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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ug 06. 2022

수십만 년 원시인을 인공지능 교수로 키울 수 있을까


유명한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 Gould, 1941~2002)는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퍼져나가던 5만 년 전에 인류의 진화는 끝났다는 주장을 했었다. “지난 4만년 또는 5만년 동안 인류는 생물학적 변화를 전혀 겪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는 멈추었으며 유전적인 진화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진화’ 학자들이 진화가 멈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면 2010년 국내에 소개된 물리학자 그레고리 코크란과 유전학자 헨리 하펜딩은『일만 년의 폭발』에서 인류의 진화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더욱이 인류의 진화가 최근 1만년 동안 과거 6백만 년보다 거의 100배 빠른 속도로 일어났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하였다. 그 사례의 하나로 유대인의 높은 지능을 제시했다. 독일계 유대인을 뜻하는 ‘아슈케나지’ 유대인은 동북유럽으로 이주하여 서부유럽, 미국 등으로 퍼져나간 유대인으로 유대인의 80%를 차지한다. 이들의 평균지능은 115에 이른다. 그러나 진화가 지속된다는 것은 타당한 주장이나 지능이 진화했다는 것은 허구이다. 이들 유대인을 가난하고 척박한 아프리카에서 자라게 하면 지능이 80 이하로 떨어진다. 지능은 후천적인 환경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지능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어 간단하게 요약하여 설명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IQ는 106으로 IQ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자랑한다. 또한, 동북아시아(한국을 포함한 일본, 홍콩, 대만, 중국)가 세계에서 IQ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스라엘을 떠나 유럽을 유랑하면서 박해를 많이 받았던 유대인들의 평균 IQ는 112~115로, 이스라엘에 살았던 유대인보다 높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80도 안 된다. 이렇게 보면 지능이 인종별로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원시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프리카인들을 보면 ‘원시인’을 연상하며 머리도 나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등이 지능지수가 높은 것은 대부분 도시에 살고 교육열이 높은 환경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지능지수를 선천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며 개발이 가능하다. 그래서 그 수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 아이를 미국식 교육시스템에서 키우면 지능이 아주 높아지고 천재로 자랄 수 있다. 만일 아프리카의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다면 그의 지능은 80으로 떨어질 것이다. 지능의 차이로 진화했다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원시인이다.


사실 과거 1만 년 동안 유전자의 변화와 진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는 다양하다. 티베트 지역에 사는 사람은 고산지역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 돌연변이는 불과 과거 천 년 동안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멸종된 고인류의 유전자를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인류의 피부색 차이도 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는 자외선이 강해 자외선을 막는 멜라닌 색소를 많이 만드는 돌연변이가 ‘자연선택’을 받아 피부가 검어졌다. 아프리카를 떠난 인간은 햇빛이 약해지고 멜라닌 색소가 많던 피부가 자외선을 막아서 비타민 D 합성이 잘 안되어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멜라닌 색소가 적어졌고 피부가 하얘졌다. 이를 ‘비타민 D 가설’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피부색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처음 나타났다. 비타민 D 가설에 의하면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북쪽으로 진출한 직후에는 나타났어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였다.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는 사냥을 통해 비타민 D가 풍부한 고기와 생선을 풍부하게 섭취하여 멜라닌 색소를 없앨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약 1만 년 전 ‘농업혁명’으로 곡물을 주로 섭취하여 비타민 D가 부족해졌고 멜라닌 색소는 생존에 불리해지면서 피부가 하얗게 되었다.


그럼 우리가 원시인이라고 부르는 역사 이전의 사람들은 지적능력이 현대인과는 질적인 차이가 날까. 과거의 인간과 현대인은 얼굴 생김새가 차이가 난다. 그럼 인간의 뇌의 구조나 기능도 달라졌을까? 그렇지는 않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기원전 1만 년경 무렵부터 얼굴이 더 작아지는 등 형태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면서 씹는 동작이 두개골에 미치는 힘이 줄어 얼굴 뼈 형태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시 식단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다.


2022년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16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사람과 현대인은 뇌의 모양이나 크기에서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갈수록 둥근 형태로 바뀌었다. 그 사이 식생활이 바뀌면서 얼굴모양이 바뀌었다. 뇌의 진화보다는 겉모습인 얼굴이 진화되었다. 달라진 것은 뇌 자체의 진화가 아니라 식습관이나 생활상의 변화에 따라 얼굴 뼈 구조가 달라진 데 영향을 받았다. 원시인 아이를 현대식 교육을 시키면 인공지능을 배워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123553119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가 멈추었다는 주장은 지나친 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 1만 년 동안 ‘중요한’ 진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진화는 ‘더 긴’ 세월을 요구한다. 따라서 수십만 년 전 ‘원시인’ 아이를 데려다 키우면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교수로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리가 어떻게 진화될 것인지는 예측할 수는 없지만 환경의 변화가 그 방향을 결정할 것임을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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