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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남자와 보수 여자가 사랑을 한다면

동물의 번식 방식이 오랜 세월 진화하면서 영장류와 포유류의 구애 활동은 복잡해졌다. 영장류와 포유류는 거의 대부분 암컷이 임신과 양육의 짐을 진다. 단 한 번의 성관계로 엄청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까다롭게 고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많은 경제적 ‘자원’을 가져다주거나 가족을 보호해주고, 새끼를 잘 키울 수 있는 수컷을 선택한다. 바람 끼 역시 없어야 한다. 반면 수컷은 자신의 새끼를 건강하게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암컷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인간의 경우 젊음과 건강을 나타내는 신호인 깨끗한 피부, 두툼한 입술, 대칭적인 얼굴을 선호했다. 또 하나 배우자 선택의 단서로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이 있다. 남성들은 이 비율이 낮을수록, 즉 허리와 비교했을 때 엉덩이가 더 클수록 자기도 모르게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여자들이 당뇨, 고혈압, 심장마비 등에 걸릴 확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임신 성공률을 예측하는 데 지표가 되는 난소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소포호르몬) 수치가 높다. 남성의 미 기준은 이런 단서를 포착하도록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가진 미적 취향은 진화와 유전자적인 배경을 가진 것이다. 


인간도 포유류나 영장류와 비슷한 배우자 선택기준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1939년과 1956년, 1967년, 1980년대 등 시대별로 이뤄진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여성들은 배우자를 택할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을 선호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다르지 않다. 남성이 원하는 배우자 조건과 비교했을 때 여성이 경제조건에 주는 점수는 2배 이상 높았다. 거꾸로 남성은 외모였다. 미국에서 1939년부터 1996년까지 57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미모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국과 유럽, 호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줄루족 등 6개 대륙 5개 섬의 37개 문화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연구결과도 비슷하다. 1만여 명이 참가한 이 실험에서 여성은 남성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 입지를 배우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시하였다. 반면에 남성은 여성의 육체적인 미와 매력, 나이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논문은 사람의 배우자 선택의 심리가 진화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광범위한 비교 문화적 증거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모든 문화에서 사랑을 중요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배우자로 선택 가능한 조건 18가지 중 여성은 3점 만점에 사랑에 2.87점을, 남성은 2.81점을 매겨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애정으로 연결된 관계는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며 이것 없는 삶은 공허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같이 정치적 편 가르기가 극단화된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적 성향도 한 몫 한다. 특이한 것은 자신과 정치 성향이 같은 사람의 체취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 여성은 극좌 남성의 체취를 맡고 ‘가장 좋은 향수’라고 했고 극우 남성 체취엔 ‘썩은 냄새’라고 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보수 여성은 극우 남성 체취에 강하게 반응했다. 사람들의 반 이상이 정치 성향이 다르면 소개팅으로 만나기도 싫어한다. 그래서 그런지 데이팅앱 가입자들에게 정치성향을 묻는다. 미국에서는 정치성향이 같은 사람만 이용하는 데이팅앱도 있다. 하지만 정치 성향이 다르더라도 좋은 사람이라면 반 이상이 결혼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면 인류의 미래는 걱정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정치적 성향의 양극화가 더 강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가 자신 가족, 부족 그리고 국가로 편을 나누어 서로 죽이고 죽이는 역사가 반복했다. 정치적 성향까지 가세하면 더 폭력과 전쟁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닐는지. ‘사랑이 보수와 진보의 편 가르기가 될 때’ 인류의 역사는 또 다시 후퇴할 것이다. 물론 호모사피엔스는 그렇게까지 우둔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진보 남자와 보수 여자가 사랑을 할 때’ 인간의 역사는 사랑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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