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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05. 2022

기린의 긴 목으로 보는 자연선택과 용불용설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에라스무스 다윈은『동물 생리학 』에서 “모든 온혈 동물은 자신의 일부를 변형하고, 이렇게 변화된 형질은 자손에게 이어진다.”라고 썼다. 이어 1809년 라마르크(Jean B. Lamarck, 1744~1829)는『동물철학』을 저술하여 에라스무스 다윈의 학설을 이어받았다. “동물은 일생 동안 필요에 의해 특정 형질을 발달시키며 이를 자손에게 물려준다.”라고 주장했다. 라마르크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주장했다. 자주 사용하는 것은 유전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사라진다는 이론이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자연선택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린이 목이 긴 이유는 높은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먹기 위하여 자연스럽게 목이 길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는 잘못 전해진 사실이다. ‘목이 긴 기린’이 높은 나무에 있는 먹이를 더 잘 먹을 수 있어 많이 살아남았고, 이들로부터 더 많이 목이 긴 새끼가 태어난 것이다. 기린의 목이 길게 진화한 것은 먹이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찰스 다윈 이래 정설이었다. 


2022년 기린이 목이 긴 것은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끼리의 싸움 과정에서 진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늘날의 기린도 긴 목으로 수컷끼리 싸운다. 1억7000만 년 전 화석 기린의 치아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아주 메마르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았다. 현생 기린도 700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열대림이 초원으로 바뀐 시기에 출현했다. 치아 에나멜층의 동위원소 분석 결과 이 동물은 초지에 살면서 주기적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거친 환경에서 생존하고 암컷을 차지하려고 수컷끼리 격렬한 경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초기 기린 화석에서 뿔이 나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 그 증거이다. 긴 목을 이용한 싸움이 기린의 긴 목이 진화한 주요 원동력이며 높은 먹이를 뜯어 먹는 것은 이 진화의 부차적인 효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도 용불용설로 이해하면 틀린다. 싸움을 잘하려고 목이 길어지고 그것이 유전된 것이 아니다. 목이 긴 기린이 유리했고 이들의 후손이 더 많이 살아남은 것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l8316#con1


또한 라마르크는 살면서 획득한 형질이 유전되어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라마르크가 말한 것처럼 획득 형질(acquired characteristics)은 유전되지 않으며 타고난 유전 형질(inherited characteristics)만이 자식에게 전달된다. 라마르크가 말한 획득 형질의 유전과 용불용설은 유전자와 DNA가 발견되면서 폐기되었다.


그러나 획득 형질이 유전된다는 주장이 폐기되고 300년이 지난 20세기에 이르러서 라마르크의 주장이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후천적으로 나타난 형질이 다음세대에도 나타나는 ‘후성’ 유전 현상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굶주림을 격고 산 사람의 후손은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한 우유를 많이 마시는 민족은 우유를 분해하는 락타아제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후손이 늘어난다. 특정 형질이 다음 세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라마르크의 획득 형질의 유전과 후성유전은 다르다. 라마르크의 유전은 사람의 행위에 의해 얻어진 형질이 유전적으로 후손에게 전달되는 것이지만 후성유전학은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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