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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10. 2022

말과 닭은 언제 어디서 왔을까

기원전 1만 년경 신석기시대 사하라 사막은 드문드문 호수와 강이 있는 ‘푸른’ 사바나 지대였고, 하마나 코끼리 같은 대형 동물들이 많았다. 기원전 4천 년 전까지는 사하라 사막은 스텝과 사바나지역이었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가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사막이 아니었고 오늘날 남미의 아마존 같은 지역과 비슷하였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유목민은 기원전 3천 년 이전에는 적었다.


개의 가축화 시점은 2만 7000년 이전으로 추정되고 소와 돼지는 8000~9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인류가 가장 먼저 만든 잡종 가축은 당나귀이다. 말을 길들이기 전에 당나귀가 먼저 농업과 전쟁에 활용됐다. 찰스 다윈은 전 세계의 말이 단일 혈통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한 것은 영국에서부터 중국에 이르는 다양한 지역의 말 어깨나 다리에 나타나는 줄무늬였다. 그는 짙은 갈색 말과 쥐색 말에 줄무늬가 더 자주 나타나는 걸 보고, 오늘날의 가축화된 말은 쥐색에 약간의 줄무늬가 있는 원시 혈통의 자손이며 조상의 이런 유전적 특징이 세대를 뛰어넘어 발현된 것으로 보았다.


가축 말의 조상은 기원전 3천년께 야생말들과 분리됐다. 인간이 키우는 말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베리아반도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설이 있으나 결정적인 것은 없었다. 2021년 전 세계에 분포하는 말들은 모두 기원전 2200년 경 러시아 남서부 볼가 강과 돈 강 일대의 광활한 초원을 달리던 야생마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곳에서 처음 길들여진 말들이 유라시아 전역에 급속히 보급되면서 불과 몇 세기만에 이전의 거의 모든 야생마를 대체했다. 이 때부터 이들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동일한 게놈 구성을 가진 말들이 초원지대 외곽의 보헤미아(체코 서부)와 다뉴브(독일 남부), 아나톨리아반도 중부에서도 발견됐다. 이는 기원전 2200년 이전 수세기 동안 볼가 강과 돈 강 지역에서 말들이 길들여졌다는 걸 뜻한다. 이 말들은 기원전 1500~1000년에는 서쪽 끝 스페인에서부터 몽골에 이르는 유라시아 전역에서 다른 말들을 완전히 대체했다. 이 말이 가진 두 가지 유전자는 지구력과 체중부하 능력, 순응성이 좋아 선택 사육을 통해 널리 퍼졌다.


인간은 말의 우유를 먹기 위하여 처음에 가축화하였다. 고대인간의 치아 치석에 보존돼 있는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기원전 3000~2000년 사이의 중앙 유라시아 지역 사람들은 말 젖을 많이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그러나 말은 처음부터 운반을 목적으로 가축화시켰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티크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주변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The Fertile Crescent)’에는 기원전 2000년까지는 가축화된 말이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원전 2500년 수메르의 모자이크에는 말과 동물이 끄는 네 바퀴 전차가 나온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설형 문자로 쓴 기원전 2500년경 점토판에는 당시 귀족들이 여행이나 전쟁에 말과 동물인 쿤가(kunga)를 이용했다고 나온다. 이 동물을 얻기 위해 교배를 했다고 나오지만 이 종이 어떤 동물에서 유래했는지, 번식은 가능한지는 불분명했다.


2006년 시리아 알레포에서 나온 기원전 2500년경의 동물 유골의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기록에 나오는 말과의 교배종이었다. 가축화된 당나귀와 야생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이다. 이들은 번식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매번 당나귀 암컷과 야생당나귀 수컷을 교배시킨 것으로 추정한다. 인류가 여러 종을 교배시켜 만든 잡종으로는 가장 오래된 동물이다. 이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가축화된 말이 등장한 것보다 500년이나 앞선다. 수메르인은 야생마를 길들이는 대신 당나귀를 교배시켜 말보다 빠르고 튼튼한 종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오늘날 터키의 초원 지대를 통해 번식이 쉬운 말이 보급되면서 사라졌다.


닭은 기원전 8천 년 내지 기원전 4천 년 경에 가축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2022년 닭이 기원전 1500년 경 가축화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남아시아에 벼농사가 시작된 시기이다. 기원전 800년 이후부터 해상 무역상의 경로를 따라 아시아 전역으로 퍼진 후 유럽으로도 퍼졌다. 유럽에는 기원전 800년 이후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에서 닭고기와 달걀을 지금처럼 먹은 것은 3세기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12197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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