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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r 13. 2022

남녀 차이 이런저런 이야기


부부가 같이 장을 보려면 ‘각자’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아내는 사지도 않을 물건을 보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아내의 눈으로 보면 남편은 물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빨리 사자고 보채는 아이와 같다. 과학자들은 남녀의 쇼핑 습관 차이는 원시시대 수렵 채집 사회에서 일어난 성 역할 분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심지어 뇌도 그에 맞춰 다르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사슴을 사냥할 때는 사슴만 보고 쫓지 주변의 작은 새는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체력 소모를 줄이고 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 사냥에 익숙해진 남자는 마트에서도 필요한 물건을 사고 가능한 한 빨리 나오는 길을 찾는 것이다. 여성에게 물건 고르기는 채집과 같다. 딸기를 따다가 떨어진 밤을 보면 이것도 주워 담아야 한다. 덜 익은 버섯도 수시로 살펴 언제 따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원래 사려던 물건 외에 다른 물건을 보는 습관도 그때 생겨났다. 물건을 빨리 찾고 살지 말지 판단이 빠른 것도 원시시대 채집을 할 때처럼 다른 물건을 사러 왔을 때 이미 살펴본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남녀가 사냥꾼과 채집자로 역할을 나누면서 뇌도 다르게 진화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남성의 뇌는 운동과 공간 지각력이 뛰어나게 발달했고, 여성의 뇌는 언어와 직관력이 우수한 쪽으로 발달했다. 모든 뇌 기능은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신경세포 사이를 오가는 액체의 흐름을 지도로 나타낸 것이 ‘커넥톰(connectome)’이다. 전체(ome) 신경세포들의 연결(connect)을 뜻하는 말로 일종의 뇌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남성은 좌 뇌면 좌 뇌, 우뇌 면 우뇌 한쪽 뇌에서 앞뒤로 연결된 형태가 많았다. 뇌의 앞쪽은 근육을 조절하고 뒤쪽은 지각력에 관여한다. 남성은 이 두 영역의 연결이 많아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 공간 지각력도 뛰어나 지도를 잘 읽는다. 사냥꾼에 적합한 뇌인 것이다. 여성은 논리적 사고를 하는 좌 뇌와 직관을 담당하는 우뇌를 동시에 써 내게 맞는 물건을 택하는 것과 같은 직관적인 판단에서 남성을 압도한다고 볼 수 있다. 상대 감정을 읽는 데도 뛰어나 말 못하는 아기를 잘 돌본다. 좌·우뇌를 동시에 쓰다 보니 아이 공부를 봐주며 저녁을 차리는 식의 동시 작업 능력이 발달했다. 채집자는 딸기를 따면서 아기를 돌봐야 했다. 마트에서도 남녀는 다를 뿐이지 어느 쪽이 틀린 게 아니라는 말이다(조선일보, 2016.3.3. 편집).


하는 일에 실패하면 남녀 간 반응이 다르다. 여성은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반면, 남성은 문제점을 외부 요인에서 찾는 경향이 크다. 여학생들은 학업 성적이 떨어졌을 때 자신의 재능 부족을 탓하는 경향이 많다. 반면 남학생들은 ‘운이 나빴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더 짙다. 남자는 여자보다 더 똑똑하다거나 선천적으로 재능이 좋아야 한다는 ‘젠더’ 고정 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m3689


여성이 통증에 약하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통증 역치를 낮추어 통증에 더 민감할 수 있다. 수컷 쥐에게 에스트로겐을 주입해 보면 통증에 민감하다. 반면 암컷 쥐에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면 통증이 줄어든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신경 수용 체를 가지고 있다. 이는 통각 신호를 전달하는 수용 체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여 통증에 더욱 민감하다. 문화적 요인도 있다. 남자는 남자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통증을 참아야 하는 강박감이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이 2~3배 많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우울증이 있으면 통증을 많이 느낀다. 통증 환자의 우울증 발생률은 10~87%로 보고되고 있으며, 우울증 환자의 통증 호소 또한 27~100%로 높다. 통증과 관련된 뇌 영역이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과 일부 겹친다. 또한 일부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통증 인지에 관여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도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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