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리듬이 활동하게 하는 것은 빛이다. 낮에는 빛이 망막을 통해 뇌 중앙의 송과체로 들어온다. 송과체에 있는 시계 유전자는 이를 감지하고 낮임을 안다. 이를 통해 신체 주기를 24시간에 맞춘다. 그래서 잠잘 때 최대한 어둡게 하는 게 좋다. 창문을 검은 커튼으로 하고 자면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빛에 반응하는 생체 시계인 햇빛 시계(light clock)뿐만 아니라 식욕을 따르는 생체 시계인 음식 시계(food clock)도 있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 때맞추어 밥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생체 시계와 음식 시계는 보통 조화롭게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빛 시계가 이상이 생기면 몸은 음식 시계에 맞춰 생체 리듬을 조절한다. 그래서 해외여행으로 시차적응이 안될 때 현지시간에 맞추어 음식을 섭취하면 생체 리듬이 빨리 회복될 수 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생체 리듬은 먹는 것에 맞춰서 바뀐다. 그래서 장거리 해외여행에서 비행기에서 안 먹으면 더 빨리 시차에 적응이 가능하다.
재밌는 것은 성인의 평균적인 일주기는 24.18시간으로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24시간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은 몸 안에 생체 시계 튜닝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체 리듬은 매일 미세하게 변화하고, 사람마다 고유의 생체 리듬이 있다. 생체 리듬은 당연히 유전자에 반영되어있다. 아침 형의 사람은 오전에 주의력이 높고 저녁형은 오후부터 집중력이 높아져 오후 6시 이후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늦잠을 자는 사람도 유전자 때문이다. 잠을 많이 자게 하는 유전자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매일 11시간씩 잤다. 어떤 사람은 하루 8시간이나 잤는데 피곤하지만 어떤 사람은 하루 4시간만 잤는데도 쌩쌩하다. 유전적으로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2009년 잠을 아주 적게 자고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사람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런 사람은 선천적으로 적게 자고도 정상적으로 살아 ‘Natural Short Sleeper’라고 불린다. 이들에게는 12번 염색체에 있는 ‘DEC2’라는 유전자에 아주 미미한 하나의 변이(C염기가 G염기로 대체 변이)가 있다. 단 한 개의 염기쌍 변화로 적게 자고도 수면의 질은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도 발견되었다. DEC2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을 정상인의 수면 시간을 기준으로 약 1~2시간 정도 감소시킨다.
발견된 또 다른 ‘ADRB1’ 유전자 돌연변이의 경우 하루 평균 약 3~4시간까지 수면의 길이를 줄여 주는 유전자 돌연변이다. 2019년에는 약 400만 분에 1의 확률로 나타난다는 ‘NPSR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사람이 보고되었다. 이들은 총 수면 시간이 짧아짐에도 수면부족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 등의 문제조차 겪지 않는다. 이들은 낙천적이고, 활력이 넘치고, 멀티태스킹(multi-tasking)에 능하고, 통증에 강하고, 시차에 더 쉽게 적응하며,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22년에 관련된 유전자 5개가 또 확인되었다. 이런 사람은 잠자는 시간이 적어도 치매가 나타나지 않는다. 절대적 수면시간이 건강 수면시간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https://www.cell.com/iscience/fulltext/S2589-0042(22)00234-6#%20
여러 연구로 수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사람마다 수면패턴이 달라 다른 사람의 수면 패턴을 따라 맞추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고유한 생체 리듬과 최적의 수면 시간을 따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 유전자의 비밀이 밝혀져서 적게 자고도 더욱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신기술이 나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