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은 꾸준히 성장하였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2015년 3월 20일 143개국을 대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를 조사해 발표했다. 한국은 2013년보다 24계단 떨어진 118위이다. 사실상 최하위이다. 지금도 별 반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출산율, 이혼율, 자살률, 부패지수 등과 같은 사회지표에서는 중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지표들은 OECD 국가군에서는 바닥에 가까운 한국의 행복 관련 지수들에 여실히 반영돼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도 전에 학원을 간다.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꼴찌 수준이다. 잘 버텨서 세칭 일류대학에 들어가도 대부분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다. 성공적으로 대기업에 취업해도 이젠 50살까지 버틸지 의문이다. 50살 이전에 직장을 떠나면 100살까지 산다는 인생이 기다린다. 20대 청년들은 여기까지 생각할 엄두도 못 낼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사회는 자기 식구를 우선시하는 가족 중심주의, 현실주의 및 노력에 대가를 받기를 갈망하는 보상(returnism)을 기초로 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끼리 한평생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은 정신적 평화나 고양보다는 돈과 권력 그리고 사회적 명예 같은 외적인 것을 중심으로 하고 노력보다는 ‘행운’이나 ‘기회’에 더 기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거기다가 우리 사회는 겉으로는 평등을 외치면서 일등만이 부각되고 패자부활전이 없는 서열주의 문화가 지배한다. 언론 기사를 보면 ‘1등’을 한 사람들의 뉴스가 대부분이다. 모두다 1등을 하려다보니 행복지수는 점점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언젠가는 1명만 남고 모두 욕구 결핍증에 걸릴 것이다. 그러면 1등은 행복할까. 그것도 아니다!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반세기 동안 전 세계적으로 소득이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행복지수는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았다. 경제학자들은 국민총만족(GNS)나 국민총행복(GNH)와 같은 대안적 지표들을 행복도 비교를 위한 척도로 제안했다.
서구사회에서 행복이 화두로 대두하게 된 것은 삶의 목표나 의미에 대한 물음이 속출하기 시작한 1960년 후반부터이다. 우리나라도 일과 소유 중심 사회에서 ‘삶’ 중심 사회로 변화하고, 삶의 질적 측면을 강조하는 탈 물질주의 가치관이 조금씩 싹을 트고 있다. 그것은 과거 70~80년대를 살았던 세대로부터의
그러나 삶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 ‘가벼운’ 행복추구가 대세이다. 가벼운 행복은 쉽게 쓸려간다. 또한 사회적 가치나 타자에 배려 같은 윤리를 경시하다보니 사회는 다시 피곤해지고 있다. 저마다 이기적 행복(욕망)만을 추구하면 결국은 그 피곤함은 내게 돌아온다. ‘우리끼리 한평생 만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한평생 만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들어오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을 달성하려는 경쟁의 극대화와 이기주의는 결국 사회 전체 또한 개인의 행복을 파괴시킨다.
그것은 2000년 우리나라의 행복지수에 역력히 드러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반면 2022년「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혔다. 대만의 행복지수는 6.512점으로 전체 146개국 중 26위였다. 중국 72위, 일본 54위, 한국 59위이다. 유엔 행복보고서는 행복을 측정하는 지표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구매력평가 기준), 사회적 지지(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줄 사람 여부), 기대수명, 삶에서의 선택 자유, 관용(지난 한 달 동안 기부 여부), 부패 인식(부패가 만연하다고 생각하는지 여부) 6가지를 이용한다. 한국은 행복지수가 크게 떨어져 순위가 내려간 반면 대만은 지수와 순위가 계속 상승세를 탔다.
https://worldhappiness.report/ed/2022/
중국과 일본, 한국과 대만은 동아시아 국가로 놀라운 경제적 도약을 했다. 그러나 정신적인 면에서는 계속 하향곡선을 걷고 있다. 오직 돈 그리고 물질만을 추구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지배한다. 아이들은 유아 때부터 이 경쟁시장에 밀려들어간다. 대만이 행복지수가 올라간 것은 대만은 2016년에 국민당에서 민주진보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일어난 이후부터이다. 최저임금법 등 친 서민 정책과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통해 경제와 사회의 활력이 다시 살아났다. 경제적 생활수준뿐만 아니라 공동체 의식과 자유가 확장된 결과이다. 높은 경제성장을 토대로 최저임금과 육아수당을 인상하고 젠더와 소수자 등에도 개방적인 태도로 소수자보호와 자유를 확대했고 2019년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https://www.nafi.re.kr/new/press.do?mode=view&articleNo=3557
우리나라도 최저임금과 복지수준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차별금지법에 반발하는 등 소수자 보호에 취약하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정치적으로만 이용하고 사실상 중산층과 영세상인 및 소기업을 붕괴시키는 문제를 야기하여 불평등이 오히려 악화시켰다. 복지수준은 아직 열악하여 노인 가난과 취약계층 보호에는 어림도 없다. 조세부담을 늘려야 가능하지만 국민들의 조세저항에 정치권은 말도 꺼내지 못한다. 입시 열은 갈수록 치열해고 교육열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말하면서도 고등교육의 질에는 사실상 무관심하다. 대학의 1인당 교육비가 OECD 평균의 반도 안 되는 최악의 수준으로 내려가도 누구 하나 관심이 없다. 대학재정을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조세저항에 감히 누구도 말도 꺼낼 수가 없다. 사교육비는 끊임없이 늘어가지만 대학교육비 부담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우리끼리 한평생 만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한평생 만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사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