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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것이 나를 결정한다! ‘초 가공식품’의 비극

20명의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서 한 달 동안 생활을 함께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먹고 싶은 만큼 충분한 음식을 제공받았다. 음식은 자연식품인 과일, 견과류, 소고기, 계란 등과 가공식품인 과자, 가공육류, 인스턴트식품, 빵 등이 제공되었다. 가공식품 위주로 음식을 먹은 사람은 자연식품 위주로 먹은 사람에 비해 하루 500칼로리 이상을 더 먹었다. 이것은 실제로 과학자들이 2019년에 한 실험이다. 2018년에도 유사한 연구가 있었다. 약 1만 명이 먹는 음식을 분석한 결과 초 가공식품 비율이 높아질수록 일일 에너지 섭취량 역시 증가했다.


생명과 인간은 오랜 진화를 거쳐 왔다. 그 오랫동안 살아남은 종과 생명은 불완전하지만 나름대로 효과적인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특히 먹는 것도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미생물도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음식을 선택한다. 그들에게도 ‘최적의 식단’이 있는 것이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비율을 11단계로 설정한 접시에 점균을 넣었더니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2대 1의 비율로 이뤄진 먹이 위에만 점균 덩어리가 살았다. 단백질 대 탄수화물의 비율이 이보다 높거나 낮은 먹이 위에서는 균의 증식 속도가 더뎠다. 미생물인 점균도 번식을 위해 가장 완벽한 영양 비율을 찾아낸다. 


그러나 인간은 1860년대 이후 초 가공식품이 생산되면서 식단 선택에 혼란을 가져왔다. 초가공식품은 주로 지방과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다. 초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단백질이 부족해진다. 단백질 부족이 채워질 때까지 다른 음식을 또 먹게 되면서 비만이 되기 쉽다. 지적인 능력이나 진화의 방향에서 가장 ‘첨단’에 서있는 인간은 최적의 식단과는 정반대로 음식을 선택하고 있다. 앞의 실험에서 보듯이 하루에 무려 500칼로리가 넘는 음식을 더 먹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각종 질병과 비만을 양산하고 있다.


1975~2020년 45년 동안 세계적으로 비만한 사람이 3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약 10배나 증가했다. 비만의 원인은 다양하게 제시되며 그것이 나타나는 것은 복잡하다. 사실 과거에도 과식하고 많이 먹는 사람들은 있었다. 그럼에도 1970년대 이전에는 그렇게 뚱뚱한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비만이 심각하다. 도시에 사는 쥐도 그렇다. 이들의 먹이 역시 가공이 많이 된 사료나 우리가 먹다 남긴 음식물이어서 그렇다.


이렇게 과체중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최근에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가공식품과 초 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이다. 가공식품에는 밀가루, 소금, 물, 이스트로 만든 빵이 있다. 초 가공식품은 가공식품과는 다르다. 빵을 만들 때 화학성분, 착색제, 방부제를 첨가해 기계식으로 생산한 것은 초 가공식품이다. 도시락 포장제품, 과자, 소스, 가공된 과일 음료, 소시지가 포함된다. 특히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즉석 라면은 강력한 초 가공식품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가공식품이나 초 가공식품은 싸고 편하고 맛이 있어 좋다. 특히 이러한 음식을 먹고 자란 청소년의 입맛에도 딱 맞는다. 초 가공식품을 피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일상 곳곳에 초 가공식품이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건강과 체중이다.


초 가공식품이란 제과 빵, 스낵과자, 컵라면, 냉동 피자 등 가공 정도가 특히 높은 식품을 가리키며, 대부분의 대량 생산 식품 및 음료가 그것이다. 이런 식품들에는 유화제, 방부제, 감미료, 트랜스지방, 착색제와 같은 식품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다. 초가공식품은 정제된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은 풍부하지만 섬유질은 부족하다. 


초가공식품은 중년층과 노년층에는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초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을 나이가 많은 쥐들에게 먹였더니 단 4주 만에 기억력 상실과 뇌에 강한 염증 반응이 나타났다. 또한 초 가공식단을 섭취한 노령 쥐들은 젊은 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체중이 늘어났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결정한다. 나는 곧 내가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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