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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Feb 18. 2022

살이 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


생물학적 존재로서 인간에게 다이어트와 체중조절은 유전자와 뇌라는 커다란 장벽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살을 빼고 싶다고 마음대로 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유전자와 뇌가 우리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2021년 초 한 가수가 42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나왔다. 186cm의 큰 키로 300kg이 넘는 초고도비만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짐작컨대 초고도비만을 가져온 선천적인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 TV 프로그램인 ‘The Biggest Loser’는 수억 원의 우승상금을 걸고 체중 감량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나와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을 추적해보니 6년 후에 보니 거의 모두가 원래 체중으로 돌아갔다. 대부분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 있거나 또는 원래 체중보다 더 많이 쪄 있었다. 게다가 이들의 신진대사 체계가 망가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통계적으로 다이어트에 단기적으로 성공하더라도 95%가 5년 이내에, 그리고 99%가 10년 이내에 결국 체중이 원점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결국 5년 이내에 5%에 남느냐, 다시 10년 이내에 1%에 남느냐는 게임이다. 정말로 어려운 일이고 고통이다.


현대인들 중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청소년비만뿐만 아니라 소아비만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살을 빼기 위하여 배고파도 참아야 하고, 힘들어도 운동을 하여야 하니 사는 것이 고통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운동을 전혀 안하고 실컷 먹어도 살이 안찌고 날씬하고 건강하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하소연 한다. 게다가 과체중이고 비만인 일부 사람들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음식조절을 해도 대부분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요요현상으로 살이 점점 더 찌기도 한다. 제아무리 의지를 가지고 시도해도 살을 빼는 것은 쉽지가 않다. 잘 먹고 별 다른 운동도 안하고 날씬한 사람은 체감하지 못하는 고통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체중조절이나 과체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른다. 체중과 관련하여서도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불평등하다.     


『다이어트는 왜 우리를 살찌게 하는가』의 저자인 신경과학자 산드라 아모트(Sandra Aamodt)는 체중 감량에 실패하는 원인이 뇌에 있다고 주장한다. 다이어트를 시도하면 식욕 관련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서 적게 먹어도 살이 찐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다이어트에 좋다는 자연식품을 위주로 음식량을 줄이고 상당한 운동을 해도 살은 계속 쪽 다이어트는 필연적으로 요요가 동반된다는 주장이다. 5년 내에 95%, 10년 내에 99%가 실패하는 것은 바로 뇌의 문제라는 것이다. 평생에 걸쳐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1%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혹한 운명이자 냉혹한 현실이다.


바로 여기에서 진화론과 유전자 과학에 근거한 다이어트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인간은 분명 생명체이며 오랜 진화의 역사를 가진 생명이므로 인간의 진화와 유전자 그리고 뇌를 알아야 한다. 특히 인간은 다른 동물 종과는 달리 지방이 많다. 호랑이나 사자를 보면 거의 대부분 체격이 비슷하고 비만한 개체는 없다. 인간과 가까운 종인 원숭이나 침팬지도 과체중은 없으며 그것 때문에 고통 받지 않는다. 유독 인간에게만 과체중과 비만이 나타난다. 어찌 보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은 ‘인간’이라는 증거이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지방이 많으며, 인간에게만 비만과 과체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럼 대체 왜 인간에게만 비만이 나타날까 의문이 생긴다. 인간에게 비만이 나타나는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인간이 진화하면서 다른 어떤 동물보다 지능이 좋아져서 뇌에 써야할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은 진화하면서 강한 힘을 쓰는 근육보다 지구력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에너지를 비축하여야 했다. 머리를 많이 쓰고 지능이 뛰어난 인간은 뇌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오래 걷고 뛸 수 있도록 몸에 에너지를 많이 비축하게 된 것이다. 침팬지는 인간보다 강한 근육을 가지고 있지만 지구력이 떨어져서 짧은 거리만 이동해도 곧 지친다. 동물원에 갇혀 사는 침팬지가 과체중이이 되지 않는 것은 선천적으로 일정 수준의 근육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은 근육으로 가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돌리기 때문에, 운동으로 근육질의 몸을 만들어도 일정한 기간 운동을 안 하고 쉬면 근육이 쉽게 없어진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뇌와 지구력을 위한 에너지를 지방으로 비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동물에 비하여 더 지방이 많은 것은 필연적이다. 물론 지나치게 살이 찌면 지구력이 떨어지고 뇌 기능도 나빠진다.


인간이 근육보다 지방을 더 많이 축적하는 것은 절약 유전자 가설로도 설명된다.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의 체지방비율 평균은 6%다. 인간의 경우 수렵채집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도 남성은 평균 10%내외이고 여성은 20%내외로 영장류보다 훨씬 더 높다. 굶주림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도록 진화한 결과다. 여성은 수유 등 육아 때문에 추가로 더 필요하다. 이러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은 현대에 들어 먹을 게 넘치고 몸을 쓸 일이 없어지면서 과체중이 되기가 쉽다. 먹을 것은 많아졌지만 인간의 유전자가 단기간 내에 거기에 맞도록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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