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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r 12. 2022

코로나19와 유전자 그리고 네안데르탈인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3번 염색체의 ‘3q21.31’ 유전자 영역과 9번 염색체에서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영역(9q34.2)이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9번 염색체 영역은 상반된 연구가 있어 중증 코로나와 관련이 있는지 논란이 있고, 3번 영역은 이견이 없다. 이후 중증인 사람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나왔다. 3번 염색체의 유전자 영역(3q21.31)이 약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현생인류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인에게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네안데르탈인이 인간에게 물려준 유전자가 코로나19 증상을 2~4배 더 심하게 한다는 또 다른 연구도 있다.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은 ‘DPP4’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증상이 심했다.


인간에게 전달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중 3개는 코로나 중증 위험을 22% 낮춘다는 연구도 나왔다.우리 인간은 3번 염색체보다 12번 염색체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더 많이 갖고 있어 코로나를 막는 효과가 더 크다. 3번 염색체에 코로나 증세를 악화시키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오늘날 8명 중 1명 정도이다. 반면 12번 염색체에 코로나 중증을 막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유라시아와 미주 대륙에서 30%에 이른다. 12번 염색체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 것은 진화과정에서 유리한 형질이 많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 이루어진 것이다. 12번 염색체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2만 년 전에는 10%, 1만 년 전에는 15%, 300~1000년 전에는 3분의 1로 증가했다.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유전물질로 RNA를 가진 바이러스를 공략하는 면역 유전자 변이를 많이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았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조상보다 RNA 바이러스에 더 많이 시달렸음을 암시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중증이 되거나 죽음에 이르는 사람은 유전적 요인이 많다. 2022년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을 높이는 변이 유전자 16개가 확인됐다. 예를 들어 면역 체계 신호전달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인터페론 알파-10’을 파괴하는 유전자 변이는 코로나19 중증 위험을 증가시킨다. 인터페론은 면역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내는 단백질이다. 혈액응고 제8인자의 구성을 제어하는 유전자 변이도 코로나19 중증과 관련이 있다. 8인자의 유전 변이는 피가 잘 멈추지 않는 병인 혈우병을 일으킨다.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혈액 응고가 과도하게 일어나는 응고장애를 겪는다. 감염 후 폐의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백질인 ‘GM-CSF’의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경우도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576-6


우리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과 아이를 낳으면서 물려받은 유전자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 자신이 어떤 유전자를 가졌는가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는 자연선택에 의하여 생사가 결정될 뿐이다. 물론 백신개발과 접종, 거리두기 등의 노력을 통해 살아남을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우리는 반쯤의 자유의지를 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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