodiversitaet/gewinner-verlierer


생물종이 수천만 종에 이른다. 이 예측에 의하면 천년이 지나면 1억 종이 사라진다. 정말로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멸종은 자연재앙이었지만 이번 멸종은 ‘인공’ 재앙이다. 지구상의 대멸종은 인간은 탄생시켰다. 다시 대멸종은 인간 종의 멸종과 새로운 ‘고등’ 동물의 탄생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죽고 죽이는 종교와 이념에 집착하며 자행한 전쟁과 살육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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