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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중독 명품중독은 뇌가 저지르는 저장강박증


2022년 7월 한 고시원에서 살던 20대 여성이 살던 방에 쓰레기를 한 가득 남기고 떠났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1년 동안 시켜먹은 배달 음식 쓰레기를 한 번도 버리지 않고 쌓아두었다고 한다. 냄새가 진동하고 초파리와 구더기도 나왔다.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저장강박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증세는 독거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독거노인의 저장강박증으로 유명한 사건은 2016년에 있었다. 2016년 1월에는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독거노인 집에서 쓰레기 20t을 치웠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 집에서는 2013년 10월에도 쓰레기 100t이 나왔다고 한다.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은 무료급식소를 오갈 때마다 잡다한 물건을 주워서 놓았다. 며칠 동안 설득한 끝에 겨우 허락을 받고 치웠다.


저장 강박이 있는 사람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다. 어떤 물건도 ‘언젠가 쓰겠지, 어딘가에 쓰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버리지 못한다. 심해지면 어떤 물건도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 ‘저장강박증(compulsive hoarding syndrome)’으로 악화된다. 저장강박증은 강박장애의 일종이다.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 OCPD)는 규칙, 완벽 또는 세밀함에 집착하거나 무언가를 지나치게 통제하려 하고 경직된 사고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전체적인 것을 보는 능력이 결여된 인격 장애이다. 그 중의 하나가 저장 장애(Hoarding disorder)이다. 저장장애가 심한 사람은 물건을 버리려할 때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노인이 청년보다 훨씬 많이 나타난다.


저장강박증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저장강박증은 사실 정상적이거나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다. 실제로 저장강박증은 의사결정이나 계획 같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물건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다보니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것이다. 뇌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물건을 분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보통 십대에 증상이 나타나고 잡다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며 이후 만성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저장강박증은 점점 증상이 심해지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간은 많은 면에서 유전자나 뇌의 기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강박증은 뇌의 특정 부분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동물실험을 통해 뇌에서 쇼핑중독이나 수집 강박증과 관련된 신경회로가 있는 것이다. ‘전시각중추’라고 불리는 뇌의 시상하부 중 일부가 음식을 먹거나 소유하려는 본능을 만들어낸다. 생쥐 뇌의 전시각중추 신경을 빛으로 자극하면 장난감을 가지려고 집착하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반대로 이 회로를 억제하면 욕심이 사라진다. 수집 강박증이나 쇼핑중독, 명품중독, 게임중독 등도 관련된다. 언젠가는 뇌 회로를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인간이 ‘중독’으로 사는지 스스로의 ‘의지’로 사는지 사실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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