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중요성은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도 이미 간파하였다. 다윈의 관찰에 의하면, 텅 비어 있는 우리에서 자란 토끼들의 뇌가 자연에서 자란 토키들의 뇌보다 15~30% 더 작다. 그와 반대로 동물들이 풍성한 환경, 즉 가지고 놀 수 있는 물건들이 날마다 바뀌고 친구들과 서로 뛰어놀 수 있는 널찍한 우리에서 사는 경우에는 뇌가 더 잘 자라고 뇌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결합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사람도 출생 후 뇌가 최적의 상태가 되려면 안전하고, 지나치지 않은 정도의 자극이 있는 환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1962년의 연구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 노출된 쥐의 피질 무게를 측정했더니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 있었던 쥐가 평균적으로 조금 더 많은 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험이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한 실험이었다. 1964년에는 매리언 다이어몬드(Marian Diamond)도 포유동물 뇌의 변화를 보여 주는 증거를 제시했는데 앞의 연구와 마찬가지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생활한 쥐가 자극이 빈약한 환경에서 자란 쥐에 비해 대뇌 피질이 더 두꺼웠다.
이점은 반려동물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가축은 야생 동물보다 뇌가 작다. 사람의 보호를 받는 가축은 치열한 생존을 위하여 뇌를 많이 쓸 필요가 없다. 인간이 키우는 ‘영리한’ 반려견도 뇌가 늑대보다 작다. 집 고양이는 야생 고양이보다 뇌가 훨씬 작다. 집에서 살다보니 포식 동물의 위협도 없고, 변화무쌍한 자연이 아니라 평온한 집에서 살기 때문에 복잡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뇌가 필요 없다. 개와 고양이는 인간을 ‘잘 이용해’ 살아가도록 뇌가 발달했다. 반려동물이 보이는 행동이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똑똑해 보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눈에 비친 모습이다. 반려동물은 야생에서만큼 변화무쌍한 생존 문제를 풀기 위하여 머리를 써야할 일은 없다. 보기에 똑똑해 보이지만 뇌는 퇴화한 것이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os.210477
또한, 1960년대 조지프 알트먼(Joseph Altman, 1925~2016)은 뇌에 새로운 뉴런이 생긴다는 것도 발견했다. 종전에는 뇌에서 신경세포는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고 알려졌었기 때문에 40대 초의 무명의 젊은 학자의 주장에 당시의 과학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국 알트먼은 회의를 느껴 신경발생학을 그만두었다. 그는 2016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과학에서도 종교 도그마 같이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정말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전에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스스로를 새롭게 바뀐다.”라는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의 말처럼 결국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끝없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