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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r 25. 2022

생명의 흔적이 남아있는 다이아몬드

캄브리아기 말기에 다양한 껍질 생물들이 출현하는데, 이를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이라고 부른다. 왜 갑자기 다양한 생명이 폭발적으로 출현했을까. 우선 빙하의 차가운 지구가 어떻게 생명체가 살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는가를 알아야 한다. 얼음으로 뒤덮인 지구는 엄청난 양의 열을 반사시킬 것이기 때문에 영원히 얼어붙은 상태로 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생명도 인간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빙하를 녹여준 것은 지구의 뜨거운 내부에 있었다. 우리 인간이 존재하게 된 것은 지구가 가진 판구조 덕분이다. 뒤덮인 표면에서 터진 화산이 엄청난 양의 열과 기체를 쏟아내면서 얼음이 녹고 대기가 다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런 초저온 상태의 끝이 생명의 역사에서 봄에 해당하는 캄브리아 번성기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5~6억 년 전 일어난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은 오늘날 발견되는 킴벌라이트라는 암석의 구성 물질에도 반영되어 있다. 킴벌라이트는 다이아몬드의 모암이다. 킴벌라이트라는 이름은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산지인 남아프리카 ‘킴벌리’에서 유래했다. 킴벌라이트는 지구 깊숙한 곳의 마그마가 급격히 분출되면서 굳어져 만들어지는 화성암이다. 킴벌라이트는 탄소 동위 원소 비율이 2억 5천만 년 전을 기준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억 5천만 년 전보다 더 오래된 것은 맨틀의 평균 추정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나, 2억 5천만 년 전 이후로 만들어진 것은 탄소동위원소 비율에 두드러지게 낮다. 킴벌라이트는 바다 아래에 쌓인 해저 퇴적물이 섭입대를 통해 해양지각과 함께 맨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가, 최소 2~3억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지구 표면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즉, 2억 5천만 년 전에 지표로 드러난 킴벌라이트 암석은 그보다 2~3억 년 전인 약 5억 년 전의 해양퇴적물이었다. 5~6억 년 전 지구에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있었다. 이전과는 달리 생명체들의 흔적이 해저에 쌓이면서,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이 낮은 유기물이 대거 유입되었다. 약 5억 년 전 지구 생태계의 대변혁이 지구 깊숙한 맨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j1325



자신이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다면 탄소동위원소의 비율을 측정해볼 일이다. 그 비율이 낮다면 5~6억 년 전 생명대멸종의 역사가 녹아있는 다이아몬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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