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헬리콥터 맘에 고통받는 아이들

"이 글은 제가 쓴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광문각, 2022)을 2022년 5월 14일 추가로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2015년에 아시아계 미국인 가정을 다룬 시트콤(‘Fresh Off the Boat’)이 방영됐다. 이 시트콤에서 ‘타이거 맘’을 전형적인 아시아 엄마로 묘사했다. 호랑이처럼 엄격하게 자녀를 교육시킨다는 의미로 예일대학교 에이미 추아(Amy Chua) 교수가 처음 쓴 말이다.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전통적인 중국 교육방식을 의미하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통용된다. 또 다른 교육방식인 헬리콥터 양육은 사사건건 자녀의 일에 참견하고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헬리콥터 부모’는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를 돌며 간섭하는 부모를 칭하는 말이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하임 기너트(Haim G. Ginott)의 1969년 저서『Between Parent and Child』에서이다. 특별히 완벽주의자가 헬리콥터 양육으로 과잉육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완벽주의 성향은 자녀에게도 높은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헬리콥터 양육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과잉육아는 의도한 목표를 이룰 수도 있지만, 자녀를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만들거나 자녀의 정신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자녀들은 부모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스트레스를 겪으며 강박증 및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자녀가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게 도와줘서 자기 조절능력, 자립심과 자존능력을 떨어뜨린다.


우리나라에는 ‘엄마 매니저’ 또는 ‘돼지엄마’라는 용어가 있다. 엄마 매니저는 고급 승용차로 아이들은 학원에 태워다주고 유명한 학원 강사들을 찾아내어 계약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엄마를 말한다. 이들이 진화하여 ‘돼지엄마’라는 신종 매니저가 되었다. 자녀입시에 성공했다고 소문난 엄마가 여러 학생을 대상으로 그룹 관리형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엄마는 엄마 매니저에서 돼지엄마로 진화되었지만 청소년들은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새장에서 맛있는 음식만 받아먹은 새처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진화’되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명문대에 다니는 대학생들도 입시 공부를 할 때 스스로 학원과 사교육을 선택하고 공부한 사람은 20%가 되지 않고 부모가 대부분 개입한다고 한다. 물론 헬리콥터 양육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헬리콥터 양육처럼 적극적인 부모를 둔 학생들이 더 학업성적이 좋다는 통계도 있다. 부모가 현명한 방식으로 헬리콥터 교육을 시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아이들은 진화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매니저 엄마나 헬리콥터 맘의 활약은 대단하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도 학점과 강의 스케줄까지 짜며 스펙까지 만들어주는 ‘눈부신’ 활약을 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끊임없이 ‘캥거루족’으로 길들여진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했던가? 2021년 조사에 의하면, 대학 졸업생 중 50% 이상이 스스로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에게 의존하여 산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많은 경우 실패한다. 어렸을 적에는 부모 말을 잘 듣지만, 사춘기가 지나면서 부모에게 반발하기 시작하고 그 갈등이 커지면 공부와 담을 쌓기까지 한다. 부모들은 사춘기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이 사춘기 청소년기의 특징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잘 듣다가 사춘기가 되면 부모의 말은 ‘죽어라고’ 안 듣는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의 뇌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만 잘 반응하도록 변하고 호르몬도 달라진다.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을 만하다고 여기게 된다. 사춘기 아이들의 반항에 부모들은 좌절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호르몬의 작용이고 뇌가 연결된 방식이기 때문이며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거쳐야 하는 성장과정이다.


스스로 학습하지 않은 아이들은 설령 진학과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자녀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스스로 문제해결을 못 할 수 있게 된다. 학업을 마치고 성인이 된 자녀의 직장 문제까지 일일이 챙겨 주는 부모가 적지 않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 하면 도태되는 것이 자연계의 법칙이다. 2018년 캐나다 온타리오아 주의 휴런 호 양식장에서 폭풍으로 그물이 터지면서 무지개송어가 갑자기 호수로 방류되었다. 야생으로 간 무지개송어는 복잡한 자연에 적응해야 한다. 도망치는 먹이도 사냥해야 한다. 자연 호수에서 산 지 7개월 만에 무지개송어의 뇌 크기가 15%나 커졌다. 뇌가 커진 부위는 먹이의 냄새를 맡고 추적할 때 필요한 부분이다.


어류의 뇌 크기도 단기간에 필요에 따라 커지거나 작아지는 유연성을 지녔음을 보여 준다. 어류를 비롯해 파충류와 일부 포유류도 필요에 따라 뇌 크기를 줄이거나 키우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북미의 연못송어는 계절별로 뇌 크기가 변한다. 찬물을 좋아하는 이 송어는 가을 겨울에 호수 가장자리나 표면에 나와 활발히 사냥하고 봄·여름에는 호수 바닥에 머무는데 가을과 겨울에 상대적으로 뇌가 크고, 봄여름에는 줄어들었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하도록 하지 않으면 인간도 의존적으로 자라게 되고 뇌도 발달하지 않아 커서도 성인으로서의 삶을 스스로 영위하기가 어려워진다. 성인도 지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뇌가 작아지고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정신적인 면에서의 부작용이다. ‘헬리콥터 맘’ 유형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자기애와 자존감이 부족하고 폭음 같은 과격한 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 대학생 43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이다. 그래서 자녀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헬리콥터 육아가 가져오는 가장 큰 해악은 스스로 삶을 통제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422명의 아동을 8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가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2세 무렵 과잉통제 성향의 부모 밑에서 큰 아이는 5세 때 행동 조절 능력이 떨어졌다. 반면 5세 무렵 과잉보호 및 과잉통제를 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10세가 되었을 때 감정을 통제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이 탁월했으며 학교 성적도 더 좋았다. 유아기까지는 헬리콥터 부모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하는 자율성을 기를 때까지 적당한 헬리콥터 역할은 필요하지만 점차 헬리콥터는 ‘격납고’로 보내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다 너를 위한 것이야’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욕심임을 알아야 한다. 자녀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면 스스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수많은 연구 결과는 헬리콥터 양육이 자녀의 행복이나 성공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야기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13~32세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연구 결과도 있다. 헬리콥터 양육은 자녀 스스로의 발달을 저해하고, 그 결과는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연구 결과이다. 헬리콥터 육아는 중요한 성장 및 발달 시기에 어린이의 자율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핵심 과제를 방해한다. 결국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이 떨어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이 평행선을 그리거나 악화되는 것이다. 성인이 돼서도 삶의 주체성이 떨어지고 시키는 일만 잘하고 스스로 개척하거나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스타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태로 성인이 된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65일 중 364일은 어린이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