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대학 입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물론 어느 나라나 입시는 중요하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에게 중요한 것은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와 분명한 동기이다. 그러한 의지나 동기 없이 비자발적으로 학원에 끌려 다니면서 틈만 나면 게임과 스마트폰에 몰입한다면 10년을 해도 최선의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 입시 준비에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이런 자발성과 의지 그리고 동기를 가지고 태어난다면 그것을 개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선천적인 기질과 환경의 상호 작용 속에서 기질이 형성된다. 따라서 개발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 우선 동물의 사례로부터 그 점을 이해해보기로 한다.
환경의 중요성은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도 이미 간파하였다. 다윈의 관찰에 의하면, 텅 비어 있는 우리에서 자란 토끼들의 뇌가 자연에서 자란 토키들의 뇌보다 15~30% 더 작다. 그와 반대로 동물들이 풍성한 환경, 즉 가지고 놀 수 있는 물건들이 날마다 바뀌고 친구들과 서로 뛰어놀 수 있는 널찍한 우리에서 사는 경우에는 뇌가 더 잘 자라고 뇌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결합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사람도 출생 후 뇌가 최적의 상태가 되려면 안전하고, 지나치지 않은 정도의 자극이 있는 환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1962년의 연구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 노출된 쥐의 피질 무게를 측정했더니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 있었던 쥐가 평균적으로 조금 더 많은 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험이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한 실험이었다. 1964년에는 매리언 다이어몬드(Marian Diamond)도 포유동물 뇌의 변화를 보여 주는 증거를 제시했는데 앞의 연구와 마찬가지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생활한 쥐가 자극이 빈약한 환경에서 자란 쥐에 비해 대뇌 피질이 더 두꺼웠다.
또한, 1960년대 조지프 알트먼(Joseph Altman, 1925~2016)은 뇌에 새로운 뉴런이 생긴다는 것도 발견했다. 종전에는 뇌에서 신경세포는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고 알려졌었기 때문에 40대 초의 무명의 젊은 학자의 주장에 당시의 과학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국 알트먼은 회의를 느껴 신경발생학을 그만두었다. 그는 2016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과학에서도 종교 도그마 같이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정말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전에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스스로를 새롭게 바뀐다.”라는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의 말처럼 결국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끝없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것은 동기 부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과 관련된 뇌 속 단백질이 그것을 보여 준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지만 인간에게도 시사되는 바가 있다. 쥐는 늘 보던 쥐보다는 새로운 쥐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쥐의 뇌에서 특정 단백질(PTPσ)을 제거했더니 새로운 쥐에 관심을 잃고 익숙한 쥐와 더 시간을 보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습과 기억과 관련된 해마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동기 부여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마가 활성화되려면 다양한 경험과 활동이 요구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현대의 뇌과학은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가소성에 의하여 설명한다. 뇌 가소성이란 뇌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는 개념이다.
뇌 가소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사람은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매리언 다이아몬드(Marian Diamond, 1926~2017) 교수이다.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로 유명했던 메리언 다이아몬드는 1960년대 초부터 뇌 가소성 연구를 주도했다. 메리언 다이아몬드는 사람의 뇌가 경험을 통해 변화할 수 있으며 변화를 통해 새로운 연결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에서도 간단히 소개했듯이 그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를 증명하였다. 가지고 놀 수 있는 많은 장난감과 널찍한 공간, 함께 어울릴 친구 쥐 등 풍족한 환경에서 지낸 쥐와 아무것도 없는 빈 곳에서 지낸 쥐를 비교했다. 그 결과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쥐가 빈곤한 환경에서 지낸 쥐보다 뇌의 크기가 6.4% 더 컸다. 그리고 풍족한 환경 속에 있는 쥐는 중추신경계를 지지해 주는 신경교세포의 수도 실험 전보다 14% 증가했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쥐는 특히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해마세포를 발달시켜 학습 및 기억에 관한 다양한 과제를 더 잘 해냈다. 또한, 뇌의 수상돌기가 더 확장되어 대량의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고 뇌의 혈관도 확장됐으며,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특정 성장 인자 등 뇌 화학 물질의 농도도 증가했다. 결국 이런 요인이 뇌 피질의 발달에 기여했다.
다양한 경험과 활동이 중요한 것은 뇌의 지적인 기능이 일부 영역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발휘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뇌의 일부 영역만이 인간의 지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뇌 영역이 같이 발현이 되어야 고차원의 인지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다.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해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유력한 영역으로 전두엽과 두정엽이 거론된다. 전두엽은 기억력, 사고력 등을 주관하고 다른 영역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한다. 두정엽은 감각정보와 공간인식 등에 관여한다. 또한,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필요한 계산 및 연산기능들을 처리한다.
연구에 의하면, 지능이 높을수록 전두엽과 두정엽의 구조적 연결성도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다양한 뇌 영역들 간의 정보전달이 원활하게 되어야 지능을 높일 수 있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두뇌 개발에 한계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다양한 경험과 활동 그리고 신체운동을 꾸준히 하여 뇌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다양한 경험 중에는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도 중요하다. 이점에서 도시에서의 삶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에릭 와이너(Eric Weiner)의 저서『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2018년 번역출간)는 천재적 업적이 탄생하게 되는 환경으로 ‘도시’를 강조한다. “한 아이를 길러내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천재를 길러내는 데는 한 도시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활동한 아테네, 남송(南宋, 1127~1279)의 도읍이었던 항저우, 예술을 꽃피운 14세기 피렌체, 스코틀랜드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에든버러, 1840~1920년 ‘벵골 르네상스’의 산실이 된 콜카타, 모차르트와 프로이트의 빈, 미래 과학기술 문명이 발화한 실리콘밸리가 그곳이다. 도시가 천재를 낳는 배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문화로부터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은 이점에서 아주 좋은 환경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청소년이 학원으로만 ‘출근’한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9년 말 발발하여 인류를 수년간 괴롭힌 코로나19도 이러한 점을 너무도 잘 보여 주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생후 몇 년 간은 인지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특히 아이가 집안에서만 있고 외부 세계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인지 능력 발달이 크게 더뎌진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태어난 아이들의 평균 IQ는 78정도로 낮다는 연구가 나온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보육원과 학교 등이 문을 닫고 부모들이 재택근무를 많이 하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아이들이 받는 자극이 크게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적·경제적 취약 층 가정의 자녀는 더 낮은 IQ 점수를 보였다. 물론 이 연구 하나로 일반화할 수는 없고, 어릴 때 인지 점수가 낮은 것이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은 바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과 자극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팬데믹으로 아이들이 부모와 놀 시간이 부족하고 학교에 덜 가고 야외 활동이 부족해지면서 신체적ㆍ정신적 능력 발달에 나쁜 악영향을 끼친다. 아이들과 더 많이 놀고, 읽어 주고, 대화하고, 야외활동도 적극적으로 하여야 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2-000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