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사망한 고 정인양(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었다. 당시 발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당시 검사를 했던 의사는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높은 곳에서 추락하지 않는 이상 복부 깊은 곳에 있는 췌장이 절단되는 일은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에 왔을 때 사실상 사망 상태였고 이미 택시 안에서 심정지가 일어났다. 장기가 파열돼 흘러나온 혈액이 배에 찾고 갈비뼈 등 부러진 곳도 여러 곳이었다. 누가 봐도 학대인데, 정인이 양모가 보호자 대기실에서 ‘우리 애 죽으면 어떡해요’라며 울부짖는 것을 보면서 의료진은 ‘진짜 악마인가’ 생각했다고 전했다.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인간의 ‘악마 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1980년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마야 리 랑그바드는 시집『그 여자는 화가 난다-국가 간 입양에 관한 고백』을 2022년 한국어로 출간했다. 그녀는 이 시집에서 자신이 수출품이고, 수입품이어서 화가 난다며 끊임없이 분노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폐쇄성이 강하고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생물학적인’ 사회성도 있다. 생존경쟁이 치열하고 ‘생물학적으로’ 피를 나눈 가족끼리만 ‘사랑’을 공유하는 아주 생물학적인 사회이다. 여기에 소수자에 대한 보호는 취약하다. ‘장애인’, 성소수자, 편모슬하 아이에 대한 시선은 차갑다. 사회가 용인하는 ‘법적인’ 결혼 이외의 아이는 수용되지 않아 해외로 수출된다. 물론 그 중에는 너무도 가난한 가족의 비극도 숨어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하여 입양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정인양 사건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의 불행과 비극도 많을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해외로 입양된 우리나라 아이는 20만 명이 넘는다(2021). 2013년 우리나라 정부가 자국 내 입양을 우선시하도록 한「헤이그 입양 협약」에 서명한 이후론 연 300명 이하로 급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입양은 어려운 일이다.
2021년 다큐멘터리「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선희 엥겔스토프 감독)가 개봉되었다. 감독은 1982년 부산에서 태어난 덴마크로 입양된 사람이다. 이 다큐는 ‘엄마가 어떤 환경에서 살았고, 왜 그런 결정을 했나’에 집중한다. 그가 만난 임신부는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떼놓았다. 딸이 낳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입적하는 부모도 있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실을 숨기려고만 한다. 그는 촬영 중 아이를 떠나보낸 여성을 껴안고 위로하는 장면은 비극적 서사이다. 한국 사회의 인식이 변해서 미혼모·미혼부가 수용되고 지원을 받고, 아이가 부모와 함께 살 권리가 보장되길 바랐다.
우리 사회가 ‘인류’라는 보편적인 사회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아이 수출이라는 비극은 없어지지 않는다. ‘생물학적인’ ‘우리’를 ‘사랑’이라고 말하는 이상 어려운 일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이 프랑스로, 덴마크로 입양되었다고 했을 때 어떤 삶이 존재할 것인지를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