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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30. 2022

늑대가 장례식 하는 반려 견이 되기까지


동물 중에서 개가 가장 먼저 가축화 되었다. 개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만4200년 전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동안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1만 5000년 전에 개의 조상이 나타났다고 보았다. 그러나 개가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했는지는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고고학적 증거는 1만 5천 년 전으로 보이지만 유전자 분석에 의하면 개는 2만7000년 전부터 4만 년 전 사이에 가축화되었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수께끼가 풀리고 있다. 1만 1000년 전 개들의 유전자를 보면 회색늑대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개의 유전자로 변이 되었다. 1만 1000년 전 최소한 5개의 혈통이 분화하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와 아시아의 초원지대(steppe)에서 사람과의 동거가 이어지면서 신석기 시대 유럽 개의 조상들이 탄생했다. 근동 지역, 북유럽, 시베리아, 뉴기니, 아메리카에 살았던 개의 송곳니가 늑대가 아닌 개의 송곳니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개가 탄생한 것이 1만 5000~1만  600년 사이였다고 주장해왔는데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당시 개의 유전자가 지금 살고 있는 개의 유전자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치와와(Chihuahuas)는 초기 아메리카에 살았던 개의 유전자에서 기원한다. 또 에스키모 개(Syberian Husky)는 고대 시베리아의 개의 후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개는 최소한 1만5천 년 전 이전에 빙하기의 회색늑대(Canis lupus)가 길들어진 것이다. 유전적으로 유라시아 서쪽보다는 동쪽의 고대 늑대에 더 가깝다. 유럽 동부와 북부, 시베리아, 미주 등지의 초기 개는 유라시아 동쪽의 늑대 유전자에 단일 기원을 두고 있었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남부 등의 개는 동쪽 늑대에 중동지역 늑대의 유전자도 받았다. 늑대가 서로 다른 곳에서 한 차례 이상 가축화되거나 가축화 뒤 다른 늑대와 섞였을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824-9


개를 처음에 키울 당시 그 크기에 대해선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크기는 늑대보다 작았을 것으로 본다. 개는 품종에 따라 크기가 매우 다르다. 개를 키우면서 인간이 적극적인 개량을 한 것도 원인이지만 개의 유전자에 소형화에 관여하는 변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늑대에서 개가 갈라지기 전인 5만 년 전 늑대에서도 이런은 변이가 있었고 이는 인간이 길들이기 시작한 개에도 전해졌다.


유럽에 사는 ‘커다란’ 개는 기원전 6천 년부터 기원 전후까지 크기가 2배로 늘어났다. 가축을 키우는 인간을 도와 늑대 등 천적과 싸우기 위해서로 추정된다. 크로아티아에서 발굴된 개 유골을 분석한 결과 기원전 6천 년경에는 15kg정도였다. 기원전 약 4천 년 경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면서 평균 무게는 17㎏으로 늘었다. 로마 시대에 이르러서는 24㎏으로 늘었다. 개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축을 치는 이동 방목을 돕는 역할을 점점 더 많이 맡게 된데 따른 변화로 본다. 신석기 시대에 살았던 양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높은 산으로 이동해 풀을 뜯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산지에서 가축을 치면 늑대나 곰 같은 맹수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상황에선 양치기 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간이 개를 키우게 된 것은 다양하게 설명된다. 그 중 두 가지 가설이 유력한 가설이다. 하나는 ‘사냥 동반자 가설’로 사냥에 이용하였다는 가설이다.  또 다른 가설은 ‘청소부 가설’이다. 늑대가 사람이 먹다버린 음식 찌꺼기를 먹으며 차츰 사람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청소부 가설을 약간 수정한 연구가 2021년 나왔다. 고고학적 증거에 기초하여 빙하기 수렵채집 인이 남은 고기를 늑대 새끼에 던져 주던 데서 개의 가축화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개 유골이 발견된 유라시아 북부 지역은 지난 빙하기 최성기에 혹독한 기후의 초원-툰드라 지대였다.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 인간이나 늑대나 같은 동물을 사냥하였다. 초식동물인 말, 순록, 사슴 등을 사냥하였을 것이다. 원래 초식으로 출발한 인간은 고기만 먹고는 살 수 없고 지방과 탄수화물을 먹어야 한다. 반면 늑대는 고기만 먹고도 살 수 있다. 인간은 칼로리의 20% 정도만 단백질로 충당할 수 있어 지나치게 살코기만 먹으면 치명적인 단백질 중독에 걸릴 수 있다. 단백질 중독은 혈액 속 암모니아, 요소, 아미노산이 지나치게 많아져 치명적일 수 있다. 총 섭취 칼로리의 35% 이상을 단백질로 충당할 때 나타난다. 그래서 다리뼈와 두개골에 축적한 지방을 먹는 방식으로 도축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는 살코기를 늑대에게 주었고 이것이 가축화의 시작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개를 키우면서 사냥에도 도움을 받고 맹수로부터 보호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과거 개는 사냥용으로 키웠고 가난하던 시절에는 남는 음식을 주어 키웠다. 가축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단백질을 보충하는 식용으로도 많이 키웠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사냥은 인간이 하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서 반려동물로 키운다. 이젠 ‘식용’은 생각도 못할 만큼 반감이 크다. 사람 못지않은 환경에서 살고 장례식도 한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화장장에 불이 붙자 가족들이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유골함이 건네지고 가족들은 눈물을 닦으며 돌아간다. 이후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으로 상실감과 우울한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죽음으로 찾아오는 이별은 큰 슬픔이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만 다른 생명체도 마음을 기울이고 같이 산 경우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천만 명에 이른다. 반려동물 장례식장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죽음은 사실 삶보다도 ‘일상’이다. 매년 1억 명이 세상을 떠난다. 생명의 종류가 천만 종 내외라고 하면 생명은 매년 수도 없이 죽는다. 더욱이 지구역사상 99%이상의 생명은 멸종되었다. 지금까지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가 천억 명 가까이 된다니 정말 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죽었다. 생명계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삶과 죽음의 불가사의는 아직은 우리에게는 미스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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