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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 박치 음치는 없다!


몸치, 박치, 음치인 사람 중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못하는 경험을 한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노력해도 못 부르면 우울해진다. 필자도 그런 편에 속한다. 얼마 전 너무 좋은 노래들을 듣다가 다시 노래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배울 생각을 다시 하였다. 


리듬감이 좋고 박자를 잘 맞추는 사람은 유전적인 면이 많다. 몸치, 박치, 음치도 유전자 탓일 수 있다. 2022년 박자를 잘 맞추는 음악능력과 관련된 69개의 유전자 변이가 밝혀진 것을 보면 분명 유전적이다. 절대음감도 그렇다. 절대음감(perfect pitch) 또한 배울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 유전자에 의한 것일 수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2-01359-x#citeas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등은 청각피질이 약 50% 더 크다. 10년 이상 음악 훈련을 받은 음악가와 악기를 손에 잡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청각피질 크기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음악 훈련을 통해 소리를 처리하는 뇌 영역이 커지는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청각피질 크기와 절대음감 모두 유전적일 있음을 나타낸다.


이런 사실은 필자 같이 노래를 부르려는 사람에게 나쁜 소식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에는 가소성이 있다. 즉 뇌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연하다는 의미이다. 노력에 따라서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동된다. 그것이 인간이고 자유의지이다. 다시 한 번 시도를 할 생각이다. 언젠가 멋진 노래를 한 곡 누군가에게 선사하고 싶다.


음악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운동도 그렇다. 아시아 사람들이 육상 종목에 약한 것은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 예를 들어 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평균 신장이 크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나온다. 근육 움직임의 속도를 높여주는 유전자도 차이가 난다. 200명의 자메이카 선수들을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순간적인 스피드를 내게 하는 근육을 형성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호주 육상선수의 30%만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근육 비율에서도 차이가 있다. 근육은 지근과 속근으로 나뉜다. 그 중 속근은 흰색을 띤다고 해서 백근이라고도 불리며, 수축력이 강해 순간적으로 빠른 힘을 만들게 한다. 단거리 선수, 높이뛰기, 멀리뛰기 선수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근육이다. 일반적으로 흑인이 다른 인종보다는 속근 비율이 높다.


2022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우리나라의 우상혁이 한국 육상 최초로 실외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화제가 되었다. 금메달은 중국의 왕지아난이 따냈다. 아시아권 선수가 세계선수권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사람은 육상 종목에서 약하다. 간혹 마라톤이나 장거리달리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있지만, 많은 종목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동아시아권 국가들이 최근 육상에 강세를 보이는 것은 식습관 변화로 체격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로 1985년부터 2019년까지 200개국의 청소년 6500만 명의 키를 조사한 결과 중국과 한국 청소년의 키 성장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 방법의 발전도 한몫했다.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이 가능해졌고, 영상 기술을 이용해 자세나 동작에 대한 세심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스포츠 강국이었던 나라의 선수들이 은퇴 후 다른 나라의 코치로 들어가기도 하고, 강국의 체계적 육성법을 직접 배워와 적용하면서 발전해 가고 있다. 2009년에 한국 국가대표 단거리육상 코치로 자메이카 출신의 리오 브라운 코치가 영입되기도 했다. 지도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도자 교육이 더 체계적으로 바뀌었으며, 스포츠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많이 배출됐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운동도 개인별로 유전적인 차이가 많지만 노력여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운동도 노력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물론 타고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노력 없이 잘하지는 않는다. 사실 엄청난 노력이 천재적인 재능으로 잘못 이해되는 면이 많다.


운동을 했던 사람은 다시 운동을 하면 근육이 좀 더 쉽게 생긴다. 어렸을 때 운동을 했던 사람은 어른이 돼서도 운동을 잘한다. 운동을 했던 경험이 다시 근육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1991년에 나왔다. 그 후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운동 훈련을 사전에 받은 쥐가 다시 운동을 시키면 근육의 양이 더 빠르고 많이 생성되는 것이 밝혀졌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생성한 쥐의 근육 세포 DNA에는 운동을 한 ‘흔적’이 남는다. DNA에 남겨진 흔적은 선천적이지는 않지만 생활 습관을 통해 발생한 변화를 의미한다. 운동을 하면 유전자가 ‘변하여’ 운동체질로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은 진화와 유전자에 의하여 ‘결정된’ 존재는 아니다. 물론 인간이라는 ‘종’ 차원의 한계는 있다. 하지만 인간을 ‘만든’ 유전자도 인간의 ‘뇌’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이 ‘인간적인’ 것이고 ‘자유의지’이다. 물론 절대적인 자유의지란 존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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