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인간 문명의 발달이 가속화됨에 따라 온난화도 가속화되고 생명체의 진화도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적응에 실패한 동물들은 멸종할 것이다. 사실 인간은 환경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았다. 오랜 옛날 원숭이의 조상은 나무에서 생활했다. 환경이 변화하면서 원숭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대부분 육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고립돼 진화한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와 아메리카 대륙 원숭이들은 나무에서 산다. 영장류도 환경변화로 나무 위에서 땅으로 내려왔고, 인간의 조상도 수백만 년 전 땅 위 생활로 전환했다. 그리고 문명을 이루어냈다.
지구온도가 높아지면 동물의 크기는 작아진다. 1847년 베르크만(Christian Bergmann, 1814~1865)이 주창한 베르크만의 법칙(Bergmann's rule)은 추운 지방에 사는 온혈동물은 체중이 무겁다는 주장이다. 체중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이 작아지므로 체열의 발산이 작아져서 체온 유지에 유리한 것이다. 1877년 앨런(Joel A. Allen)이 주장한 앨런의 법칙(Allen's rule)은 온혈동물은 추운 곳에 사는 경우 귀, 코, 팔, 다리 같은 몸의 말단 부위가 작다는 것이다. 추울 때 체온을 유지하려면 열을 발산하지 않아야 한다. 반면 더워지면 말단부위가 커진다.
온혈동물은 몸의 열을 방출하는데 주로 새는 부리, 포유류는 귀에서 일어난다. 새의 부리와 포유류의 귀는 털이 없어 열 방출에 용이하다. 털이 적은 꼬리나 다리도 열 방출을 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온혈동물들이 적응하면서 부리, 다리, 귀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조류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 앵무새 종들은 1871년 이후 부리 크기가 4~10% 커졌다.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진화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점차 온혈동물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귀 큰 코끼리 덤보처럼 바뀔 것 같다.
북극곰은 바다에서 사는 해양 포유류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해빙(海氷) 위에서 사냥한다. 바닷물이 언 얼음 덩어리인 해빙 위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숨 쉬러 올라온 물개를 사냥한다. 온난화로 인한 해빙이 감소되면서 북극곰이 멸종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생명은 언제나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거나 멸종해왔다. 북극곰은 이미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언 해빙이 없어지자 육지에서 바다로 떨어져 나온 얼음을 이용해 사냥을 하는 북극곰 집단이 그린란드 남동쪽 해안에서 발견됐다. 이들이 멸종할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기후변화로 인한 숲의 감소로 나무에서 살던 원숭이가 땅에 내려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특정 열매만 먹지 않고 다양한 식성을 지닌 종이나 큰 무리 생활을 하는 원숭이는 육상 생활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기후변화로 영장류와 인간의 조상이 땅으로 내려온 것과 유사하다. 어쩌면 이들이 인간처럼 지능이 발달하는 쪽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원시’ 인간이 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기후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영장류가 적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121105119
인간은 어떤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코로나19로 피부로 겪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역력하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전쟁을 벌여 서로 죽이고 죽고, 세계 각국은 경제발전에 온힘을 기울인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과학자들이 ‘열심히’ 큰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이미 수많은 생물들이 멸종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멸종우려는 어쩌면 인간중심적인 사유이다. 환경이 바뀌면 지구상에 살아가는 생명의 종류도 바뀌는 것뿐이다.
현대 인류인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역사가 수십만 년밖에 되지 않는 새로운 종이다. 반면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는 박테리아군은 해변에서 수십억 년 동안 살아온 대선배이다. 지구를 점령한 털 없는 원숭이 우리 인간은 위험한 장난감(핵무기)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별종이다. 이들이 과연 진화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는 갈 길이 멀다.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살아남고 싶다면 자연에서 더 이상 멀어지지 말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