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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24. 2022

10억 년 전 섹스의 기원과 차별금지법

10억 년 전 섹스의 기원과 차별금지법


생명계에서 ‘새로운 것’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하나는 변이이다. 다른 하나는 유성번식 즉 섹스를 통한 번식이이다. 과학자들은 처녀 생식이 가능한데도 굳이 짝짓기를 통해 새끼를 낳는 이유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사실 짝을 찾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고 짝짓기를 하면 유전자의 반만 전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유성 생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아직 일치된 견해는 없다. 가장 그럴듯한 주장은 유전자를 혼합해 다양성을 확보하여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병원체에도 대응할 수 있다. 유전자가 다른 개체들은 집마다 다른 열쇠를 지닌 것처럼 면역 반응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유성번식을 하는 것은 종 내에서 훨씬 다양한 형질을 만들어내고, 특히 다른 환경이나 변화하는 환경에서 더 나은 적응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유성번식에서는 거의 모든 개체가 생물학적 의미의 개성을 갖는다. 유성번식에서 원친교배는 근친교배에 비해 더 적응력 있는 후대를 생산한다. 여러 동물의 근친교배가 사라진 것은 새끼가 성적으로 성숙해지면서 쫓아내어 독립적으로 생활하게 하는 관례의 부수적 결과이다. 그 복잡한 이치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간단하다. ‘자기복제는 새로운 인자를 만들지 못한다.


섹스를 행한 최초의 생명체는 약 10억 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섹스를 통한 생식은 진화에 의한 변화를 촉진시켰다. 무성생식은 똑같은 유전자가 후대에 전해지기에 환경 적응에 불리하며 질병에도 취약하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군이 특정 바이러스에 취약한 경우 전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섹스는 유성생식을 의미하며 섹스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한 자녀들이 태어나야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섹스는 생명체의 지속을 위한 ‘사명’인 셈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유성생식뿐만 아니라 무성생식도 있다. 게다가 같은 종이 유성생식도 하고 무성생식도 하는 경우도 있다. 암수가 짝짓기를 하여는 번식하는 것은 자연에서 흔하지만 짝짓기가 어려울 때 혼자서도 어떻게든 후손을 남기는 동식물이 적지 않다. 곤충 가운데서도 생각보다 많은 종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나 수컷을 만날 수 없는 환경일 때 처녀생식(Parthenogenesis)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린다. 수정되지 않은 알이 스스로 부화해 어미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딸들이 태어난다.


심지어는 무성생식으로만 번식하는 ‘고등한’ 생명체도 있다. 호주의 메뚜기(Warramaba virgo)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모든 개체의 유전자가 거의 같은 암컷이었다. 종 전체가 처녀 생식을 통해 짝짓기 없이 번식한다는 의미이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메뚜기는 25만 년 전 우연히 이종 교배를 통해 태어난 암컷 한 마리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종교배를 한 두 종의 메뚜기를 교배해보았더니 그 새끼는 노새처럼 후손을 남길 수 없었다. 무성 생식으로 번식한 이 메뚜기는 25만 년 동안 멸종하지 않고 번성하고 있다는 것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뜻밖이다. 모든 개체가 짝짓기 없이도 알을 낳을 수 있어 암수가 있는 메뚜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알을 낳을 수 있었던 것이 비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유리하다면 왜 다른 메뚜기는 양성생식 하는 종으로 진화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앞으로도 더 연구가 필요하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q3024


자연계에는 유성생식, 무성생식, 유성 무성 생식 등 다양한 생식이 존재한다. 게다가 많은 생명체에서 동성 간의 ‘사랑’이 발견된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성이 곧 자연이다. 이를 생명다양성이라고 한다. 인간세계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반면 ‘소수’를 배제하는 문화와 종교도 존재한다. 그것은 종종 폭력이 된다. 소수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반대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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