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간 책(제목 미확정) 머리말을 공개합니다.

이 책은 재미로 읽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한가한 시간에 소일거리로 가볍게 읽을 책이 아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손자와 손녀가 있는 조부모, 조카가 있는 이모와 고모, 그리고 청소년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내서 진지하게 읽을 책이다. 자녀와 청소년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우울증이 걸리거나 자살을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정말로 행복하고 잘살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꼭 읽을 책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교육 강국 핀란드 등과 유대인의 교육방식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풀어냈다. 핀란드에서 학교는 즐거운 곳이고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적은 시간 공부하면서도 세계 최고의 학업능력을 보여준다. 유대인은 세계인구의 0.2%밖에 안 되지만 노벨상의 20%를,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생의 20%를 차지하는 민족이다. 핀란드와 유대인 학생들은 잘 놀고 즐겁게 운동하고 충분히 자면서 행복하면서도 학업능력은 세계 최고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많은 청소년이 지나치게 많은 학습시간과 수면부족에 시달리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OECD 27개국 중 꼴찌를 달린다. 청소년 우울증 발생비율과 자살 율은 거의 세계 1위를 달린다. 심지어는 초등학생마저 자살을 하고 있다. 입시와 사교육에 시달린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를 원망하고 언제나 너무 지겨웠고 화가 났으며 대학입시 기간이 지옥 같았다고 말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아이가 ‘헬 조선’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결혼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한다. 청년이 된 아이들은 이렇게까지 말한다. “헬 조선은 저까지만…내 아이가 한국에서 살게 하는 것이 싫다.” 자녀들만 고통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부모들도 함께 고통스럽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까?’라는 점이다. 설령 좋은 대학을 간다한들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이들이 마음껏 운동을 하면서 뛰놀면 신체적으로 건강해짐은 물론 집중력이 좋아지고, 정서적으로도 좋고, 학업성적도 좋아진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점은 유대인 교육만 봐도 명확하다. 유대인은 세계인구의 0.2%밖에 안 된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하버드 대학 입학생의 2~30%를 차지하고 노벨상 수상자도 20%가 넘는다. 유대인의 교육은 잠을 줄여가며 공부시키는 것이 아니라 휴식이 중심이다.『탈무드』에는 “영혼까지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잠을 자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아무리 시험이 닥쳐도 잠은 푹 자도록 생활화되었다. 어느 누구도 밤새도록 공부하라고 강요받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자란 청소년은 행복하고 건강하며 위대한 학자들과 기업가가 되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심의에서 “한국의 공교육의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경쟁만이 목표인 것 같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정규 수업 시간은 세계 1위이고, 사교육도 가장 많이 한다. 심지어는 유치원도 가지 않은 아이들도 외국어를 배우고, 유아기부터 외국어뿐만 아니라 수학과 과학까지 선행학습을 시작한다. 선행학습이 필요 없고 오히려 해가 된다는 교육전문가나 과학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시키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는 불안감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은 컴퓨터가 같은 기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정보를 입력시키면 자동적으로 처리하는 기계가 아니다. 아이의 뇌는 커가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말하자면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단지 지식과 정보만 저장시키는 ‘장치’가 아니다. 따라서 사교육으로 일방적인 지식전수만 해서는 제대로 지적 능력이 개발되지 않는다. 또한 컴퓨터나 기계와는 달리 인간에게는 감정과 의지가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려는 동기가 있어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 타율적으로 사교육 입시 공부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하고 고통을 주어 흥미를 잃게 하고 타고난 재능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최재천 교수는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새가 나는 걸 가르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느냐?’ 어미 새는 ‘이렇게 날아라!’ 혹은 ‘저렇게 날아라!’하면서 새끼 새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그냥 어미 새가 여기서 저기로 ‘후루룩’하고 날아간다. 그걸 보고서 새끼도 따라 한다.…서부 아프리카의 침팬지도 마찬가지이다. 어미는 돌로 쳐서 깨 먹는 걸 새끼에게 보여준다. 새끼도 아무 돌이나 주워서 따라 한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진 않는다. 견과류를 올리는 받침돌도 처음에는 평평하지 않은 걸 고른다. 그래서 열매가 자꾸 굴러서 떨어진다. 여기서 어미 침팬지의 태도가 중요하다. 새끼가 제대로 못 한다고 절대로 짜증을 내지 않는다. 보다가 답답해서 대신 견과류를 깨주지도 않는다. 대신 무한한 인내심으로 새끼와 함께할 뿐이다. 제대로 못 한다고 새끼를 내치는 법도 없다. 자식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아름다운 방황과 따뜻한 방목’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특강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황하라!’고 말한다. 그냥 방황하지 말고, 아주 열심히 방황하라고 한다. 그걸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으라고 말한다. 아이가 스스로 방황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 그걸 ‘방목’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방목을 하되, 따듯한 방목이 필요하다. 무작정 하는 방목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조금 넉넉한 길이의 줄이 필요하다. 고작 1미터짜리밖에 안 되는 것 말고. 아이를 꽉 붙들어 매지 말고 넉넉하게 매 놓았다가 행여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줄을 당겨야 한다. 관심을 갖되 안 보는 척하며 곁눈질로 항상 주시하라는 거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갑을 채워서 다니는 것 같다. 그건 방목이 아니라 사육이다. 나무에서 떨어져 본 새끼가 가장 먼저 날게 된다. 아이가 겪을 시행착오와 고통이 ‘독’이 아니라 ‘약’이 된다.”(중앙일보, 2021.2.9. 최재천교수 인터뷰 기사 편집).


