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수원에서 고등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평소 우울증도 없었고 가족과 친구관계도 좋았다. 다만 성적인 학교에서 1등급을 유지하던 학생이 최근 3등급까지 성적이 떨어졌다. 수험생의 자살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언제나 마음은 무겁다. 정말로 우울증이 없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는 없지만 성적 하나로 자살하는 것은 안타깝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입시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우울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것도 겉으로 드러난 것만 그렇다. 부모가 자녀의 우울증이나 감정보다는 성적에 집중하는 탓에 우울증은 가려져 있다.
우울증은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우울증은 선천적인 면이 있고 우리의 유전자나 뇌를 우리 맘대로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증 치료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1980~90년대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낮은 편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외국에서는 대부분 자살률이 감소했다. 반면 한국의 자살률은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고, 2005년부터 OECD 국가 중 1위이다.
경제협력기구는 한국의 자살률이 급등하는 이유의 하나로 열악한 우울증 치료를 든다. 한국의 중증 이상 우울증의 치료율은 미국의 60~70%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인 10~15%이다. 한국은 2002년 정신과가 아닌 의사가 우울증 약을 처방할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제한했다. 세계 대다수 나라에서는 모든 의사가 우울증 약을 기간 제한 없이 처방할 수 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가 처방하는 우울증 약 사용량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2021년). 사람들은 정신과 가는 것을 꺼려한다.
우울증 약을 중단하면 우울증이 심해지고 자살 위험도 커진다. 우울증은 재발하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 1년 미만으로 먹으면 우울증 재발률은 약 50%지만 1년 이상 복용하면 재발률이 10%로 떨어진다. 우울증은 재발할수록 치료가 어려워 약을 끊지 못한다. 우울증이 3차례 이상 재발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여전히 60일 제한은 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우울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울증 치료율을 높여야 국내 자살률은 낮아질 것이다.
특히 부모는 입시에 시달리는 자녀에 좀 더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은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