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뉴딜정책과 강력한 누진세가 불평등을 완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다.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잠시나마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된 것은 전쟁이라는 비상상황에서 각국은 고소득에 높은 세금을 물렸고, 그 결과 경제의 불평등화 요인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사적 소유에 대한 절대적 신성화를 기반으로 한 보수 이데올로기가 또다시 강력하게 부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부유층 감세’가 소득 불균형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고 세율 평균이 1970년대엔 70%에 달했는데 2000년대 후반 들어선 43%로 뚝 떨어졌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부유한 나라의 개인 소득세 평균 최고세율은 1970년 62%에서 2013년에는 38%로 떨어졌다. 부유한 개인이나 기업에 적용되는 세율은 오히려 수십 년 전보다 줄어, 빈부격차를 강화시켰다.
1980년대 이후 확대된 21세기적 불평등은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최고조에 달했던 벨에포크시기(Belle Epoque, 평화롭고 풍요로운 유럽의 시대, 1880~1914)만큼 심하다. 금융자본의 세계화와 초 집중, 조세피난처로 상징되는 불투명성으로 불평등이 강화되었다. 부의 불평등이 대물림되며 더욱 집중되는 현상, 옛 공산국가 지배자들의 과두정치와 재정 불투명성, 엘리트 중심의 교육 불평등으로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과거 가난한 사람의 정당이었던 좌파 정당이 고학력·고소득자들의 정당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브라만 좌파’는 학력, 지식, 인적자본의 축적, ‘상인 우파’는 돈의 축적에 의존한다.
부유세 폐지와 법인세 인하, 소득세 최고세율 대폭 감면 등 최상위 부유층에게 유리한 ‘세금덤핑’을 시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2022년 윤석렬정부도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였다. 세금 부담을 줄이면 투자와 고용이 증가해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획재정부도 2022년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25%(지방세 포함 27.5%)는 OECD 평균 21.2%(23.2%)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또한 역대 정부가 모두 법인세율을 인하하였으며, 문재인정부에서도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을 도입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 총 조세부담은 2019년 기준 33.2%로 OECD 41.6% 및 세계 평균 40.4%보다 낮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기획재정부는 정권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정권을 ‘보좌하는’ 행정기관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9년 발표한 미국 500대 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감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는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으며 기업은 보유 현금의 80%를 주주에게 분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201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법인세 인하 효과를 주장하자, 이 IMF 보고서를 인용하며 반박한 적이 있다.
‘낙수효과’는 대기업 및 부유층의 부를 증대시키면 기업의 투자와 부유층의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발전하고 중·저소득층도 잘 살게 된다는 주장이다. 경제성장으로 분배를 촉진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는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2014년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법인세 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될 때 투자율은 0.2%포인트 증가했다는 연구가 있다. 해외의 연구도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를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법인세율이 1%포인트 감소할 때마다 신규 투자와 매출은 각각 4.7%, 0.3%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파수꾼’인 국제통화기금(IMF)이 2019년 발표한 미국 500대 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감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는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업은 보유 현금의 80%를 주주에게 분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안 되고 소득의 분배에도 악영향을 준 것이다. 설령 기업투자가 증대되고 부유층의 소비가 늘어나더라도 그 혜택이 중·저소득층까지 확산될 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주장대로 고소득층보다 6분위 소득계층(상위 50~60%)의 소비를 확대시키는 정책을 시행하면, 약 1년~1년 반 후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이 분배를 촉진한다.’라는 주징이나 ‘분배가 성장을 촉진한다.’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복잡한 경제를 단순화시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가는 것이다. 성장 없는 분배도, 분배 없는 성장도 가능하지 않으며 허구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지나치게 분배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경제를 ‘교리’로 풀려는 ‘분파적인’ 정당과 정치인들이다. 선거 때마다 정권을 바꾸어 이들을 제대로 된 ‘인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