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놀라운 일이다. 2021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훨씬 넘었다. 더 이상의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삶은 팍팍하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악이다. 어린이날마다 나오는 이야기이다. 오래 전인 2011년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65.98점으로 경제협력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이는 1위 스페인(113.6점)보다는 47.6점, OECD평균(100점)에선 34점, 바로 위의 22위 헝가리(86.7점)와도 20점 이상의 차이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란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공부경쟁 속의 삶, 생리적인 잠이 부족한 피곤한 삶이다.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2001년에서 2011년 사이 10년 간 청소년 자살 증가율은 57.2%에 달한다.
10년이 지난 2020년 전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9~17세 아동과 청소년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6.57점(10만 만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27개국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우울증 발생비율이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이다. 자살율도 세계 1위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에 가도 변하지 않는다. 대학에서의 낭만은 옛날이야기이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오직 스펙’, 학점몰입과 취업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 인생이 바뀔 거라는 부모의 잔소리는 허망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일중독 국가이다. 지금은 어떤지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2007년 자료를 보면 놀랍다. 연간 근로시간이 2천316시간(2007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독보적인 1위이다. 2위인 헝가리(1천986시간)보다 무려 300시간 이상 많은 압도적 1위다. OECD 평균은 1천768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OECD평균보다 연간 거의 두 달 이상 더 일한다. 물론 이것이 작은 나라 한국이 이렇게 성장하게 된 기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다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아이가 ‘헬조선’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다. 신문과 인터넷 뉴스에 흔히 나오는 기사이다. 오랫동안 이런 기사에 접한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고 생각한다.
2007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의 순위는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자살이다. 특히 자살 증가율과 자살률이 세계최고이다. 언젠가 삼성전자 부사장이 “업무가 너무 과중해 살기가 힘들었다.”는 메모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노인 자살도 급증하고 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우리나라 사회는 무한경쟁, 과로와 일중독 사회이다. 사람들이 힘들게 살고 피곤하다보니 사회적 유대감도 떨어진다. 정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조그만 일에도 극도로 흥분하고 열광한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수면시간도 부족하고, 수면 시간이 부족하니 피곤하고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잠을 잘 못자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약해지면서 이타적인 행동도 줄어든다. 잠을 충분히 잘 자면 기분이 좋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좋아진다. 수면부족이 사회전체로 연장되면 사회적 유대도 무너진다.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3001733
과학계에서 권고하고 있는 청소년 적정 수면 시간은 8시간이다. 2018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중고생의 거의 80%가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절반은 하루에 운동을 1분도 못한다. 거의 80%가 수면 권장기준(초등생 9~12시간, 중고생 8~10시간)을 충족하지 못 하고 있다. 운동 시간 권장기준(전 연령대 하루 최소 1시간)을 충족하는 비율은 25.8%에 그쳤다. 하루 중 자유롭게 휴식하거나 노는 시간이 전혀 없는 아동도 24.2%에 달했다. 이들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아동은 0.9%에 그쳤다. 9%도 아니고 0.9%이다!
2022년 우리나라 부모라면 꼭 알아야할 연구가 발표되었다. 초등학생이 하루에 9시간미만 자면 뇌에 문제가 생기고 지적능력 발달도 늦어지며 그것도 장기간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잠을 줄이고 공부시키면 성적은 오르겠지만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가면 지능발달이 더뎌져서 오히려 학습에 장애를 낳는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이다. 그런 아이들은 우리 주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의사결정, 충동조절, 기억 등을 담당하는 회백질이 감소하고 정신적인 문제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우울증까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어린이들에 대한 수면 권고 시간이 하루 9시간 이상이 타당하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부모들에게 적극적으로 자녀들이 좋은 수면 습관을 갖도록 유도할 것을 권장한다. 충분한 수면을 가정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 자녀들의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도하고, 낮 동안 신체활동을 장려하며, 취침 1시간 전부터는 전자기기 화면을 못 보게 할 것 등을 권고한다. 이것이 청소년 수면과 관련된 모든 것이다.
수면부족은 정신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심지어는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고 10% 정도가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한다. 어쩌면 수면부족이 그 원인일 수 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성적 및 진학문제(39.2%)이지만 수면부족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있다. 우리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꼴찌인 것도 수면 시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다. 무모한 입시경쟁으로 아이들을 불행과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고 있다.
근면성은 칭찬할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근면인가?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수단인가? 대학이 학문의 전당인지 신분상승의 수단인가? 이것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