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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Feb 12. 2022

산을 오르며 생각하는 남세균

지구상의 큰 산과 산맥은 25억 년에 나타났다. 지구에는 흰색 공처럼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서 스노볼 지구(Snowball Earth)로 불린 시기가 있었다. 이런 지독한 빙하기를 끝낸 것이 초대형 소행성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뜨거운 소행성이 지구 표면을 덮고 있던 눈과 얼음을 강타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호주 서부에 있는 야라부바(Yarrabubba) 충돌 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22억2900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 가장 오래된 충돌구로 알려졌던 남아프리카의 충돌구보다 생성 시점이 2억년 앞선다. 이 충돌구의 지름을 70㎞정도이다. 이 충돌구가 생겼을 때 발생한 충격 에너지는 궤멸적인 수준이었다. 지상에 충돌한 소행성이 뜨거운 열을 분출하며 눈과 얼음을 순식간에 수증기로 바꾸어 놓았을 것이다. 수증기는 강력한 온실 효과를 내며 지구가 온화한 기후로 변하기 시작했다. 온화한 지구에서는 생명체가 증식하기 쉬었을 것이다.


지구 대기에 23억 년 전 처음으로 산소가 생겼다. 지구상의 산소는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이 만들었다. 당시 지구는 하루가 20시간이었고 1년은 450일이었다. 산소가 생기면서 바닷물 속의 철을 산화시켜 철광석이 퇴적물로 남았다. 남세균 같은 플랑크톤이 죽어 쌓인 탄소로 구성된 퇴적층은 변성되며 흑연이 된다. 미끄러운 흑연은 지층의 마찰력을 줄여 준다. 흑연의 마찰력은 일반 암석의 30% 수준이다. 대륙이 충돌할 때 흑연이 지층을 쉽게 미끄러져 포개지게 하여 두껍게 쌓여 산을 형성한다. 당시 조산 운동은 지구 곳곳에서 일어났고 그곳이 모두 흑연 함량이 높은 지역이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약 7000만 년 전 충돌하면서 솟아올랐다. 이때 지층이 포개져 쌓여 산이 형성되는 토대는 20억 년 전 형성된 흑연 함량이 높은 미끄러운 지층이다. 강원도 화천의 백립암 복합체도 플랑크톤이 촉발한 산맥의 사례이다. 유네스코 국가지질공원인 강원 평화지역의 화천 백립암 복합체는 양구군 건솔리에서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로 이어지는 암체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등산을 할 때 남세균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는 과학자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3247-021-00313-5


지구역사상 다섯 번의 대멸종이 발생했다. 약 5억 여 년 전의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약 3억 여 년 전의 후기 데본기 대멸종, 약 2억 여 년 전의 페름기 대멸종, 약 2억 여 년 전의 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약 6600만 년 전의 백악기 대멸종이 그것이다. 20억 년 전에도 대규모 멸종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약 20억 5000만 년 전 산소의 양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대멸종이 일어났다. 미생물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서 과도한 광합성으로 산소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미생물이 급격하게 줄었다. 이로 인하여 산소가 급격히 줄어들어 생물들이 멸종한 것으로 ‘대 산화 사건’이라고 부른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1~2억 년 전에 많은 생명체가 있었지만 대 산화 사건이 끝날 무렵에 약 80~99.5%의 유기체가 사라졌다. 대 산화 사건 이후에는 생명체의 규모나 크기가 약 10억 년 동안 매우 작게 유지됐다. 이 사건은 다른 5번의 대멸종과 마찬가지로 주요한 대멸종으로 평가된다. 지구상의 생명의 진화는 많은 경우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거나 악화되는 경우에 촉진되었다. 만일 20억 년 전에 대 산화 사건으로 대멸종이 있어났다면 그것이 진화의 촉매제가 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18억 년 전에 진핵생물이 나타난 것은 이러한 대멸종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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