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암으로 보는 운칠기삼 인생

‘운칠기삼’ 인생: 암에 걸렸어도 수십 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암에 걸리는 원인은 많다. 암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이다. 암 환자가 처음으로 암 진단을 받는 평균나이는 66살이다. 암세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종양으로 자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암은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씨앗이 생기고 조금씩 자란다. 2021년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63세인 백혈병환자는 대략 19세, 34세인 백혈병환자는 9세 때 변이세포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에 변이가 생긴 뒤 각각 44년, 25년이 지나 암이 발병한 것이다. 한 개의 돌연변이 세포는 10년간 100개 정도로 늘었고, 시간이 더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다른 유형의 암 세포의 진화 과정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암은 아주 오랜 세월 자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https://doi.org/10.1016/j.stem.2021.02.001

사실 2020년에 이러한 조기발견 가능성을 여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세포 분열 때마다 유전적 변이가 쌓인다. 변이가 쌓이면 암이 생긴다. 암을 일으키는 유전적 변이는 실제로 암 진단이 내려지기 수십 년 전에 생긴다. 유전적 변이가 수십 년간 서서히 자라 결국 암 종양으로 발달한다. 이러한 사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암 유전체 분석(Pan-Cancer Analysis of Whole Genomes, PCAWG)’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되었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와 의사 등 1300여명이 38개 유형의 암과 관련된 2천658개 유전체를 전수 분석하였다. 그 결과는 23건의 논문으로 작성돼 <네이처>, <사이언스> 등에 발표됐다. 암 종양이 평생에 걸쳐 발달하고, 그 초기에 생긴 변이는 수십 년 후에 종양으로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를 통하여 30개 이상의 암 유형에 대해 개별 유전적 변이가 언제 생기는지 알아냈다. 이 패턴을 풀면 암이 오는 신호를 훨씬 더 조기에 포착하는 진단 테스트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암이 발생하기 오래전에 유전적 변이가 생긴다는 게 이번에 확인됨으로써 악성으로 변하기 전에 변성 세포를 찾아내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



암은 ‘운칠기삼’인가? 노력하면 예방이 가능할까?



상당수의 암 발병은 환경적 요인이 관여한다. 흡연은 대표적인 발암 요인이다. 알코올은 위암이나 식도암, 유방암과 관련된다. 짠 음식은 위암을 일으킨다. 자외선은 피부암을 일으킨다. 라듐, 엑스선, 플루토늄, 비소, 카드뮴, 감마선, 염화비닐, 석면, 미세 먼지, B형 간염 등 발암의 환경요인은 많다. 인류에게 암이 많은 이유는 급변한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석탄, 흡연, 충분한 소금, 라듐, 석면, 미세 먼지, 엑스선 등은 모두 최근에 인류가 접하게 된 물질이다. 암은 척추동물이라면 다 앓을 수 있지만, 아마 문명이 시작된 후 폭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암 발생 원인 중 결정적인 것은 나이이다. 나이가 증가한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이다. 암도 함께 증가하는 것을 보면 죽음이나 암이나 원인은 시간 즉 나이이다.


