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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MBTI 그리고 과학적 소양

2020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펜데믹’이 선언되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죽고 인간 사회는 대혼란을 겪었다. 이것은 과학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고 과학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하게 하였다. 2020년 독일에서 실시한 조사를 보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과학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상승하였다. 특히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과학을 더 신뢰하였다. 반면 교육 수준이 낮고 수구적인 사람들은 과학을 신뢰하지 않아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과학에 대한 신뢰도는 교육 수준이나 지적 수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쓴 2020~2021년 미국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인 중 48%가 과학을 크게 신뢰하지만 정치적 성향에 따라 크게 달랐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과학에 대한 신뢰도가 64%이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34%로 절반 수준이다. 2018년에는 민주당 51%이고 공화당이 42%였었는데 크게 벌어진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 백신 접종비율이 주요 7개국(G7) 중 꼴찌인 반면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도는 선진국 중 낮은 관심도를 보인 미국의 63.3점과 비교해도 매우 뒤처져 있다. 2020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과학에 대한 관심도는 100점 만점에 성인은 46.9점, 청소년 57.1점이다. 새로운 과학에 대한 이해도는 더 낮다. 청소년은 44.6점으로 나왔지만 성인은 36.5점으로 낙제 수준이다. 학교를 떠나고 나면 과학책을 읽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더 심각한 것은 ‘과포자’ 즉 과학을 포기하는 청소년도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중학생의 경우 과학 수업을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10%가 넘는다. 게다가 과학 과목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지나치게 입시위주로 치우친 교육은 과학에 대한 관심도를 올릴 수 없다. 초중등학교에서 그나마 과학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거의 과학이나 수학을 접할 기회가 없다. 과학에 대한 무지는 무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도 지적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21세기에도 지속되는 극한 이념 분쟁도 무지로 인한 것일 수 있다.


과학적인 소양의 부족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혈액형별 성격이나 ‘MBTI’ 성격 유형 검사에 대한 이해에 나타난다. 1980년대 이전에 태어난 40대 이상의 세대 중 상당수는 21세기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사주로 운세를 본다. 1980년 이후 태어난 ‘MZ’세대는 사주 대신에 ‘MBTI’라는 성격유형검사가 인기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Z세대(Generation Z)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일부 기업의 채용 지원 자격에는 MBTI 성격유형 중 몇몇 유형은 ‘지원 불가’라고 써있다고 한다. 자기소개 항목에도 성격 유형이 무엇인지 요구하고 결혼정보업체에선 고객들 요구에 맞춰 MBTI 이상형 테스트를 내놓았고, 유형별 특징을 꼽아 궁합을 봐주는 유튜브도 있다.


필자도 이 검사를 해보았는데 정말로 내 성격을 잘 나타낸 것 같았다. 이 검사를 통하여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차이도 이해할 수 있는 점은 좋았다. 이러한 검사 결과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는 점은 이미 확인해보았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도 과학적인 근거가 없듯이, MBTI 성격 유형 검사도 실험이나 과학적 근거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 검사를 만든 사람은 심리학을 공부한 학자도 아니고 검사를 만들기 위한 기술과 통계 분석을 배워서 칼 융의 심리유형 이론을 바탕으로 검사를 만들었다. 사람의 성격은 유형 별로 칼로 자르듯이 둘로 나눌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이 16가지 유형으로 정의될 수는 없다. 이런 검사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도 과학적 소양의 부족에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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