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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r 07. 2022

여자가 남자가 왜 더 오래 사는가? 읽어보고 판단하세요


여자는 남자보다 오래 산다. 대부분의 동물도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산다. 사육 동물에서 암컷의 수명이 수컷보다 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야생 동물에서도 처음 확인됐다. 101종의 포유류를 조사한 결과 60%가 암컷이 수컷보다 수명이 길다. 포유류 101종 134집단을 조사한 결과 암컷은 수컷보다 수명이 18.6% 길었다. 이는 인간의 남녀 수명차이 7~8%보다 큰 수치이다.


역사적으로 남녀 간 수명 차이는 여성이 일방적으로 우세하지는 않았다. 20세기 들어 수명이 길어지면서 여성 수명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 것이다. 21세기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남녀 평균수명 격차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2015년에 전 세계에서 태어난 아이의 평균 기대수명은 71.4세이다. 남자아이는 69.1세, 여자아이는 73.8세로 4.7년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1985년에는 8.6세 차이, 2015년에는 남자 78.8세, 여자 85.5세로 6.7년 난다. 우리나라에서 2020년 남자는 80.5세 여자는 86.5세로 6세 차이로 줄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7년 정도의 격차를 유지하다 최근 들어 6년 정도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2017년 기준 82.7년이다. OECD 평균인 80.7년보다 2년 길다.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2017년 기준 남자는 79.7년 여자는 85.7년이다(2017). 


백세인 남녀비의 세계적 평균은 1:7~8 정도, 선진국의 경우는 1:4~5 정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백세인 남녀비가 1:8 정도로 개선됐다(2019). 여전히 100세 이상, 105세 이상 등 초 장수 연령으로 올라가면 여성 비율이 높다. 


남녀 수명 격차는 지역과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10년 이상이 벌어지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남녀 간에 수명 차이가 거의 없는 지역도 있다. 남녀 수명 격차가 큰 대표적인 지역은 구소련 연방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11.6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도 모두 남녀 간에 10년 정도 수명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녀 수명 차이가 큰 나라에는 르완다, 시리아, 엘살바도르, 베트남 등이 있다. 모두 극히 가난하거나 전쟁을 겪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말리는 기대수명이 남성 58.2세, 여성 58.3세로 성별 격차가 0.1세 정도에 불과하다. 부탄, 시에라리온, 기니아, 바레인, 니제르, 파키스탄, 이란 등도 남녀 간 수명 차이가 1~2년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지역은 대부분 평균수명이 짧으며 경제적으로 가난하다.


거주지의 물리적인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평야 지대보다는 중 산간 지역의 수명이 길다. 우리나라에서 남성이 장수하는 지역은 주로 지형이 험하고, 춥고 강설량이 많은 곳이었다. 여성이 장수하는 지역은 지형이 험하지 않고 비교적 온난한 기후를 갖고 있었다. 일본의 장수 지역인 오키나와는 기후가 따뜻하고, 남성 장수 지역인 나가노 현은 산악지역으로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사회 환경이 생활 패턴에 영향을 주고, 이에 대응하는 남녀의 서로 다른 행동 양식이 수명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남녀 간에 수명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난제이다. 많은 과학자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수명 격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다. 


우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보다 생체 보호 기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은 면역시스템을 억제한다. 이것이 많은 생물종에서 수컷이 암컷보다 질병에 더 시달리고 사망률이 높은 이유이다. 에스트로겐은 항염증, 항산화 기능과 면역증진 기능을 갖고 있다. 남성은 내장비만이 많고, 여자는 피하 지방이 많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때문이다. 내장비만은 피하비만보다 건강에 안 좋다.


여자의 월경이 체내 철분을 감소시킴으로써 철분에 의한 유해산소 발생을 억제해 장수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세포 내에서 호흡, 에너지 생성, 대사, 유전자 제어, 세포 사멸 등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로 유전한다. 미토콘드리아도 여성 수명 우세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여성은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 사이 소통을 담당하는 신경망인 뇌량 크기가 남성보다 10% 정도 더 크다. 그 덕에 여성은 양쪽 뇌를 원활하게 사용해 환경 적응력이 높고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며, 뇌가 손상됐을 때 복원도 상대적으로 잘된다는 가설이 제안되고 있다. 


여성의 경우 X염색체가 쌍으로 있다. 따라서 DNA 손상 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유전자 이론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성은 X염색체가 두 개 있어서 둘 중 수명 연장에 유리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에 남자는 X염색체가 하나뿐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남자가 수명이 짧고 암 발생률도 높은 것은 남성에게만 있는 성염색체인 Y염색체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70~80대 노인 1153명에게서 채취한 DNA를 분석한 결과 세포에 Y염색체 소실이 심하면 암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의 수명 차이를 유발하는 사회적인 요인도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전쟁, 격투 및 과격한 상황에 더 자주 노출되고 생활 습관 면에서 상대적으로 흡연과 음주 빈도가 높은 것도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데 대해 여러 이론이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힘든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근대 산업화 이후 노동의 성차이가 크게 줄어들면서 설명력이 떨어진다. 


종교도 영향을 미친다. 이슬람 문화권은 남녀 수명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다. 남자는 금주하고 매일 다섯 차례씩 코란을 외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중국 신장성 지역은 남성 백세인 비율이 여성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에 속하면서도 이슬람문화를 지키고 사는 신장성 주민의 특수성은 생물학적 요인 외에 문화적 요인이 장수 여부를 결정짓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신체활동도 중요하다. 백세인의 남녀 비율이 거의 같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지방 남성들 또한 신체 활동이 많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매일 산에 올라가 양을 키우면서 산다. 


여자가 오래 살지만 남자보다 질병이 많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살지만, 장수인 사이의 건강 상태를 비교할 경우 남성이 상대적으로 더 좋다. 여성이 병원을 더 자주 방문하고 통증도 더 많이 생긴다. 이를 여성 패러독스(Female Paradox) 또는 수명질병 패러독스(Mortality-Morbidity Paradox)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남자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다. 남자는 여자보다 더 많이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아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은 크다. 남자들은 백신도 덜 맞고,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에서도 여자보다 덜 하는 편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잘 준수하지 않는 편이다. 백신도 여성보다 덜 접종받는다.


백세를 사람들은 매일 무언가 일을 하고 움직인다. 또한 주위 사람들과 교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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