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줄이며 공부하면 우울증 자살가능성이 높아지나

“부모는 청소년의 늦잠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명령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자녀가 늦잠을 자면 이를 받아들이고 격려하고 권장해야 한다. 자녀가 수면 부족으로 뇌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거나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Why We Sleep』(2017)을 쓴 매튜 워커(Matthew Walker)가 한 말이다. 수면 시간은 두뇌발달과 학습 효과와도 관련이 있지만, 잘못되면 정신병까지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부족으로 조현병(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림)도 발생할 수 있다.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인 시냅스는 청소년 시기에 큰 변화를 겪는다. 청소년기 뇌의 성장은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에 의하여 일어난다. 시냅스 가지치기는 시각, 청각, 후각같이 감각을 처리하는 영역이나 운동을 조절하는 영역이 먼저 일어난다.


다음으로 공간 감각, 언어에 관여하는 영역에 변화가 일어난다. 이성적이고 고차원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는 10대 후반에 가서야 변화가 시작되고 20대가 돼서도 이어진다. 따라서 결혼과 선거연령은 만 18세를 유지하되 음주와 흡연 나이는 올리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직 뇌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전두엽의 가지치기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조현 병(정신분열증)이 발생할 수 있다. 조현 병의 대부분이 청소년이나 성인 초기에 처음 발병한다는 임상적 관찰과도 맥이 통한다.


1983년 어윈 파인버그(Irwin Feinberg)는 청소년기 전두엽의 시냅스 가지치기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조현 병이 발병할 수 있다는 ‘가지치기 가설(pruning hypothesis)’을 발표했다.


가지치기 가설이 나오고 30여 년이 지나는 사이 이를 지지하는 연구 결과가 쌓였다. 2000년대 들어 조현 병 관련 유전자가 밝혀지면서 가지치기 가설은 더 지지를 받고 있다. 2016년에는 C4 유전자의 복제수가 많은 사람이 조현 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C4 유전자의 복제 수가 많을 경우 과도한 가지치기가 일어나고 그 결과 조현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조현 병 관련 유전자 가운데 상당수가 시냅스 가지치기와 관련된다. 그러던 중에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매튜 워커(Matthew Walker)는 자신의 저서『Why we sleep』(2017)에서 청소년기 수면부족이 조현 병을 포함한 정신질환 발병의 주요 환경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즉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데 중요한 전두엽이 성숙하는 민감한 시기에 만성적인 수면 부족을 겪으면 결국 뇌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수면부족은 정신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심지어는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고 10% 정도가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한다. 어쩌면 수면부족이 그 원인일 수 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성적 및 진학문제(39.2%)이지만 수면부족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있다. 우리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꼴찌인 것도 수면 시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다. 무모한 입시경쟁으로 아이들을 불행과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고 있다.



출처: 김근수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광문각,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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