과거 우연(chance)에 의해 암이 발병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별다른 유전적 요인이 없고 환경적인 요인이 없어도 불운에 의한 암 위험이 전체 암 위험의 3분의 2나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줄기세포의 세포분열이 잦은 곳일수록 암 위험이 높다는 결론이다. 조직 유형이 지니는 평생 암 위험도는 정상 줄기세포들의 세포분열 총 횟수와 강한 상관관계(0.81)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생물학의 기본 메커니즘으로 볼 때 이미 알려진 것이다. 인간의 몸에는 조직부위별로 낡은 세포를 대신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가 있다. 줄기세포가 평생 동안 세포분열을 거듭할 때 DNA 복제 과정에선 우연히 무작위로 오류가 발생하고, 이것이 누적되면 돌연변이 암세포가 생기는 것이다. 이를 분석한 결과 우연과 불운에 의한 암 위험이 환경이나 유전 요인보다 훨씬 더 큰 3분의 2나 된다는 것을 제시한 것이다. 암 위험 중 3분의 1만이 환경 요인이나 유전 기질에 의한 것임을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줄기세포의 평생 세포분열 횟수가 많은 부위일수록 암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결장 조직은 소장 조직에 비해 줄기세포 분열을 4배 이상 더 많이 하여 결장암은 소장암에 비해 훨씬 더 잦다. 폐암에 걸릴 위험은 뇌 암보다 11배 이상 높고 위암 위험보다 8배 높다. 이런 결과는 왜 조직별로 암 발병률이 크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조사대상인 31종 가운데 22종의 암은 무작위 돌연변이의 요인과 암 위험 간의 상관관계가 대체로 잘 들어맞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흡연자 폐암을 비롯해 나머지 9종은 상관관계가 낮게 나타나 무작위 돌연변이의 ‘불운’에 더해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의 영향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기세포 세포분열 횟수로 예측한 것보다 더 높은 위험도를 보인 암은 흡연과 연계된 폐암이나 일광노출과 연계된 피부암, 유전적 증상과 관련된 암이다. 환경과 유전 요인의 영향도 큰 9종의 암은 기저세포 암, HPV-16 두경부 암, 갑상선 여포 암, 흡연 폐암, HCV 간세포 암, 대장 암 3종류이다. 하지만 여전히 암 위험의 많은 부분은 환경과 유전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그런 요인과 암 위험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기존의 많은 연구들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기에, 건강관리와 암 예방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조기검진의 중요성은 훨씬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불운에 의해 암에 걸릴 수 있으므로 암을 조기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위 요인의 영향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대로 ‘암 위험의 3분의 2’나 차지하는지, 즉 수치의 정확성과 그 의미에 관해서는 이번 연구의 파급력으로 볼 때 다른 후속 연구들이 더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결과에 대하여 반론도 있으며, 과학연구의 다른 사례와 같이 이와 관련한 연구와 해석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세포 분열이 일어나면 DNA가 복제되는데 복제는 오류가 발생한다. 염기 하나가 잘못 복제될 가능성은 대략 1.8~2.5에 10의 마이너스 8승을 곱한 수준이다.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누적되면 문제가 생긴다.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기전이 진화했지만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오류 검증은 그 대가가 크다. 돌연변이가 환경 변화에 유용한 적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적당한 수준에서 진화적인 타협이 일어났다. 타협의 결과 일부 개체는 암을 앓는 것이다. 세포는 복제를 많이 하면 암이 생기고, 복제를 적게 하면 일찍 늙고 일찍 죽는다. 타협을 해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특정 조직의 줄기세포가 평생 분열하는 횟수는 암 발생률과 비례한다. 상관계수는 0.8을 넘는다. 60%가 넘는 암이 확률적인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아무리 건강식을 많이 먹고, 깨끗한 곳에 살아도 소용없다.


2019년 암은 대부분 흡연, 음주, 자외선 노출, 공기오염 등 외부 요인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흔히 걸리는 암의 70~90%가 개인의 생활습관 등 외부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연구결과이다. 암이 대부분 ‘불운’ 때문에 생긴다는 선행 연구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학이 발표한 ‘불운 가설’은 암 위험의 3분의 2가량이 줄기세포가 분화할 때 무작위로 생기는 DNA 복제 오류, 즉 돌연변이에 따라 암이 생긴다는 결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연구는 컴퓨터 모델링, 인구 데이터, 유전학적 접근법으로 이루어졌다. 직장암의 75%가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발생하며, 피부암의 86%는 자외선 노출 때문에, 두경부암의 75%는 흡연과 음주 때문에 일어난다고 결론지었다. 몇몇 암은 유전적 돌연변이가 일으키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예방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아직 암을 유발하는 외부 위험요인이 전부 밝혀지지 않았다. 금연, 금주,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 등의 습관은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확률은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아직 잘 모른다. 운명의 신이 우리를 비켜가기를 바랄 뿐이다.


https://blog.naver.com/ksk0508live/222266096803


매거진의 이전글 반려동물은 뇌와 유전자가 좋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