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창조론은 한 때 세상은 지금 현재의 모습대로 창조되었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그렇게 믿는 기독교인들이 많다. 그러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이다. 세상은 영원히 변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2022년 스반테 페보(Svante E. Pääbo)가 노벨상을 받았다. 그의 연구는 대단하다. 우리 인간의 몸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혼합되어있다는 사실도 그에 의하여 밝혀졌다. 인간은 백인종, 황인종, 흑인으로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만 년 전에는 백인은 없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되었고 진화된 존재이다. 그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판구조론이 주장하는 대륙의 이동 때문이다. 지구상의 대륙이 합쳐지고 분리되면 촉발된 진화가 인간을 낳았기 때문이다.
지구는 태양계의 암석으로 된 행성들 중에서 유일하게 판구조를 가지고 있다. 판구조론은 지구 표면이 여러 개의 판으로 이뤄져 있고 이 판들의 움직인다는 이론이다. 1915년 독일 기상학자이자 지구물리학자인 알프레도 베게너(Alfred L. Wegener, 1880~1930)가 내놓은 대륙이동설의 발전된 형태이다.
과거 30억 년 동안 지구의 대륙들은 합쳐졌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해왔다. 지구의 대륙은 6억 년을 주기로 뭉쳤다가 해체된다. 약 4억 년 전후 남반구의 곤드와나 대륙과 북반구의 시베리아대륙, 그리고 적도 근처에 있던 ‘유라메리카’(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이 합쳐지기 시작하여 약 2억5천 년 전후에 초 대륙인 판게아가 만들어졌다. 판게아는 다시 갈라지기 시작해 6600만 년 전 공룡이 사라진 후 지금의 대륙 형태를 갖췄다. 바다 역시 하나의 거대한 대양인 판탈라사가 대륙 이동에 따라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으로 갈라졌다.
수억 년 후에는 현재의 대륙들이 다시 뭉쳐 새로운 초 대륙을 이룰 것이다. 다음번 초 대륙이 어떤 형태로 뭉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앞으로 수억 년 후 지각 판의 이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는 ‘아마시아(Amasia)’와 ‘오리카(Aurica)’라는 초 대륙의 등장이다. 아마시아는 약 2억 년 후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이 북극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초 대륙이며, 오리카는 약 2억 5000만 년 후 적도 주변에서 모든 대륙이 합쳐져 형성되는 초 대륙 시나리오이다. 적도에 형성되는 오리카의 경우 평균 기온이 3℃ 정도 더 따뜻해진다. 오리카 대륙의 내륙은 상당히 건조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북극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아마시아는 산악 지형이 많아 평균 기온이 4℃ 정도 낮아진다. 아마시아 대륙에서는 만년설에 물이 더 많이 갇힘으로써 해수면이 낮아지고, 눈이 많이 내려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이 줄어든다. 아마시아 초 대륙이 탄생하면 약 1억년에서 1억5000만년 정도의 빙하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빙하기가 오래 지속되면 생물다양성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극도로 추운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생물 종들이 출현할 수도 있다.
2012년 예일대학 연구진은 지구 북극 인근에서 아시아·아메리카 등의 대륙이 하나로 합쳐진 초 대륙(超 大陸)이 탄생할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질 활동에 따른 대륙판 이동으로 향후 5000만~2억년 뒤 아메리카·아시아·아프리카·호주 대륙이 하나로 연결돼 형성된 ‘아마시아(Amasia·아메리카와 아시아의 합성어)' 대륙이 북극 인근에 자리 잡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먼저 남·북아메리카 대륙이 합쳐져 카리브 해가 사라지고 북극 인근에서 아시아 대륙과 만난다. 아프리카 대륙도 유라시아와 연결된다. 호주 대륙은 북쪽으로 이동해 인도와 일본 사이쯤 붙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남극 대륙만 거대 대륙에서 떨어져 있게 된다.. 2022년 호주 커틴 대학연구팀도 아마시아 대륙을 예측했다. 2~3억 년 후 하나의 대륙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예일대학 주장과는 달리 남극도 합쳐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처음에는 호주와 아시아가 합쳐지고, 이후 아메리카 대륙이 만난다. 이어서 아프리카, 남극 대륙이 모두 모여 아마시아 초 대륙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과정은 2~3억 년 후 완성된다. 다시 지질 활동과 판구조의 이동으로 해체될 것이다.
https://academic.oup.com/nsr/advance-article/doi/10.1093/nsr/nwac205/6726649?login=false
이렇게 먼 미래는 그냥 읽을거리이다. 우리의 짧은 삶과는 무관한 먼 미래이다. 피부에 와 닿는 지금 일어나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구위치파악시스템(GPS) 덕분에 우리는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달팽이와 같은 속도로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사람의 평균 일생 동안 대략 2미터 정도씩 멀어지고 있다. 반면 태평양은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할 때 2m는 무의미하다.
하지만 땅덩어리를 차지하려고 역사 내내 죽고 죽이는 살육과 전쟁을 벌인 현대인에게 중요한 정보는 땅값이다. 지금처럼 대륙이 이동하면 캘리포니아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떨어져나가서 ‘태평양의’ 마다가스카르처럼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캘리포니아의 땅값은 폭락할 테니 그전에 파는 것이 좋다. 모든 것이 현재와 같은 식으로 계속된다면, 대서양은 결국 태평양보다 훨씬 커질 때까지 확대될 것이다. 아프리카가 북쪽으로 밀려 올라가서 유럽에 붙게 되면 지중해는 사라져버리고, 파리에서 캘커타에 이르는 지역에는 히말라야와 같은 거대한 산맥이 솟아오르게 될 것이다. 유럽의 중부지방도 언젠가는 히말라야산맥 같은 고산지대로 변하여 땅값이 폭락할 것이니 빨리(?) 팔아야 한다. 어쩌면 에베레스트 산보다 더 높은 산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북쪽에 있는 섬들과 합쳐질 것이다. 바다에 점점이 늘어선 섬들도 땅값이 올라갈 것이니 사두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모두는 지상에서 이미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