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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뇌와 유전자가 좋아한다


반려 견 키우는 유전자가 있다.


어떤 사람은 개를 싫어하고 어떤 사람은 개를 좋아한다. 같은 사람인데 개에 대한 선호는 극단적으로 다르다. 왜 이렇게 다를까. 물론 유전적 요인이 있다. 쌍둥이를 보면 그런 면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같고 이란성 쌍둥이는 50%가 같다.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동시에 개를 기르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일란성 쌍둥이 여성은 58%, 남성은 52%로 이란성 쌍둥이 여성은 35%, 남성은 30%, 남녀인 경우 2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어릴 때 개를 길러본 사람은 청년기에도 개를 기르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부모와 자식이 유전자가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개를 진화시키고


반려 견은 종에 따라 뇌가 다르다. 오랜 기간 경찰견으로 개량된 도베르만은 시각 및 후각과 관련한 뇌가 발달 돼 있다. 투견으로 개량된 개는 두려움과 스트레스, 불안 등과 연관된 부위가 덜 발달 돼 있다. 사냥개는 시각을 주로 이용해 사냥을 하는 종도 있고, 주로 후각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냥개는 이미 사냥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오랜 기간 개의 품종을 변화시키면서 개의 뇌 구조가 바뀐 것이다. 인간이 동물을 길들이면서 뇌 구조를 변화시키고 진화시킨 셈이다.


인간선택으로 만들어진 반려견의 강렬한 표정


개가 주인을 바라보는 눈에는 피할 수 없는 강렬한 호소력이 느껴진다. 큰 눈망울과 눈썹은 슬픈 표정이나 애원하는 표정 등으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이러한 표정은 늑대나 여우에게는 없다. 개가 인간과 살면서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개가 인간과 하는 소통은 눈빛이나 눈 맞춤에 의한다. 밥이 없거나 물이 없으면 주인을 쳐다본다. 개의 얼굴에는 늑대에 없는 특별한 근육(AU101)이 있어 얼굴 안쪽 눈썹을 들어 올리는 구실을 한다. 이 근육을 들어 올리면 눈이 더 크게 드러나고, 사람이 짓는 슬픈 표정과 비슷한 모습이 돼 사람의 돌봄 반응을 유도한다. 안쪽 눈썹을 자주 들어 올리는 애견 보호소 개일수록 빨리 입양된다고 한다. 표현력이 풍부한 눈썹 근육을 가진 개는 인간이 개를 키우면서 선호해 선택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의 아기나 새끼는 귀엽다. 새끼가 귀엽고 예쁜 것은 포유류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거의 본능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귀여운 모습을 유아도해(乳兒圖解, Baby schema)라고 귀엽지 않은 용어로 부른다. 아기나 아기동물들은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보살펴야겠다는 정서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감정은 뇌 과학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어린 아기나 동물의 새끼를 보면 동기부여에 관련된 뇌의 영역(안와전두피질)에 빠르게 자극된다. 이러한 자극은 만져주거나 돌봐주려는 행동을 유발한다.

https://www.cell.com/trends/cognitive-sciences/fulltext/S1364-6613(16)30042-0?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1364661316300420%3Fshowall%3Dtrue

진화론에 따라 설명도 가능하다. 오랜 시간동안 진화를 계속하면서 아무래도 예쁘게 생긴 아이나 새끼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아이를 더 좋아하는 동물이나 사람이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이러한 동물 새끼에 대한 사랑은 반려동물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들은 인간과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자연선택(인간에 의한 선택)으로 더 사랑스런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개는 주인을 닮는다!


개가 사람을 닮거나 개의 성향이 주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개와 잘 지내는 사람의 개는 사교적이고 똑똑하다. 반대인 경우 개는 불안하고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연구결과로도 확인된다. 50여종, 1600 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산책을 자주 다니고 사교적인 성격의 사람이 키우는 개는 사회성이 높은 반면에, 불안하거나 공격 성향이 있는 개의 주인은 부정적인 성격이 많았다. 개의 성격이 환경적 영향을 받으면서 주인의 개성이 반영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에게 의지하며 사람과 교감하려는 진화론적 배경이 있다. 기존의 학설은 수만 년 동안 인간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하며 먹이를 제공받는 공생 관계가 개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생관계 만으로는 개의 정서적 교감 능력을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개와 늑대는 DNA의 99.9%가 일치한다. 연구에 의하면 개에는 늑대는 없는 사회성과 관련된 3개의 유전자가 개의 6번 염색체에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유전자는 인간이 단맛을 인지하는 유전자와 비슷한 위치에 존재한다. 개는 늑대로부터 길들여지면서 눈꺼풀을 움직이는 근육이 발달했다는 해부학적인 증거가 있다. 눈 주변의 미세한 근육 운동을 통해 개는 늑대에 비해 순해 보이고 감정이 풍부해진 눈으로 진화하였다고 추정된다. 진화론적으로 개의 안면 근육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으며 개와 인간과의 감정적인 유대가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개의 얼굴 근육을 이용한 감정 표현 능력은 인간과 함께 살아왔던 수만 년 동안 발달하여 왔으며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의 표정이 인간과의 감정적인 교감과 생존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해부학적 증거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개에게 인간의 행복하고, 화나고, 공격적인 얼굴이미지를 소리와 조합시키며 개의 반응을 관찰하였더니 목소리와 표정이 일치할 때 개의 집중력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소리와 시각 두 가지 감정 정보를 조합하여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인지 능력이 개에게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개는 인간의 대화 속에서 감정적인 신호를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의미 있는 말과 횡설수설하는 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 ‘리코’(Rico, Border collie 종)라는 개는 4주 동안 단어를 학습시켰더니 200개가 넘는 물건을 식별하였다. 2019년에 죽은 체이서(Border collie 종)는 1000개 이상의 단어와 물건을 식별할 수 있었으며 들어보지 못한 단어를 말하면 낯선 물건과 연계지어 찾아내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https://blog.naver.com/ksk0508live/222259327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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