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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이해: 우울증의 원인 그리고 치료

2019년 우리나라에서 약 1만3000여명이 자살했고(한 해 사망자의 4~5%), 상당수는 경제적 이유나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자살자의 3분의 1 이상은 우울증 증상을 갖고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과거에는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은 의지가 부족한 인간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우울증이 뇌의 대사물질 분비와 관련된 질환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80년대이다. 우울증이 세로토닌(serotonin)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는 모노아민(monoamine) 이론도 나왔다.


에드워드 불모어(Edward Bullmore)는 자신의 저서『염증에 걸린 마음』(2020년 번역출간)에서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혈액 속 염증 단백질이 뇌로 신호를 보내 인간의 감정과 생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몸 안의 염증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감정과 행동의 변화를 불러온다는 설명이다. 우울증이 심리적 문제와 살아온 환경에 의해 주로 형성된다는 기존의 심리학적 접근법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우울증 환자에게 염증이 많다는 연구는 많다. 암 수술이나 출산 이후 회복 과정에서 일부 환자들에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울증은 살면서 겪은 경험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왕따’로 인한 것이 크다. 어릴 적에 당했던 ‘왕따’로 인한 트라우마는 성인이 돼서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2배에 이른다. 우울증 환자들이 겪은 트라우마의 유형은 심리적 외상, 정서적 방치, 신체적 외상, 왕따, 성폭력 등이었다. 이 가운데 성인 이후 발병한 우울증과 가장 큰 연관성을 보인 것은 ‘왕따’였다. 성인이 되어 우울증을 앓을 확률을 비교하면 왕따를 겪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1.84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다른 트라우마는 우울증 발병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의 인과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트라우마의 종류가 여러 개일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이 더 커져 다른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라우마의 종류가 5개 이상인 사람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사람의 26배에 이른다. 따라서 왕따를 당한 사람이 있으면 심리적 상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상담을 통해 조기에 도움을 받아야만 장기간 이어지는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어릴 적 왕따 경험은 쉽사리 잊히지도 않을뿐더러 심한 경우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 있다. 특히 왕따 피해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동료나 윗사람과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쉽게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 피해 자체를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만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다.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psyt.2022.792734/full


인간에게 나타나는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질병은 인간에게 있다는 ‘영혼’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바로 뇌라는 물리적 실체의 문제라는 얘기이다. 그것은 운동을 해보면 즉시 알 수 있다. 운동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미 알려진 그리고 확립된 사실이다. 운동은 뇌의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을 낮추고 면역반응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적절한 운동은 우울증을 예방한다. 


2022년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일주일에 2.5시간 빠른 걸음 걷기 운동을 한 사람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25%나 줄어든다. 운동시간이 이보다 절반이라도 18%나 줄어든다. 그러나 운동시간이 2.5시간 이상 늘어나면 이러한 효과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난다. 이 연구는 기존연구를 종합 분석한 연구여서 그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우리의 정신이라는 것은 분명 물리적이고 육체적이다.


그래서 먹는 것만 달라져도 우리의 정신은 달라진다. 식이요법과 우울증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당연하다. 염증 지수가 낮은 음식이나 건강한 식단을 자주 섭취할수록 우울증 발생률이 낮다. 염증지수가 낮다는 것은 염증을 일으킬만한 음식들, 즉 가공된 음식이나 포화지방, 설탕이 많은 음식을 피한 식습관이다.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이 대표적인 건강식이다. 지중해식 식단은 일반 서양식과 달리 육류는 적게 먹고 제철 채소가 메인요리이다.


전통적 지중해식 식단을 자주 섭취한 사람은 행복지수가 더 높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스트레스가 있을 경우 건강한 지중해식 식단을 유지하라고 권유한다. 식단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이 나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인간의 정신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먹는 대로 달라진다. 특히 통 곡물, 콩류, 생선, 올리브오일, 견과류, 채소, 과일 등 각종 영양소가 균형 잡힌 식물성 위주의 식단이 좋고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그리고 탄산음료는 특별하게 나쁘다. 많은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식단은 식물성 위주의 저칼로리 고 영양 식단이다. 특히 비타민 B와 비타민 D, 마그네슘, 오메가-3 지방산은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필요하다.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할 경우 기분이 50% 이상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영양소적으로 균형 잡힌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잘 먹고 운동하는 것은 당연히 몸이 좋아진다. 몸이 좋아지는 것이 곧 뇌가 좋아지는 것이고 정신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은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나중에 추가적인 설명을 하겠지만 우울증은 운동 등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뇌를 우리 맘대로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증 치료는 기본적으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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