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수 Mar 08. 2022

진화론으로 말하는 미역과 김을 좋아하는 한국인


식이섬유가 포함된 나물, 채소나 과일류는 장 안에서 ‘보약’의 역할을 한다. 사과를 먹더라도 껍질째 먹으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인 펙틴을 추가로 섭취하게 된다. 펙틴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장 세포를 튼튼하게 하고 비만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과일을 껍질과 먹어야 좋다는 것은 장내미생물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장내미생물이 인간의 식습관을 변화시키고 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이나 영양성분이 실제로는 장내 미생물 덕분인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포도에서 추출한 폴리페놀(polyphenol)을 쥐에게 먹이면 장내 세균(Akkermansia)의 양이 증가하여 몸의 염증을 줄여주고 비만과 당뇨도 막아준다. 포도를 먹으면 장내 세균이 늘어 건강에 좋은 것이다. 


해조류는 칼슘 등 미네랄과 비타민, 항산화 물질이 많고 단백질 함량도 많아 건강식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늘 미역이나 다시마를 즐기지만 서양 사람들은 잘 안 먹는다. 그들의 조상이 오랜 세월 먹지 않아 소화를 못시키기 때문이다. 먹고 싶어도 소화가 잘 안되어 잘 안 먹는다. 우리나라와 일본, 바닷가 가까이 사는 중국인 등 동아시아 사람은 수천 년 전부터 해조류를 먹었다. 해조류를 섭취하는 식습관은 북미 해안지역과 아이슬란드 등에도 일부 남아있다. 동아시아 사람이 해조류를 잘 소화시키는 것은 장내 세균이 해조류를 소화해 섭취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식물의 섬유질은 대장균이 분해해 인간이 흡수하는 영양분으로 바꾼다. 해조류의 섬유질은 육상 식물과는 화학구조가 많이 다르다. 식물 섬유질을 분해하는 장내 세균은 해조류의 섬유질을 분해하지 못한다. 바다에는 해조류를 분해하는 세균이 많다. 해조류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효소 분비 유전자가 사람의 장내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옮겨왔다.


일본인의 장에서 김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장내세균이 발견되었다(2010년). 이 발견으로 한 때 세계에서 일본인만이 해조류를 분해하는 유전자를 가졌다고 잘못 알려졌다.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08937#citeas


중국인의 장내세균에서도 해조류 분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연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도 그런 유전자를 가졌을 것이다. 


바다 속의 분해세균과 해조류를 먹어서 분해 세균으로부터 장내 세균으로 유전자가 ‘수평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장내세균인 후벽 균도 해조류의 다당류를 분해하는 유전자를 획득한 것으로 밝혔다. 후벽 균은 물고기 창자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해조류 분해 유전자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4차례에 걸쳐 해조류 분해 유전자가 인간의 장내세균으로 이동하였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1931312822000877?via%3Dihub


음식 문화나 인간 문명이나 진화의 역사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자가 남자가 왜 더 오래 사는가? 읽어보고 판단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