김형석 교수의 교육에 대한 언급도 최재천교수의 생각과 같다. “자녀교육에 핵심이 있습니다. 그건 부모가 아이의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자유를 구속하는데, 어떻게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자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는 곧, 선택입니다. 아이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이걸 해! 저걸 해!’가 아니라 ‘이런 게 있고, 또 저런 게 있어. 너는 어떤 걸 할래?’ 이렇게 선택의 자유를 줘야 합니다. 저는 강연을 할 때 ‘이건 이렇습니다. 저건 저렇습니다. 나는 이렇습니다. 내 친구는 보니까 저렇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선택은 여러분이 하세요.’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자식이 아주 어릴 때는 보호해줘야 합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다닐까요? 사춘기까지입니다. 아이를 앞세우고 부모가 뒤에 갑니다. 선택은 네가 해라. 자유는 선택의 기회를 갖는 거니까.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하니까. 이러면서 말입니다. 저는 거기에 사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중앙일보, 2021.2.17. 김형석교수 인터뷰 편집).


이 간결한 두 석학의 인터뷰는 자녀교육의 핵심을 명료하게 말한다. 이 책은 두 석학의 언급을 과학 관련 논문을 근거로 왜 그렇게 교육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녀교육을 어떻게 할지에 대하여 썼다. 필자는 무엇이 정말로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정말로 잘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인지 과학적 근거를 하나씩 하나씩 제시하며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사회적인 통념을 정리한 것이 아니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 톱 과학저널과 인문사회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 300여개의 해석과 이해를 기초로 정리하고 분석하여 종합한 책이다. 이 책이 교양서라는 성격상 그러한 논문의 출처를 밝히지 못한 점이 아쉽다.


어려운 출판시장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교육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으로 필자의 책을 출판하기로 결정한 광문각출판사 박정태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또한 이 책의 출간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을 준 이명수 이사님 그리고 편집부에 감사함을 표한다. 책을 쓰는 것 그리고 출판에 관하여 폭넓게 조언을 해준 대학동기 김길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특히 필자의 원고 모두를 읽고, 의견을 주고, 글자 하나하나에서 문단편집까지 도움을 준 막내 처제 박은경에게 감사를 드린다.


30여년을 필자의 일과 삶에 통찰을 준 아내 그리고 아들과 딸, 며느리에게도 사랑을 전한다.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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