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22년 3월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2022년 7월 17일 업데이트 한 글입니다.
2021년 12월에 ‘교육열(사실 교육열이 아니라 ‘입시열풍’이다)’이 거의 광적인 우리나라 부모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만 7~11세 아이가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만 하는 아이보다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이다. 뇌 전체 연결망을 의미하는 커넥톰(Connectome)이 좋아지며 기억력과 지능 같은 인지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2022년에는 더 눈에 띄는 연구결과가 보도되었다. 학교에 가기 전에 부모가 자녀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초등학교에 가서 성적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이다. 특히 언어능력은 어렸을 때 할수록 더 성적이 향상된다는 결론이었다. 이 연구 결과가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몰아넣는다. 전자의 연구를 보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게임을 해도 머리가 좋아지고 도시에 살아도 지능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것이 학습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게임을 하면 게임중독이 될 뿐이다. 후자의 연구는 초등학교에 가면 성적이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교육은 중고교 대학교로 이어지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성적이 좋다고 그것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알다시피 중학교까지 잘하다가 고등학교 때 성적이 뚝 떨어지는 아이들이 아주 많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문자 교육을 시키지 말라고 권장하며 심지어는 금지시킨다. 핀란드, 영국, 독일과 이스라엘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7살 이전에는 문자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참고로 영국과 독일, 이스라엘과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교육 선진국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세계 인구의 1%도 되지 않는데 노벨상 수상자와 미국 최고 대학교 입학학생이 20~30%에 이른다.
“귀댁의 자녀가 입학 전에 글자를 깨치면 교육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일의 취학 통지서 밑에 적혀 있는 경고 문구이다. 학부모가 이 경고를 어기면 ‘왜 그렇게 부도덕한 일을 하셨습니까? 그 아이가 수업 시간에 산만하고, 집중 안 하고, 인격형성에 장애가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겁니까?’라는 말을 듣는다.
우리의 교육현실과 너무나 다른 이야기이다. 임신 때부터 영어 동요를 들려주며 영어 태교를 시작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걷기 시작하면 수백만 원을 들여 교육 용구를 사들여 ‘영재’ 교육을 시작했다. 문화센터 영재교실에는 한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앉아있다. 세 살이 되면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제2외국어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유치원은 종류가 많다. 국공립 유치원, 사립 유치원, 영어 유치원 등 다양하고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한 달에 수백만 원을 내는 영어유치원과 저렴한 국공립 유치원, 중간쯤인 사립유치원이 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줄을 세우듯 ‘가격표’가 찍혀있고 소득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택한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며 태권도, 피아노, 영어 등 다양한 사교육을 시작한다. 시간 날 때마다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시키고 ‘영재’ 코스를 간다. 영유아 교육은 ‘시장’이 되었고 수많은 교육기업들이 뛰어들었다. 부모의 ‘생물학적 본능’을 자극시키고 기업들은 사업을 한다. 모든 것은 ‘돈’으로 가능하며 아이들의 교육도 들인 돈만큼 이루진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놀아주라는 과학자와 전문가의 의견에 또는 필자가 그런 의견을 제시하기라도 하면 속으로 비웃을 것이다.
교육 선진국인 독일과 뇌과학이 말하는 교육이 우리의 교육현실과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과학을 믿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7세 이전의 언어교육은 아이들의 정신적인 성장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 독일의 취학 통지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모들은 학원들이 언어교육은 7세 이전에 해야 한다고 마케팅을 하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 과학은 안 믿고 학원 광고는 그대로 따라 한다. 반과학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과학보다는 주변에서 떠도는 상술, 주변 학부모들의 얘기에 귀를 더 기울인다. ‘먼저 시작할수록 똑똑해진다.’는 게 사교육 시장의 논리이지만 그 반대이다. 아직 발달하지 않은 뇌 부위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선행학습을 무차별적으로 주입하면 오히려 아이들의 뇌를 망가뜨릴 수 있다. 과잉 자극으로 전두엽이 손상되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가 나타날 수 있다. 계획을 세우거나 복잡한 행동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감정의 뇌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해 감정적 충돌이 나타난다. 유아기에 전전두엽이 손상된 사람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더라도 사춘기가 되면서 거짓말, 도둑질, 싸움질, 무책임한 성행위가 나타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관찰결과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상황에 대해 올바른 판단 능력이 없다. 전전두엽 피질이 손상되면 윤리적인 판단 능력이 결핍되기 때문이다(베이비뉴스, 2020.2.10. 편집).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의 뇌는 나이별로 발달영역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이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감정조절 기능을 하는 전두엽은 유아기에 발달한다. 그래서 이 시기엔 부모가 대화를 많이 하고 즐겁게 놀아 주는 것이 정서함양에 도움이 된다. 학교에 가기 전에 유치원에서 ‘교육만’ 시키면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감정조절’을 못 하게 될 수 있다. 그러면 학교폭력이나 게임중독 같은 것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애들은 자연스럽게 뛰 놀면서 자란다. 그것이 막히면 게임으로 가기 마련이다. 감정조절 능력이 생기고 스스로 재밌게 하게 될 때 비로소 저절로 자발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한겨레신문, 2013.6.10. 편집). 자발적인 학습 또는 자기주도적인 학습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이것이 없다면 학습과 교육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당신의 아이를 그렇게 몰아붙여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해보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